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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상계8동 마들근린공원 산책로에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과 1조 1항, 2항이 적힌 조형물이 설치된 ‘민주주의 쉼터’가 있다. 지난 8일, 대한민국 헌법 조형물 곁에 있는 김성환 노원구청장(왼쪽 앞), 김미 노원구청 직원(왼쪽 뒤 두 번째), 양진숙(맨 왼쪽, 이후 시계 방향으로), 천임숙, 최병규, 김현순, 김광섭, 김소영, 김수은 노원구청 소속 자원봉사 역사해설사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노원구 주인은 구민! 대한민국 주인은 국민!”
서울 노원구의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마주치는 펼침막(플래카드) 글귀다. 헌법 1조 2항을 노원구에 맞게 차용했다. 펼침막은 대개 눈을 어지럽히기 쉬운데, 뭔가 신선한 느낌이다.
노원구에서는 이렇게 거리의 펼침막을 통해 헌법과 만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34조 1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11조 2항) 등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원리와 국민이 누려야 할 다양한 권리를 정작 국민은 잘 모르고 있다”며 “헌법이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되는지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이 펼침막들은 노원구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만들기' 캠페인의 일부다. 구민들이 헌법의 기본권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는 네 가지 헌법 기본권과 재치 있는 문구를 함께 넣은 4종류의 펼침막을 만들어 주민 이동이 많은 24곳의 공영 게시대에 걸었다. 펼침막 내용을 2개월마다 바꾸고 게시 공간도 교체해 구민들이 다양한 헌법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이정연(34)씨는 “헌법 조항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내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주권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펼침막 캠페인을 주관하는 권경숙(58) 행정지원과장은 “헌법 기본권에는 권리만 있지 않다. 제대로 된 헌법 정신은 마을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의 ‘헌법 사랑'은 각별하다. 지난달 2일 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정유년 새해맞이 시무식의 주제도 헌법이었다. 구청 직원들이 헌법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겨루는 퀴즈대회를 열고, 헌법 실천을 다짐하는 박 터뜨리기 행사도 했다. 콩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자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원구가 되겠습니다’라는 펼침막이 펼쳐졌다.
구민의 권리 보장과 증진을 위해 올해부터 헌법을 필수교육으로 지정했다. 이달 16~17일에는 구청 2층 대강당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무원이 알아야 할 헌법과 인권'을 주제로 조유진(51) 처음헌법연구소장이 강연한다.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통·반장과 주민자치위원회, 주민복지협의회 등 직능단체 위원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헌법 교육’도 한다. 연간 37차례 열릴 예정인 이 헌법 교육에는 4100여 명의 위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김 구청장은 지난해 7월 구청 직원 1418명과 통장 709명 등 모두 2127명에게 <손바닥 헌법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헌법 내용을 담은 손바닥 크기의 소책자다. 또한 어린이들이 헌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알기 쉬운 헌법이야기’ 책받침을 3만 장 만들어 노원구 내 42개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책받침은 앞면에는 ‘헌법대로 살기’와 ‘알기 쉬운 헌법이야기’가, 뒷면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각각 담겨 있다. 구는 또 다음 달부터 신청하는 초·중학교 중 4곳을 선정해 ‘찾아가는 헌법교육’도 할 계획이다. 노원구에서 헌법 교육을 총괄하는 김경희(48) 감사담당관은 “구민들이 헌법을 통해 자기 권리를 찾고, 그 잣대로 구정을 비롯해 국회와 정부를 감시한다면 국정을 농단한 최근의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 교육은 구민뿐 아니라 구청 직원들도 인권과 기본권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노원구에서 업무를 시작한 김 감사담당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7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다. 그는 “헌법은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실제 피부로 체감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며 “송파 세 모녀 사건도 헌법 규정에 따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에 휴지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상식처럼, 헌법도 우리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실생활과 괴리된 헌법을 교육을 통해 주민 가까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만들기’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구민과 공무원 스스로 헌법의 기본권을 인식하고, 주어진 권리를 익숙하게 행사하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처음헌법연구소 조 소장은 “최근 2~3개월 동안 헌법 강의 요청이 지난 몇 년을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헌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헌법은 충분히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이어 “노원구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헌법을 알리고 헌법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의미 있는 노력은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앞서 김 구청장은 지난해 7월 구청 직원 1418명과 통장 709명 등 모두 2127명에게 <손바닥 헌법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헌법 내용을 담은 손바닥 크기의 소책자다. 또한 어린이들이 헌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알기 쉬운 헌법이야기’ 책받침을 3만 장 만들어 노원구 내 42개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책받침은 앞면에는 ‘헌법대로 살기’와 ‘알기 쉬운 헌법이야기’가, 뒷면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각각 담겨 있다. 구는 또 다음 달부터 신청하는 초·중학교 중 4곳을 선정해 ‘찾아가는 헌법교육’도 할 계획이다. 노원구에서 헌법 교육을 총괄하는 김경희(48) 감사담당관은 “구민들이 헌법을 통해 자기 권리를 찾고, 그 잣대로 구정을 비롯해 국회와 정부를 감시한다면 국정을 농단한 최근의 불행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 교육은 구민뿐 아니라 구청 직원들도 인권과 기본권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노원구에서 업무를 시작한 김 감사담당관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7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다. 그는 “헌법은 이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실제 피부로 체감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며 “송파 세 모녀 사건도 헌법 규정에 따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에 휴지를 버리면 안 된다는 상식처럼, 헌법도 우리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그동안 실생활과 괴리된 헌법을 교육을 통해 주민 가까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원구의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만들기’는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다. 구민과 공무원 스스로 헌법의 기본권을 인식하고, 주어진 권리를 익숙하게 행사하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처음헌법연구소 조 소장은 “최근 2~3개월 동안 헌법 강의 요청이 지난 몇 년을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헌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헌법은 충분히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이어 “노원구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만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헌법을 알리고 헌법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의미 있는 노력은 널리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