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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이야기로 가득했던 김제동 강연이 계기”

인터뷰 |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록 : 2017-02-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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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노원구청장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아무래도 헌법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김 구청장은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였다”며 “오히려 정치 활동을 하면서 규범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는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헌법 1조 2항과 7조 1항을 반드시 외우고 항상 곱씹으라고 얘기합니다. 두 조항은 단체장부터 9급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주권자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무원이 새겨야 할 가치 규범이니까요.”

헌법 1조 2항의 내용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고, 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으로 돼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9월 구청에서 진행하는 명사특강에서 방송인 김제동씨가 강연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헌법 이야기였다. 법학을 전공한 나보다 헌법 조문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헌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차례 강연으로 끝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결심은 지난해 11월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 만들기'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헌법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 복원으로 이어갔다. 김 구청장은 “요즘 우리 사회의 슬픈 농담 중 하나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다. 공동체의 발전보다 개인의 이익과 부의 축적이 우선이 되는 사회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무너졌지만, 여전히 그 가치로 세상을 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신자유주의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구청장의 언어보다 훨씬 권위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의 마음에 연대의식을 불어넣고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정표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 헌법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내가 사는 공간이 공동체성을 회복할 때 주민이 자존감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마을공동체 복원의 목표가 헌법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런 김 구청장의 행보가 구청 직원들에게 선선히 받아들여질까? 아무리 그 가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헌법은 구청 업무라기보다 국가의 일로 여겨지기 쉬운데.

이에 대해 김 구청장은 ‘자살 예방' 사업을 예로 들며 ‘헌법과 함께하는 노원'의 가능성을 낙관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직원들이 자살 예방 사업을 너무나 황당하게 생각했다고 하더라. 중앙정부도 못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거지. 하지만 실제로 자살률이 줄고 성공 사례가 전국으로 퍼지는 등 좋은 평가로 이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태도도 달라졌다.”

김 구청장은 “헌법의 가치를 일상에 정착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 박용태 기자

사진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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