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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덕분에 기업 운영 수월합니다”

대한상의 기업환경 전국 톱10에 성동·동작·성북 포함
비싼 임대료와 규제 해결해 창업가로부터 받은 ‘성적표’

등록 : 2026-02-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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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성동구 성동청년 창업이룸센터 개관식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왼쪽 셋째)과 입주기업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동구 제공

“아이디어는 있는데 서울 월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제품은 만들었는데 정부 지원사업은 어떻게 따나요?”

창업 초기 기업가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통상 창업 후 3~7년차에 겪는 자금난과 시장 진입 실패를 일컫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이 험난한 구간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든든한 가이드로 서울 자치구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례와 제도를 분석하고, 소재 기업 6850곳 대상 만족도를 설문 조사해 지난달 15일 발표한 ‘기업환경 우수지역 조사’에서 서울 자치구 중 동작구와 성북구는 ‘창업 지원’ 분야, 성동구는 ‘행정 지원’ 분야에서 각각 전국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 조사는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 6천여 곳이 지자체의 행정과 지원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매긴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들 세 자치구는 서울의 고질적 단점인 비싼 임대료와 복잡한 규제를 파격적인 ‘공간 지원’과 정교한 ‘핀셋 지원’으로 돌파하며 창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성동구 성동청년 창업이룸센터 개관식 모습. 성동구 제공

성동구, “청년은 공간과 연결을 원한다”… 데이터에 응답


성동구(구청장 정원오)의 창업 지원 정책은 청년 창업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갈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확히 해소하고 있다. 2023년 발표된 서울연구원의 ‘청년사업가의 성수동 매력 인지 연구’에 따르면, 성수동을 떠날 계획이 있는 사업가의 86.4%가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꼽았다. 반면, 청년들이 성수동 입주 시 가장 기대했던 요소는 ‘네트워크’(3.81점)였다.

구는 데이터가 보여주는 청년들의 요구, 즉 ‘저렴한 공간’과 ‘네트워킹’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9월5일 성수동 서울숲 인근(왕십리로 137)에 문을 연 ‘성동청년 창업이룸센터’다. 이곳은 성수동 노른자위 땅에 위치하면서도 사용료는 파격적이다. 1인 오픈 데스크는 월 20만원, 4~9인 독립 오피스는 1인당 월 24만원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로 꼽히는 곳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 대비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성수동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했다.

단순히 공간만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이 아니다. 센터는 공유 라운지와 개방형 회의실을 대폭 늘려 입주 기업 간의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유도했다. 입주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도 자주 모색하는 등 소프트웨어 지원도 강력하다. 지난달 22일에는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와 함께 ‘2026 창업지원사업 마스터 클래스’를 열어 예비·초기 창업가들에게 정부 지원사업 추세와 사업계획서 작성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에 힘입어 성동구는 최근 국무조정실이 주관한 ‘제2차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돼 2년간 5억원의 국비를 확보함으로써 정책 추진에 날개를 달았다.

이룸센터에 둥지를 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올리브랩스의 이광호 대표는 성동구 행정의 핵심을 ‘연결의 진정성'으로 꼽았다. 강남, 송파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10년 넘게 사업해온 베테랑인 그에게도 ‘고립'은 가장 큰 공포였다. 이 대표는 “과거 단독 사무실에 있을 때는 마치 갈라파고스에 갇힌 기분이었지만 이곳에선 70여 개 기업이 서로 고민을 나눈다”며 “특히 이룸센터 관계자들이 입주사들끼리 협업할 포인트를 찾기 위해 자기 일처럼 고민해주는 모습에서 단순한 행정 지원 이상의 진정성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무신사 같은 대기업의 사회공헌과 구청의 정책이 맞물려 초기 기업들이 서로 엮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창업 문화를 형성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동작구가 지난해 11월 구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2025 동작구 창업기업 비전공유 합동세미나’에서 박일하 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작구 제공

동작구, ‘공시생 거리’가 ‘청년 사장님 거리’로 변신

동작구(구청장 박일하)는 ‘수험생의 도시’로 불리던 노량진을 ‘청년 창업의 메카’로 리브랜딩하며 서울 자치구 중 성북구와 함께 창업 분야 전국 10위권에 진입했다. 동작구의 전략은 ‘돈맥경화’를 뚫어주는 자금 지원과 소비자가 찾아오는 상권 만들기다.

동작·성북 창업지원, 성동 행정지원 분야 전국 톱10 들어

오피스부터 네트워킹 지원까지
CES 수상 기업도 지원에 ‘매력’

구는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 대상 ‘사업화 자금 지원’을 통해 시제품 제작, 마케팅, 특허 출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지원한다. 자금뿐만이 아니다. 구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경영, 세무, 법률 등 ‘분야별 맞춤형 컨설팅’을 총 17회 실시해 초기 창업가가 놓치기 쉬운 리스크를 관리해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는 ‘로컬브랜딩’이다. 구는 노량진 만양로 일대를 ‘만나로 상권’으로 명명하고,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에 선정되며 최대 1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컵밥 거리와 연계한 로컬시그니처 메뉴 개발, ‘청춘응원 축제’, 용양봉저정 힐링 공간 운영 등 5대 로컬 콘텐츠를 통해 삭막했던 고시촌을 청년이 머물고 소비하는 ‘힙한 상권’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동작구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노량진 만나로 상인 간담회에 참석한 박일하 구청장(왼쪽 다섯째)과 상인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작구 제공

동작 유니콘밸리 입주 기업의 하나인 지브레인은 글로벌 무대가 주목하는 딥테크 기업이다.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 2026’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혁신상을 거머쥔 이들의 고민은 뜻밖에도 ‘채용'이었다. 김병관 지브레인 대표는 “송도 본사에서는 전문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었지만, 동작구의 거점 지원 덕분에 서울의 인재들을 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동물 실험실 설치를 위한 규제 혁파까지, 구청의 ‘적극 행정'은 지브레인이 동작을 핵심 베이스로 삼게 한 결정적 유인이었다.

김 대표는 “기업에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묻고 제도적 걸림돌까지 함께 치워주는 모습에서 지자체의 기업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전했다.

지자체장의 직접적인 ‘가교 구실’도 큰 힘이 됐다. 관내 중앙대병원의 신경과·신경외과 의료진과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이는 임상 시험이 필수적인 지브레인에 천군만마가 됐다. 김 대표는 “현재 8명인 동작 유니콘밸리 거점 인력을 앞으로도 계속 확대하며 이곳을 핵심 베이스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북구가 지난해 10월 길음청년창업거리에서 진행한 두근두근별길마켓에서 이승로 구청장(맨 오른쪽)이 청년 창업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북구 제공

성북구, “집과 사무실을 한 번에 청년 창업 1번지로”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대학 밀집 지역 특성을 살려 ‘직주일치’(職住一致) 전략으로 경쟁한다. 대표 브랜드인 ‘도전숙’(House of Challenge)은 업무와 주거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청년 창업가 전용 임대주택이다. 비싼 서울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어 청년들이 창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의 저력은 ‘꾸준함’과 ‘재생’에 있다. ‘성북 1인 창조기업 지원센터’는 중소벤처기업부 평가에서 무려 10년 연속 최우수 센터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한, 과거 유해업소가 즐비했던 길음동 거리를 청년 창업가들의 열기로 채운 ‘길음청년창업거리’ 조성 사업은 기피하던 장소를 ‘살고 싶은 동네’로 바꾼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도 구는 이곳의 10호점인 ‘청년창업가게’ 입주자를 모집하며 월세 지원과 최대 2천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내걸었다.

성북구가 지난해 10월 길음청년창업거리에서 진행한 두근두근별길마켓 모습. 성북구 제공

“규제 풀고 비용 낮췄다”…기업이 꼽은 ‘서울형 성공 방정식’

성동·동작·성북 이 세 자치구의 공통점은 ‘비싼 임대료’와 ‘부족한 공간’이라는 서울의 고질적인 진입장벽을 과감한 행정력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성동구와 성북구는 각각 ‘반값 오피스’와 ‘도전숙’이라는 공간 혁신으로, 동작구는 ‘사업화 자금’과 ‘상권 브랜딩’이라는 지원으로 기업의 숨통을 틔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이 서울이 가진 ‘네트워킹’이라는 강점과 결합해 시너지를 냈다고 분석한다. 이민창 한국규제학회회장은 “수도권은 신산업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지리적 인접성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가 크다”며 “지자체가 맞춤형 지원으로 (비용과 규제라는)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기업들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기업과 청년이 모이는 도시는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월세 걱정 없이 일할 공간’과 ‘실패를 줄여주는 멘토링’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서울의 자치구들이 보여준 이 ‘갓성비’ 행정은 지방 소멸 시대, 도시가 나아가야 할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변길 이동구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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