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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에 접어드는 서울수목원 온실에는 열대식물이 천장에 닿을 듯 훌쩍 자랐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예쁜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휴대폰에 꽃 사진이 수두룩하다.
신혼 때는 집에 화분이 남아나질 않아 ‘나는 식물이랑 인연이 없나보다’ 포기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자그마한 베란다 정원에 철마다 다른 꽃이 피고 진다.
똥손이 금손 된 비결은 대단할 게 없다. 그저 이 녀석들에게 지금 물이 필요한지 창문을 열어줘야 하는지 등을 슬쩍슬쩍 살피고 그 필요를 채워줄 뿐이다. 어쩌면 그 노하우는 좌충우돌 엄마로 살며 겪어낸 뼈아픈 시간의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식물을 키우는 것은 지독히도 닮았다.
양육의 이치를 알아갈수록 생명을 가진 것들의 소중함과 그 생명이 피워내는 작은 숨 한 자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록새록 느낀다. 그래선지 내 또래 여자들치고 꽃이나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식물원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온실은 요즘처럼 매서운 한파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엄동설한일수록 추위의 피난처요, 힐링의 쉼터로 그 진가가 드러난다.
1년 내내 무더운 싱가포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가 있다. 언제 가도 인산인해를 이루는 싱가포르 최고의 관광명소다. 바깥은 덥고 습한데, 시원한 실내정원엔 열대지역에선 볼 수 없는 벚꽃이나 튤립 같은 봄꽃이 대향연을 펼친다.
서울식물원 온실은 싱가포르의 실내정원과 계절이 반대다. 문밖은 코끝이 얼어붙을 지경이지만, 온실 안엔 바나나가 자줏빛 꽃을 피우고 파파야나무에 파파야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서울식물원 온실의 외관.
서울식물원은 2018년 10월부터 약 6개월간 임시 개장을 한 뒤 이듬해 5월 전면 개원해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들었다. 그사이 나무들은 키가 더 자랐고 울창해졌다. 대추야자나무는 곧 있으면 천장에 닿을 만큼 키가 커졌고 화분으로만 보았던 아레카야자는 얼마나 우람하던지 나는 마치 거인 나라에 온 걸리버처럼 거대한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열대우림이 내뿜는 산소를 깊이 들이마셨다.
서울식물원은 주제원과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까지 넓은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 온실이 있는 ‘주제원’이 서울식물원의 가장 대표적인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주제원’은 실외정원인 ‘주제 정원’과 실내정원인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 정원은 산이 솟아 있고 내가 흐르는 우리나라 지형을 본떠 만들었다고 하는데, 우리 땅에 자생하는 식물을 치유, 바람, 추억, 사색 등 8가지 주제로 나눠 구성한 야외 정원이다.
온실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구성돼 각 지역을 대표하는 12개 도시를 테마로 공간을 꾸몄다. 자카르타, 하노이, 보고타, 상파울루까지 4개 도시의 식물을 식재한 열대관에서는 잘 자란 커피나무부터 아마존 빅토리아수련 같은 귀한 식물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열대관에서 제일 인기 있는 나무는 소행성을 집어삼킬까봐 어린 왕자의 속을 태웠던 바로 그 나무, 바오바브나무다. 바오바브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니 사진을 찍으려면 대기는 필수다.
온실에 있는 바오바브나무는 서울식물원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지중해관은 아테네, 로마 같은 지중해 지역 도시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퍼스 같은 지중해성 기후대의 8개 도시를 테마로 식물을 심어놓았다. 봄부터 여름쯤에 해당하는 따뜻한 온도며 이국적인 식물들 덕분에 관람객들은 마치 지중해 어느 지역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중해관의 대표적인 나무는 올리브나무. 나의 버킷리스트 중에 ‘이탈리아 올리브 농장에서 갓 짠 올리브유 먹어보기’가 있는데, 서울식물원 온실의 올리브나무 앞에서 다시금 간절히 소원을 빌어본다. “우리 다음번엔 이탈리아에서 만나자.”
예전에 집에 있던 화분을 번번이 쓰레기장으로 보낼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이 키우는 것도 그랬다. 한밤중 열이 펄펄 끓을 때는 정말이지 초보 엄마의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일찍 찾아온 사춘기는 또 얼마나 힘들던지. 육아엔 정답이 없지만 적어도 육아를 식물 키우기에 대입해보면 어렴풋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욕심내지 말기. 햇빛도 물도 영양도 항상 과한 것이 문제였음을. 식물은 모두 같은 양의 물과 햇빛을 원하는 게 아니다. 이웃집 아이에게 통했던 방법이 내 아이에게도 똑같이 통할 수는 없다. 식물도 다 다르고, 아이도 다 다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그 다름을 존중해야 잘 자란다.
글·사진 강현정 작가(전 방송인) sabbuni@naver.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