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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벼랑 끝 여고생을 보듬다

찾동 1년 빈곤위기 가구 발굴 1만2271가구, 복지생태계 조성해 마을복지 실현

등록 : 2016-09-08 16:44 수정 : 2016-09-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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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방학3동주민센터에서 복지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김민경(왼쪽) 씨와 오진석 씨가 1일 오후 둘째 아이의 언어·심리장애 문제로 버거워하는 주민의 집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찾아가는 복지, 함께 만드는 마을’

서울시가 마을공동체를 되살려 복지 생태계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의 슬로건이다. 찾동은 지난해 7월 80개 동에서 시범사업을 한 뒤, 올 7월1일부터 13개 구 283개 동으로 확산해 운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2단계 출범식 인사말에서 “찾동 사업은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람특별시, 서울’로 가는 사업이며,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라는 말로 찾동이 서울을 사람 중심의 도시로 변화하도록 이끄는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마을 자원과 연계해 꾸준한 지원 가능해져

찾동 시범사업은 기존의 복지제도가 해내지 못한 성과를 보였다. 80개 동 주민센터에 배치된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는 지난 1년 동안 총 13만2210회에 걸쳐 주민을 찾았다. 시행 전 1년과 견주면 2.5배가 늘어났다. 어르신과 빈곤위기가정 평균 방문율도 각각 62%, 88%로 늘었다.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발굴한 빈곤위기가정도 1만2281가구에 이른다.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을 이용해 8791명에게 41억 원을 지원했다.

지원은 지역의 기관과 복지 자원을 연계해 상황에 따라 임시거처 마련, 맞춤형 급여 신청, 복지기관·병원 등 다른 기관과 연결 등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져, 위기가정이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찾동 사업으로 새로운 임무를 받은 우리동네 주무관, 마을사업 담당자가 지역관계망 형성으로 복지생태계를 이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유정(가명 고 3) 양도 찾동 사업으로 형성된 복지 생태계의 도움을 받았다. 최 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오빠와 함께 지냈다. 자궁경부암 4기로 항암 치료를 받던 어머니는 작년 12월에 가출했다. 하지만 전산 프로그램에는 어머니와 함께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도시가스는 체납으로 2013년에 끊겼고, 전기 역시 ‘제한 공급’ 상태였다. 밀린 월세도 1000만 원이 넘었다. 생활비가 없어 학교 급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유경 양의 어려움을 알게 된 담임교사는 유경 양을 쌍문2동 방문복지팀 윤신정 복지플래너와 만날 수 있게 애썼다. 윤 복지플래너는 유정 양의 심각한 상태를 ‘동단위 통합사례회의’에 보고했다. 유경 양은 위기 사례로 선정되면서 지역 복지 자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도봉희망복지센터는 유정 양의 오빠가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왔고, 어머니와 만나 수급자 신청을 하도록 설득했다. 밀린 도시가스 요금은 후원으로 해결하고, 지역 내 복지기관의 도움으로 월세방 보증금 500만 원과 가재도구를 마련했다. 주민센터에서는 유정 양에게 결식아동을 위한 꿈나무카드를 발급하고, 생필품을 지원했다. 지난 6월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하고, ‘우리아이 희망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했다. 집주인은 다행히 유정 양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밀린 월세를 받지 않았다. 지난 8월 결국 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장례식은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가 도왔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유정 양은 학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오빠는 직장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이런 사례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찾동은 모두 1334건의 사례관리 대상자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금방 해결할 수 없는 사례는 지역의 민간기관·전문가와 협업하는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찾동의 ‘방문 건강서비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년간 80개 동에서 직접 방문해 혈압·혈당·우울증·치매·허약 등 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65세, 70세 어르신은 3만694명이다. 이 가운데 치매와 우울·허약 증상을 보이는 어르신 7209명은 치매지원센터와 의료기관 등과 연계했다.

인포그래픽 이성훈 기자 lsh@hani.co.kr

사회복지직 등 총 1788명 충원해 찾동 본격화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살피고, 모유 수유와 아기 돌보기, 산후 우울 등에 대한 상담과 정보를 받은 출산 가정 방문서비스도 5683명에 달한다. 도움이 더 필요한 가정에는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간호사가 꾸준히 방문해 관리한다.

올해 283개 동으로 확산한 찾동 사업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사회복지 공무원 1448명과 방문간호사 340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난 1년간 마을사업전문가까지 포함하면 찾동에는 평균 7명가량의 인원이 늘어, 복지담당 공무원 1인당 복지대상자 수는 170명에서 115명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2018년에는 찾동 사업을 25개 자치구 424개 동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서울 전체로 확대해 복지와 건강 사각지대를 줄여 촘촘한 복지망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위해 “복지행정을 완전히 시스템화하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때까지 혁신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복지 실험과 도전은 우리나라 전체의 복지제도 변화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민 복지 기준은 제주도를 비롯해 세종시 등으로, 찾동 사업도 전주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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