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자동화된 ‘공장’서 무균 녹색 채소 생산

미래농업 현장인 구로구 항동도시농업체험장 안 ‘구로스마트팜센터’

등록 : 2022-05-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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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항동도시농업체험장 내 구로스마트팜센터에서는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4월29일 운영책임자인 안길범 반장이 채소 판을 들어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빛·온도, 수온·수량 스마트하게 관리

“원하는 날짜와 수량 맞춰서 계획 생산”

수확물, 취약계층 위한 기부·체험 활용

어린이집 등 대상 많은 프로그램 계획

구로스마트팜센터 버티컬팜 안으로 들어서자 구조물 위에서 자라는 녹색 채소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층마다 채소 크기와 생김새가 달랐다. 채소 앞에는 이름과 파종, 이식(옮겨심기), 정식(아주심기), 수확 날짜가 적힌 표가 붙어 있었다. 지난 4월29일 찾은 구로스마트팜센터는 마치 ‘채소 공장’ 같았다.

반장과 민재성 구로구 스마트기획팀 주무관이 재배한 채소를 들고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스마트팜에서는 원하는 작물을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양만큼 계획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안길범 구로스마트팜센터 반장(운영 책임자)은 “일반 농법으로 키우는 작물은 날씨 등 다양한 영향을 받아 파종일과 수확일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심은 날짜에 따라서 수확 날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11월 항동도시농업체험장 안에 도시농업체험과 교육을 할 수 있는 구로스마트팜센터(576㎡)를 만들었다. 버티컬팜(216㎡)과 스마트 온실(144㎡), 편의시설(216㎡) 등을 갖췄다.

“스마트팜은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자동으로 가장 적절한 상태로 유지합니다.” 스마트팜은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지능화된 농장’이다. 식물이 자라려면 잎이 있는 지상 환경 조건과 뿌리가 있는 지하 환경 조건이 식물의 성장에 알맞아야 한다. 지상부는 광합성을 잘하도록 빛,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 바람 등을 알맞게 유지해야 한다. 지하부는 뿌리가 영양소를 잘 빨아들이도록 수온·수량, 용존산소량, 영양소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안 반장은 “버티컬팜에서는 흙 대신 물에 영양분을 섞은 양액을 사용한 수경농법, 햇빛 대신 식물 성장용 파장을 내는 인공광으로 식물을 재배한다”고 설명했다.

“수경재배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물이 흐르는 담액식, 물이 5㎜ 정도로 얇게 흐르는 박막식, 물을 뿌려주는 분무식이 있죠. 이곳은 담액식 수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안 반장은 채소가 심어진 판을 분리해 내부를 보여줬다. 판 위쪽에는 채소잎, 아래쪽에는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 뿌리가 있는 쪽에는 양액이 흘렀다. 안 반장은 “판 아래쪽 뿌리가 흐르는 물에서 영양분을 빨아올린다”고 설명했다.

구로스마트팜센터 내 버티컬팜은 종합제어장치를 통해 온도, 습도, 바람, 피에이치(PH) 등을 관리한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곳은 인공광 1일 12시간, 평균 온도 20도, 습도 65~70%를 유지한다. 인공광은 식물이 광합성을 잘할 수 있는 파장의 불빛인데, 노란빛을 비롯해 푸른빛과 붉은빛을 띤 엘이디(LED) 등이 많았다. 녹색빛은 필요 없다고 했다.

“70평으로 350평 규모에서 재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수직으로 공간을 나눠 재배할 수 있어 면적 효율이 높다. 구로스마트팜센터 버티컬팜은 5층으로 된 구조물 각 층에서 채소를 재배한다. 잎 모양이 둥근 버터헤드를 비롯해 카이피라, 이자트릭스, 크리스피아노 등 상추과 채소 네 종류 8천 포기를 재배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평일 하루에 330포기, 30㎏가량 생산한다. 안 반장은 “채소 종류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무게가 100g 정도 된다”며 “더 크거나 작게도 만들 수 있지만 100g이 가장 적당한 크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반장은 바로 앞에 있는 크리스피아노 잎을 하나 뜯어 먹었다. “이곳은 무균 생산이 가능해 농약이 필요 없고 미세먼지 걱정도 없죠.”

스마트팜은 계절과 날씨와 관계없이 연중 계획 생산이 가능한 게 큰 장점이다. 채소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파종과 발아 2일, 이식하기 전까지 키우는 육묘 9일, 이식 10일, 정식 21일 등 발아부터 수확까지 42일가량 걸린다. 파종과 수확 기간은 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

버티컬팜 옆에 있는 스마트 온실은 자연광과 인공 흙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스마트 온실 내부는 바깥과 달리 조금 더웠다. “여름작물을 재배해 온도를 높게 유지하고 있죠.” 스마트 온실에는 지난해 11월부터 4월 말까지 딸기를 심어 수확한 뒤, 지난 28일 방울토마토와 참외 씨앗을 심었다. “방울토마토는 키가 2m까지 자라는데, 그 정도 키워서 수확하려면 양액이 따라가지 못해요. 그래서 키가 50㎝ 이상 자라지 않는 앉은뱅이 토마토를 심었습니다.” 안 반장은 “키가 작아 지지대를 세울 필요도 없고 학생들이 체험 활동을 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참외는 고설재배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덩굴 식물인 참외는 땅바닥에서 열매를 맺는다. 농부들이 허리를 숙이는 수고를 덜기 위해 허리 높이 정도에서 재배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구로스마트팜센터에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은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하거나 체험프로그램에 활용한다. 민재성 구로구 스마트도시과 스마트기획팀 주무관은 “버티컬팜은 매월 채소 600㎏을 생산하는데,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을 구로구 푸드뱅크마켓센터나 취약 시설에 전달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취약계층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구로구는 구로스마트팜센터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을 대상으로 딸기 수확 체험, 유럽 채소로 샐러드 만들기, 청소년 녹색 직업 체험 ‘꿈나래 에코벤처' 등을 운영한다. 또한 천왕산캠핑장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팜 견학과 요리가 합쳐진 체험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민 주무관은 “5월부터 주민들을 위한 스마트팜 동네배움터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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