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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확산, 신뢰가 필요해

등록 : 2016-07-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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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출근길. 집 근처 공유 주차장에서 ‘그린카’를 빌려 출근한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만 타고 반납하니 비용도 적게 들고 편리하다. 오후 3시 거래처 업무 발표. 입을 정장이 없었지만 ‘공유옷장’에서 빌려서 해결했다. 저녁 8시, 동호회 사람들끼리 작은 파티를 열었다.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빌린 공간은 홈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니 흥이 더 난다. 휴일인 내일은 캠핑을 떠날 것이다. 물론, 필요한 장비는 빌려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사회의 모습이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생활은 더 풍요롭다. 꼭 ‘내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으면 집이나 자동차를 사느라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평생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공유 도시, 서울’이 꿈꾸는 미래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환경, 일자리, 복지 등 서울시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유경제를 주요 정책으로 실천하고 있다. 서울시가 ‘공유’에 주목하는 까닭은 기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문제를 풀어 보자는 뜻이다.

2012년 9월, 서울시는 ‘공유 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서울특별시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한 뒤, 장난감이나 옷 같은 물건부터 시간, 정보, 공간 등 사회적 자원까지 공유하고자 노력해 왔다. 서울시가 지난해까지 보조금을 주거나 인프라를 깔기 위해 지원한 기업과 단체만 64개에 이른다. 서울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공유 서울’(//sharehub.kr)을 만들고, 공유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 기업과 단체, 관련 행사, 서울시 정책 등 관련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올해 역시 공유 확산성, 지속성, 수익성 등을 평가해 지속해서 공유기업을 발굴하고 있다”는 서울시 공유도시팀 김동섭 주무관의 말은 ‘공유 도시, 서울’ 정책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되는 정책임을 증명한다.

그 결과, 시민들의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시가 시민 2500명에게 실시한 ‘공유 서울 정책 인지도 조사’에서 시민 95.2%는 16개 공유 정책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용만족도도 82.7%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16개 공유 정책별 편차는 매우 크다. ‘나눔카(카 셰어링)’에 대해서는 81.2%가 알고 있다고 답하고 만족도도 90.7%로 높았다.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꼽았다. 반면에 공유 서가, 휴먼 라이브러리, 공구 도서관 정책의 사용자 만족도는 70%대인 데 비해 인지도는 각각 31.4%, 27.2%, 35.6%로 낮았다.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공유경제의 개념을 “저성장, 취업난, 가계소득 저하 등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합리적인 소비생활”로 정리했다.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함께 소유’보다 ‘함께 사용’한다는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장을 공유하는 ‘열린옷장’ 한만일 대표는 “공유가 선순환되려면 공유 아이템의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는데, 함께 쓰는 것이니 내 것처럼 소중하게 사용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공유경제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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