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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마미순찰대 이경애 대원이 지난 6월29일 성내2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뒤 골목의 안전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강동구 ‘마미순찰대’ 이경애(62) 대원의 카카오톡에는 저녁 8시가 되면 날마다 문자가 쏟아진다.
‘광나루 수영장 가로등이 깜박이고 있어요.’(천호2동 5조 이만순 대원)
‘성내2동 000번지 전신주에 전선이 늘어져 있어요.’(성내2동 2조 백근순 대원)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여성순찰대’인 마미순찰대 대원들이 밤 10시까지 마을을 순찰하면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마미순찰대 단톡방’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22일 출범한 ‘2017년 마미순찰대’는 현재 암사1동·천호2동·천호3동·성내2동·성내3동·길동의 6개 동네에 5개조씩 총 30개조, 60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마미순찰대원들은 오는 12월 말까지 주말을 뺀 주중에 5개조가 한 차례씩 돌아가면서 마을 곳곳을 살핀다. 단톡방에 올라온 문제들은 마미순찰대 담당인 강동구 여성가족과 조의현 주무관이 파악한 뒤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자체 해결하고, 다른 과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은 도움을 받아 처리한다.
성내2동에 살고 있는 이 대원도 같은 동네에 사는 채정옥(55) 대원과 조를 이뤄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마미순찰대를 상징하는 연두색 조끼를 입고 반짝이는 경광등을 손에 꼭 쥐고 다닌다. 이 대원은 지난해 암사1동·천호3동·성내2동 3개 마을에서 진행된 ‘2016년 마미순찰대’ 때부터 활동한 고참 대원이다. 마미순찰대원들은 모두가 대원으로 동등하며, 대장은 없다.
18년 넘게 새마을부녀회 활동을 해오면서 2015년부터는 성내2동 회장까지 맡고 있는 이 대원은 ‘순찰대 활동은 좀 더 동적일 것 같은’ 생각에 순찰대원이 됐다. 홀몸어르신 돕기 등을 하는 새마을부녀회의 ‘정적인 활동’과 대비되는 매력이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원은 “27년이나 성내2동에 살았음에도 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미로를 새로 발견하는 등 마을이 어떻다는 것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고 한다.
물론 겁도 좀 났다. 출범식 날 강동경찰서로부터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여성 두명이 한 조가 돼 어두운 밤 골목을 순찰한다는 두려움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 대원은 “마미순찰대의 연두색 조끼를 입으면 그런 불안감이 싹 사라진다”고 말한다. 조끼를 입으면 주변에서도 그냥 ‘동네 아줌마'로 보지는 않는 듯하단다. 그렇게 동네 골목들을 누비다 보니 골목길이 이제는 무섭다기보다는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평균 연령 50살의 마미순찰대원들은 완력이 아닌 여성들이 지닌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마을의 안전을 지킨다. “가령 어둠이 내린 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는 여성이 있으면, 그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살펴봐줍니다.” 술 취해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차가 안전하게 싣고 가는 것까지 봐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엄마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강동구가 마미순찰대를 조직한 것도 바로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마을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마미순찰대는 강동구가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하나로 꾸려지고 있다. 강동구는 2016년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앞으로 5년 동안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자리, 일·가정 양립, 여성 안전 등 많은 정책을 진행한다. 마미순찰대는 이 가운데 여성안전 부문 정책에 해당한다. 전국 4000여곳에서 10만명이 넘는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자율방범대’ 활동과는 달리 여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마을 안전을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미순찰대의 성과가 꼭 안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마미순찰대가 마을 주민들 간 ‘인사하는 분위기’를 비롯해 ‘옛 공동체의 기억’도 되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원은 “처음에는 순찰을 한다니까 주민들 중에서는 ‘별짓을 다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고생이 많다’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준다”고 말한다. 이 대원은 “순찰대 활동을 해갈수록 20여년 전 성내2동에 처음 자리 잡았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커진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앞집 뒷집 가리지 않고 보리밥에 열무김치나 수제비 등을 서로 내와 너나없이 나눠 먹던 날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 ‘옛 골목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인사말’ 속에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캄캄한 골목도 왠지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을 골목길을 돌며 이것저것 살피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다. “성내2동, 이상 없습니다. 퇴근합니다.” 이 단원도 단톡방에 문자를 남기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번 마을 순찰 땐 좀 더 골목길이 정겹게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평균 연령 50살의 마미순찰대원들은 완력이 아닌 여성들이 지닌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마을의 안전을 지킨다. “가령 어둠이 내린 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는 여성이 있으면, 그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살펴봐줍니다.” 술 취해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차가 안전하게 싣고 가는 것까지 봐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엄마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강동구가 마미순찰대를 조직한 것도 바로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마을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마미순찰대는 강동구가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하나로 꾸려지고 있다. 강동구는 2016년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앞으로 5년 동안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자리, 일·가정 양립, 여성 안전 등 많은 정책을 진행한다. 마미순찰대는 이 가운데 여성안전 부문 정책에 해당한다. 전국 4000여곳에서 10만명이 넘는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자율방범대’ 활동과는 달리 여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마을 안전을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미순찰대의 성과가 꼭 안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마미순찰대가 마을 주민들 간 ‘인사하는 분위기’를 비롯해 ‘옛 공동체의 기억’도 되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원은 “처음에는 순찰을 한다니까 주민들 중에서는 ‘별짓을 다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고생이 많다’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준다”고 말한다. 이 대원은 “순찰대 활동을 해갈수록 20여년 전 성내2동에 처음 자리 잡았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커진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앞집 뒷집 가리지 않고 보리밥에 열무김치나 수제비 등을 서로 내와 너나없이 나눠 먹던 날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 ‘옛 골목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인사말’ 속에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캄캄한 골목도 왠지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을 골목길을 돌며 이것저것 살피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다. “성내2동, 이상 없습니다. 퇴근합니다.” 이 단원도 단톡방에 문자를 남기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번 마을 순찰 땐 좀 더 골목길이 정겹게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