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엄마의 마음으로 골목길 살펴”…‘녹색 조끼’가 빛나는 까닭
전국 유일 여성들로 구성된 강동구 ‘마미순찰대’ 이경애 대원
등록 : 2017-07-06 16:14
강동구 마미순찰대 이경애 대원이 지난 6월29일 성내2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 들어선 뒤 골목의 안전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강동구 제공
평균 연령 50살의 마미순찰대원들은 완력이 아닌 여성들이 지닌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마을의 안전을 지킨다. “가령 어둠이 내린 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는 여성이 있으면, 그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살펴봐줍니다.” 술 취해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112에 신고하고 경찰차가 안전하게 싣고 가는 것까지 봐야 마음이 놓이는 것도 ‘엄마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보기 때문이다. 강동구가 마미순찰대를 조직한 것도 바로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마을 안전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마미순찰대는 강동구가 추진하는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하나로 꾸려지고 있다. 강동구는 2016년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앞으로 5년 동안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자리, 일·가정 양립, 여성 안전 등 많은 정책을 진행한다. 마미순찰대는 이 가운데 여성안전 부문 정책에 해당한다. 전국 4000여곳에서 10만명이 넘는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자율방범대’ 활동과는 달리 여성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마을 안전을 점검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마미순찰대의 성과가 꼭 안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마미순찰대가 마을 주민들 간 ‘인사하는 분위기’를 비롯해 ‘옛 공동체의 기억’도 되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원은 “처음에는 순찰을 한다니까 주민들 중에서는 ‘별짓을 다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들 ‘고생이 많다’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준다”고 말한다. 이 대원은 “순찰대 활동을 해갈수록 20여년 전 성내2동에 처음 자리 잡았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커진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앞집 뒷집 가리지 않고 보리밥에 열무김치나 수제비 등을 서로 내와 너나없이 나눠 먹던 날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그 ‘옛 골목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인사말’ 속에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면 캄캄한 골목도 왠지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마을 골목길을 돌며 이것저것 살피다 보니 어느새 밤 10시다. “성내2동, 이상 없습니다. 퇴근합니다.” 이 단원도 단톡방에 문자를 남기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번 마을 순찰 땐 좀 더 골목길이 정겹게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