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석의 좋은 건축 나쁜 건축 이상한 건축

‘좋은 건축 나쁜 건축 이상한 건축’ 칼럼 시작하며

등록 : 2017-06-01 16:08 수정 : 2017-07-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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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서커스의 신묘함은 두 시간을 넘기 힘들고, 끝나고 다시 마주하는 세상은 변함없이 팍팍하다. 제아무리 즐거워도 서커스가 삶이 될 수는 없는 법.

건축물이 소중하고 건축가가 칭찬받을 일이 있다면 그것은 건축이 제대로 담은 평안한 일상에 대한 고마움이어야지, 남들은 못할 신기한 재주 때문이라면 기운 빠질 일이다. 그렇다고 신명 나는 서커스가 없어서도 안 될 말이다.

서커스 같은 건축이 꼭 필요한 자리에서 딱 맞는 몫을 하면 좋은 건축일 수 있지만, 삶을 담보로 집이나 학교, 일터에서까지 재주를 뽐내면 이상한 건축이고, 일상을 망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참 나쁜 건축이 된다.

좋은 건축이란 어머니가 지어주는 밥 같은 것이다. 창의성에 화려한 장식까지 더한 저명한 셰프의 멋진 작품은 혼을 빼놓지만, 비싸고, 양 적고, 실상 맛도 별로여서 속 쓰렸던 경우가 숱하다. 더구나 삼시 세끼 그런 고급 요리만 먹고 살 생각도, 능력도 없다. 다를 바 없는 찬에, 있는 재료로 끓여낸 된장찌개와 고슬한 밥 한 공기의 정성이 우리에게 필요한 일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이루는 바탕이다.

좋은 건축이란 그런 것이다.

안준석/공학박사. 미국 건축사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고려대와 라이스대학에서 공부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설계를 한 지 30년을 바라보고, 경기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세상에 상처 입힌 건축에 모난 소리 하고 나서다 정 맞는 일 흔하고, 그깟 정쯤 쭉 맞으며 지내겠다고 마음먹은 지 오래다. 이제 ‘좋은 건축 나쁜 건축 이상한 건축’이라 문패 걸고 무거운 건축 얘기를 가볍게 해보려 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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