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쳐가는 곳에서 사는 곳으로’ 변화 잇는 매개 되고파”

인터뷰 | 조재혁 호암로 스튜디오 운영자

등록 : 2022-12-08 16:35 수정 : 2022-12-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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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조재혁씨(뒷줄 맨 오른쪽)가 입주자 재능나눔 원데이 클래스 모임 ‘호암로 스튜디오’ 관련 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1호점 커뮤니티 공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조재혁씨 제공

조재혁(42) 호암로 스튜디오 운영자는 지난 4월부터 관악구 신림동 공유주택 ‘쉐어어스’ 3호점에서 살고 있다. 그는 8년 동안 일본에서 건축설계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고 학위를 따 지난 3월 귀국했다. 11월29일 <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마을 전체가 집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실제 어떻게 작동되는지 겪어보고 싶었다”며 쉐어어스 입주 이유를 설명했다.

3호점엔 17㎡ 규모의 방 6개와 주방, 거실, 욕실 등 공동 공간이 있다. 그가 기대했던 것만큼 공유주택 생활 공간에서는 입주자 교류가 잦지는 않았다. 커뮤니티 시설 활용 프로그램 ‘민화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그는 3호점 입주자를 만나 얘기도 나눴다. 1호점, 4호점 이웃들도 만나 인사했다. 그는 “생활 공간에서 마주치는 건 좀 껄끄러워도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서로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다른 입주자들과 ‘원데이 클래스’ 호암로 스튜디오를 만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 1인가구 주거환경 연구자로서 그는 거주 공간 이외 또래들과 만날 수 있는 제3의 공간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먹고 자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지인이나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공간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소통하며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루짜리 프로그램으로 정한 건 지역 특성을 반영해서다. 신림동 고시촌은 잠시 머물다 가는 이가 많다. 그만큼 정주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공유주택의 입퇴실 기본 기간도 6개월이다. 물론 연장할 수는 있다. 그는 “1인가구 청년들이 혼자 살면서 취미나 관심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입주자들의 재능을 나눠 운영할 호암로 스튜디오에는 쉐어어스 입주자 5명이 참여하고 있다. 각자 본업을 하면서 짬을 내 준비했기에 속도는 더디지만 재밌게 하나씩 만들어간다. 그가 모임장을 맡고 온라인 소통, 공간 조성, 오프라인 모임 등의 역할을 나눠서 한다.

호암로 스튜디오는 내년 3월부터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참가비는 강사료를 지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1인가구 청년 지원사업 연계도 고민하고 있다. 관악구 청년정책 제안 단체인 유스크루에서 정보를 받고 해당 플랫폼에서 홍보도 한다. 신림복지관과 관악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통해 참여자 모집과 재원 조달 방안에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는 “쉐어어스 입주자 이외에도 다른 주택에 사는 청년들이 프로그램 문의를 해오고 있다”며 “우리들의 활동이 신림동 고시촌이 ‘거쳐 가는 곳’이 아닌 ‘사는 곳’으로 변화를 이어가는 매개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현장실사를 한 김지훈·문영록씨는 호암로 스튜디오 활동이 오랫동안 이어질 거라 내다봤다. 이들은 “청년층의 문화 수요가 풍부하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고립감 해소에 대한 열의도 강해 호암로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활동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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