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에서 장점과 함께 단점 보여주니 ‘친구’가 됐다

정다정의 ‘소셜미디어 살롱’ ⑥ 소셜미디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록 : 2024-03-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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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소통하는 방식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이제 소셜미디어 독자들은 단순한 정보를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뒷이야기나 더 깊은 스토리는 물론이고 장점과 함께 약점도 알고자 한다. 빙그레는 인스타그램 계정(@binggraekorea)에서 자사 제품에 스토리를 얹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왕자는 이제 친숙할 정도다.

소셜에서도 이제 ‘정보’ 이상의 것 원해

‘일상 이야기’와 ‘장단점’ 등 함께 보여줘

작은 마케팅 회사, 회사 얘기 올려놓자

분위기에 매력 느낀 지원자가 3명 몰려


촬영 뒷얘기까지 소개하는 넷플릭스

팔로어 700만인데 악플은 거의 없어


빙그레, ‘왕자 캐릭터’로 친숙함 만들고

아멜리, “고칠 점” 요청하자 ‘진정성’ 평가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 애덤 모세리가 지난 2월 말 한국에 다녀갔다. 그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탐색 탭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모세리는 남성 패션, 시계 브랜드 등이 가득한 자신의 탐색 탭을 보여줬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은 90% 이상이 브랜드를 팔로한다. 인스타그램이 진행한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3명 중 2명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브랜드와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을까?

작은 동네 가게부터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까지 요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거의 없을 정도다. 소셜미디어는 가게의 영업시간 공지에서부터 사람들의 참여 독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소셜미디어로 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 귤메달(@gyulmedal)은 제주도 귤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귤메달 양제현 대표는 처음에는 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소셜미디어 활동을 시작했다. 귤메달의 소셜미디어에는 귤 구워먹기, 밀감하이볼 만들기 등 귤을 이용한 다양한 활용법이 가득하다.

귤메달은 차차 입소문이 나더니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귤메달+오뚜기’ 팝업을 통해서는 귤과 오뚜기 제품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와 주스 등 제품을 선보였다.

또 브랜드 공력이 쌓여가자 여러 브랜드에서 다이렉트메일(DM)로 콜라보를 요청해왔고 다양한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서는 제주 수제 캔디숍 미스터스위츠(@mr__sweets)와 함께 수제캔디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혼자 놀다가 지금은 함께 노는 것을 가장 잘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제주도에 있는 귤 판매 스타트업인 귤메달(@gyulmedal)은 스토리 있는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다. 귤 등이 선수로 등장하는 농구장 패러디 모습.

사람들은 브랜드가 다양한 일상과 브랜딩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와 정보를 같이 전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영어 공부 앱인 ‘스픽’(@speak_kr)은 다양한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릴스를 만들어 올린다. 음식 주문할 때 원어민처럼 말하는 법, 원어민은 못 알아듣는 한국식 영어 표현 등 알아두면 좋은 영어 팁을 1분 영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다. 부담 없이 쉽게 원어민 표현을 배울 수 있어서 직장인들이 눈여겨본다. 스픽 ‘스레드’(인스타그램팀이 만든 새로운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는 팔로어가 5만이나 된다.

“대표님한테 허락 안 받고 걍 시작한 계정”이라는 소개말처럼 편하게 회사 생활하는 이야기, 본인이 취업한 이야기 등 회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간중간 회사 생활 관련 영어 표현 등도 알려준다. 스픽 이용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회사의 분위기가 궁금한 사람들도 애정을 가지고 본다.

프랙티컬스트레티지(@practical_strategy)는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작은 마케팅 회사지만 피드에는 회사 소개를, 스토리에는 회사 일상을 올린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보고 회사 분위기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다. 요즘은 회사 문화나 기업 분위기를 소셜미디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는 방식이 채용과 회사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브랜딩에도 소셜미디어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인스타그램에서 여신으로 변신한다.

브랜드들은 팬심을 관리하는 데도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한다. 넷플릭스(@netflixkr) 계정은 넷플릭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이다. 한국에서 제작하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외국 팬들의 댓글도 많이 보인다. 새로 공개하는 시리즈, 영화의 뒷이야기, 밈으로 만든 콘텐츠 포스팅을 올리고 팔로어들과 댓글로 활발하게 소통한다. ‘#주말넷플뭐봄’ 같은 해시태그로 콘텐츠를 홍보한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화 <로기완>의 주인공 송중기가 어떻게 캐릭터를 잘 드러낼 수 있었는지 등 촬영 뒷얘기도 알려준다. 넷플릭스 소셜미디어 담당자는 팔로어가 700만 명인데도 좀처럼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는 신기한 계정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찐 팬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찐 팬들을 위한 계정을 운영하는 브랜드도 많다. 버거킹은 ‘@burgerkingdom_official’이라는 비공개 부계정을 운영한다. 비밀 할인코드를 공유하고 팔로어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팬들과 만난다.

인테리어 관련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오늘의집(@todayhouse) 계정은 자기 집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의 참여로 계정을 운영한다. 또 #우리집컵자랑챌린지 #건강한끼챌린지 등 다양한 챌린지로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오늘의집 디자이너들이 만든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카탈로그 같은 계정 ‘@ohouse_stylebook’도 운영한다.

투썸플레이스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TWOSOMEsays’ 계정을 운영하면서 팔로어와 활발하게 소통한다. 보다 보면 내가 공주님이 된 듯하다.

브랜드는 다양한 페르소나를 입고 사람들을 만난다. 투썸플레이스는 엑스(X)에서 ‘@TWOSOMEsays’ 계정을 통해 집사 콘셉트로 팔로어들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보다 보면 내가 공주님이 되어 지금 당장 매장에 달려가 집사가 건네주는 케이크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팔로어들과 주고받은 상황극이 밈으로 바이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팔로를 늘려 빙그레 왕국의 왕이 돼야 한다고 나타난 빙그레 인스타그램 계정(@binggraekorea)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 왕자는 이제 친숙할 정도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늘어 왕위 등극에 성공했다. 투게더 아이스크림은 ‘투게더리고리경’으로, ‘더위사냥’은 빙그레우스의 호위기사로, ‘바나나맛 우유’는 여신으로 분했다.

지난해에는 빙그레우스가 버추얼 유튜버로 데뷔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짧은 만화로, 유튜브에서는 영상으로 길게 캐릭터의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친숙한 제품이 캐릭터를 입고 살아 움직이는 것을 즐기며 함께 논다.

뷰티 브랜드 아멜리(@ameli_official_kr)는 “구매했던 것 중에 정말 별로였던 제품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피드를 올려 열심히 소통하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멋있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브랜드의 진정성도 중요하다. 뷰티 브랜드 아멜리(@ameli_official_kr)는 솔직하게 팔로어들과 소통한다. 얼마 전에는 구매했던 것 중에 정말 별로였던 제품이 있는지 알려달라는 피드를 올렸다. 사람들은 솔직하게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달았고, 좋은 점만이 아닌 고쳐야 할 점에 대해서도 열심히 소통하는 브랜드의 진정성에 놀랐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내 곁에 있는 친구처럼 여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브랜드가 놀이터이자 놀잇감이 된다. 같이 놀고 싶어 하고 친구처럼 댓글로 소통하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더욱 브랜드는 놀이터이면서도 진정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의미와 재미를 같이 전달하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친구를 생각해보자. 자기 자랑만 하는 친구와는 만나고 싶지 않다. 누구나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기에 그렇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사진 인스타그램·엑스 화면 갈무리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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