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북카페도 풍경보다는 수익모델이 우선

책 읽기 좋아하는 30대 여성, “남편이 북카페 내자고 성화인데 왠지 불안해요”

등록 : 2016-10-13 11:07 수정 : 2016-10-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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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는 맞벌이하는 30대 후반의 부부입니다. 두 사람 모두 읽는 것을 좋아해서 신문, 잡지, 책, 활자로 된 것이라면 보이는 대로 읽습니다. 제 직업은 문화 혹은 책들과 관련이 있어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살고 있는데, 문제는 제 남편입니다. 그는 책과 전혀 거리가 먼 숫자와 다투는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빨리 직장을 때려치우고 함께 북카페를 만들자고 성화입니다. 날마다 좋아하는 책만 읽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는 상상으로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저도 그 생각이 나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왠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다르게 글 쓰는 소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책이 좋을 뿐인데, 장기적으로 북카페를 해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회의도 됩니다. 참고로 저희는 달랑 전셋집 하나가 재산의 전부이고 아이도 갖지 않고 있습니다. 망설이다가 의견 구합니다.

A) 일종의 ‘활자중독’이시군요. 날마다 책 읽는 삶,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영상을 주로 다루는 직장에서 일했지만, 저 역시 평생 책과 함께했습니다. 한때는 회사 구내서점에서 한 달에 가장 많은 책을 산 직원으로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러하기에 두 분에게 남다른 정서적 연대감을 갖고 사연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남편은 이 시대의 카프카인 듯싶습니다. 체코의 프라하에 살면서 독일어로 <변신> <성> <심판> 같은 명작을 많이 남겼던 작가지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원래 보험공사의 직원이었지만, 낮에는 금융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퇴근 후 밤에는 글 쓰는 작가라는 분열된 두 개의 세계 속에 살았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해 직장을 다녔으면서도 금융이란 직업이 체질에 맞지 않았던 거지요. 14년 직장생활 하는 동안 책임감에 자기 직무에 충실했지만 늘 분열된 세계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이 아니고, 프라하 시민이면서 프라하 시민이 아니고, 독일인이지만 동시에 독일인이 아니었던 것처럼, 금융권 직장인이었지만 영혼은 그곳에 속해 있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이질적이고, 분열된 존재가 바로 카프카였습니다. 조금씩 종류는 다르겠지만,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에는 또 다른 카프카들로 넘쳐납니다. 꿈과 직업의 불일치입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혹은 연주를 하든, 또는 그 무엇을 하든 투 잡, 스리 잡을 갖고 카프카처럼 살고 있습니다.


요즘 북카페 정말 유행입니다. 홍대 부근, 뚝섬 서울의 숲, 북촌과 서촌, 상암동, 파주 출판단지, 분당, 지역을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과장되게 말하면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기는 것이 북카페입니다. 제 주변에도 북카페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고, 저 역시 북카페를 즐겨 찾고 작은 행사도 갖습니다. 독립해서 성공한 분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책을 다루기는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음악, 조명, 책상과 소파, 여기에 식음료 선정과 직원 관리, 그리고 매출 신경에 하루가 훌쩍 지나갑니다. 요즘 고객들은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합니다. 때로는 책보다는 인테리어가 더 관건입니다. 차별화된 인테리어는 곧 비용을 의미합니다.

30대 후반이라고 하면, 남자의 경우 길어야 10년 정도 직장생활일 텐데, 북카페의 임대료와 소요되는 비용 등을 종합해보면 퇴직금은 크게 여유 있는 자본이라 판단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카페에서 읽었던 어느 분의 글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창업 정신, 기업가 정신이 좋아 보였다. 실리콘밸리의 문화도 와닿았다. 이 시대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삶의 방식이고 혁신의 에너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고상한 이념보다 하루하루 생존과 싸우는 게 현실이다. 행복, 더 나은 삶이란 단어는 사치일 뿐이고 오로지 ‘돈’과 싸우게 된다. 왜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왔는지 후회막급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다니시는 직장이 ‘돈’과 수치를 다루는 곳이어서 탈출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역설적으로 새로 북카페를 열었을 경우 이전보다 더 ‘돈’ 그리고 수치와 싸울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북카페, 1인 기업, 그 이름이 어떤 것이든 간에 독립의 핵심은 ‘캐시 카우’(확실한 수익 창출원)라 표현되는 수익모델입니다.

직장에 다니면 월급이 통장에 저절로 꽂히니까 걱정할 필요 없지만 일단 직장 문턱을 나서면서부터 돈과 직면하게 됩니다. 최소한 남들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수입이 발생할 것과 그 수입원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 2~3년은 지속가능해야 합니다. 독립이란 단어는 우아하지만, 그 우아함이 유지되려면 수익모델 분석부터 선행되어야 합니다.

비유가 될까 하여 유대인의 특이한 율법 하나 소개합니다. 놀랍게도 유대인 율법은 베푸는 것에도 지나침이 있다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십일조처럼 수입의 10% 이상을 자선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수입의 20% 이상을 자선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치게 베풀다 가난해져서 결국 본인이 남들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 부닥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절제와 돈의 무서움을 가르칩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입니다. 일주일, 한 달, 1년만 하고 그만둘 독서와 문화생활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수익을 내서 굴러가지 않는 일은 금방 지칩니다. 지치다보면 좋아하는 것도 멀어집니다. 북카페 풍경은 분명 낭만적이지만, 북카페 운영도 낭만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북카페 그리 간단하게 보고 달려들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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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관승 세한대학교 교수·전 imbc대표이사· 전 mbc기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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