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자기 이해와 자기 긍정,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

이 시대 젊은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등록 : 2018-03-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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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젊은이들의 감정 문제는

과잉이 아니라 느끼지 못하는 것

극복 위해 자신만의 힘을 발견해야

어렵겠지만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감정 다루기’를 주제로 저녁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저녁 치유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 그때는 유독 30대 전후의 젊은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이 겪는 감정 문제는 감정 과잉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어려움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내 감정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 느낌이 없어요. 기쁘지도 않고 화도 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조금씩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천천히 물에 잠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젊은 친구들은 문득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짓곤 합니다.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것도 꺼리지요. 털어놓는 고민도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과 단절, 취업의 좌절, 직장 상사의 괴롭힘이나 해고의 불안, 외모 콤플렉스와 따돌림, 성폭력 등이 그것이지요. 사회적으로 비교적 적응을 잘한 사람들도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자기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직업적 성공을 추구하다가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이들이 요즘은 많습니다. 그런 그들이 말합니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서 이런 생각을 해요. 이대로 눈을 감은 채 내일 아침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제가 보기에 젊은 세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감정노동자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밝고 싹싹하고 상냥하고 예의 바르며 잘 웃습니다. 마치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만 골라 담을 수 있는 뷔페식당과 다르게, 감정은 부정적인 쪽과 긍정적인 쪽 모두를 경험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하면 동시에 긍정적인 감정도 사라집니다.

사실 감정에 대해 ‘부정적’ 또는 ‘긍정적’이라는 가치평가를 내리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대체로 긍정적 감정은 사회적 관계에서 필요하고, 부정적이라고 하는 감정은 개인의 생존 문제와 관련됩니다. 생존이 위협당한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분노나 불안, 질투 등을 느끼지요. 결국 그 어떤 감정이든 나를 돕기 위한 것이며, 그 모든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라고 부추길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부정적 감정은커녕 “노”(NO)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도, 지나치게 당당해 보여도, 부정적 평가를 받고 불이익을 감당해야 하니까요. 부정적 감정을 느껴봤자 본인만 괴로울 뿐입니다. 그래서 그 처치 곤란의 감정을 죽이기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쿨’하다든지 ‘시크’한 게 그래서 그들의 로망이 되었나 봅니다.

그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데는 저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잘못이 큽니다. 우리가 시류와 세상의 관점에 휩쓸려 나를 잃어버렸고, 젊은 세대에게도 너 자신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능력이나 매너가 더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외쳐댔기 때문입니다. 네 안에 있는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모두 다 없애버려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는 이제 어른들의 그런 훈계나 속삭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보호자나 어른이 되어 자신을 돌보고, 자기만의 힘을 발견해야 합니다. ‘자존감’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너새니얼 브랜든은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뜻은 곧 자신에게 권한을 준다는 말이다. 내 삶을 나의 것으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신의 행복을 책임지려면 자기 이해와 자기 인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입니다. 우리 사회를 유지해오던 모든 권위와 규율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직업이 급격하게 생멸하고, 4차산업의 시대가 장차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거라고 세상은 호들갑을 떱니다. 그뿐인가요? 극심한 경쟁과 정서적 억압 등이 우리를 심리적 불안정 속으로 몰아넣어, 우리 대부분은 마음의 상처와 씨름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인간관계도 훼손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크고 작은 일터에서 경험하는 불합리는 상상을 불허합니다. 겨우 가족에게서 벗어나 이제 막 성인으로 독립하려던 젊은 친구들이 직장에서 또다시 상처 입고 무너집니다.

이 혼란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신뢰해야 하는데, 자기 신뢰는 자기를 얼마나 많이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자기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원하는 건 뭔지 그 누구보다 자기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에게 심리학적 자기 탐색은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여기서 자기 앎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살아나가면서 가능해집니다. 심리학적인 자기 이해도 현실의 경험이 있어야 더 깊어지지요. 그러니 현실에 나가서 그 무엇이라도 시도하고 경험하세요. 다만 인생의 얼마간은 실패를 반복하게 될 텐데 그렇더라도 자기 비난은 금물입니다. 실패를 인생의 끝장이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는 경험이지 결말이 아닙니다.

어렵겠지만 끝까지 버텨야 합니다. 이 혼란한 세상에서 자기만의 길, 자기만의 법칙을 발견할 때까지 말입니다. 장담하건대 당신은 결국 그 길을 찾을 겁니다. 그때까지 당신들의 아름다움이 너무 많이 훼손되지 않게 자기를 알아가고 자기를 보호하기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젊은 세대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앤>의 ‘내 삶의 주인 되기' 연재에 수많은 사연을 보내고,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끝>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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