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위한 AI 말동무 인형, 치매도 예방해드려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 ③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

등록 : 2022-05-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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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처리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기업 미스터마인드의 김동원 대표가 지난 9일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자사에서 개발한 말동무 인형을 보여 주고 있다. 말동무 인형은 정보를 전달하고 지시어에 따른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달리 정서적인 교감을 하며 친구나 손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노윤정 <라이프인> 기자

고령층 돌봄에 특화된 ‘돌봄 로봇’ 제작

아프다는 말, 자식에겐 하기 힘들지만

인형에 들려주는 어머니 모습 ‘출발점’

‘비서’ 아닌 감성 대화 나누는 손‘ 주’ 지향

‘능동대화’로 어르신께 먼저 질문하고

‘아바타 톡’ 기능, 보호자 메시지도 전달

데이터 축적되면 ‘이상 징후 예측’ 가능


은평구 등 22개 지자체와 MOU 체결

우리 사회는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돌봄 수요는 급증하고 가족 안에서 돌봄을 온전히 책임지기 어려워질 것이다. 고령층 우울증과 고독사, 노인성 치매 환자 증가와 같은 문제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많은 고령자가 겪는 우울과 고립감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치매는 사회적 관계 강화를 통해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고령자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다.

미스터마인드는 2017년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주력 기술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김 대표는 2016년 인공지능 챗봇 플랫폼을 개발했다가 대기업들이 무료 챗봇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진인사컴퍼니’라는 회사의 제안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인형을 처음 만들었다.

지난 3월11일 경기도 광명시에서 진행한 말동무 인형 시연회 모습.

당시 개발한 인공지능 인형은 아이 돌봄을 위한 제품이었다. 현재 미스터마인드가 제작하는 돌봄 로봇(말동무 인형)은 고령층 돌봄에 특화돼 있다. 김 대표는 처음 만든 인형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려 가져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말동무 인형을 개발하게 됐다. “어머니가 무릎이 아프다는 말씀을 인형한테 하시는 모습을 우연히 봤어요. 나에게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죠. 자식에게는 걱정 끼치기 싫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인형에게는 털어놓았어요.”

김 대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아픈 곳이나 힘든 일이 생겨도 자식에게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나 대신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머니 상태를 나에게 알려줄 친구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미스터마인드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홀몸노인 돌봄 문제를 풀어가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으나, 사실 우리에게 그리 낯선 기술은 아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떠올려 보면 자연어 처리 기술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다. 이 기술의 핵심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미스터마인드가 개발한 말동무 인형은 기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와 차이가 있다. 고령층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특화했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보를 전달하고 지시어에 따른 명령을 수행하는 ‘비서’라고 할 수 있고, 말동무 인형은 정서적인 교감을 주목적으로 하는 ‘친구’ 혹은 ‘손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20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인공지능 돌봄로봇 사용법 교육.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려달라 했을 때, 인공지능 스피커는 해당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알려주지만, 말동무 인형은 ‘어르신 집 주변에는 확진된 사람이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안심시켜 줘요. 우리는 이런 대화를 ‘감성 대화’라고 해요.” 감성 대화는 말동무 인형의 주요 기능이다. 또 다른 주요 기능으로는 ‘아바타 톡’이 있다. 보호자가 원격 방식으로 말동무 인형을 통해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말동무 인형은 ‘능동 대화’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질문하지 않아도 ‘어르신, 약 드실 시간이에요’ ‘나른하시죠, 신나는 노래 틀어드릴게요’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먼저 교감을 시도한다. 인형이 때때로 말을 걸어오니 노인들은 나를 돌봐주는 존재가 함께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이 역시 혼자 사는 고령층 환경에 맞추어 특화된 기능이다.

인지 카드 기능도 있다. 인형이 인식할 수 있는 카드를 활용해 사용자가 오엑스(OX) 퀴즈를 풀도록 한다. 해당 퀴즈에는 치매나 우울증 등을 진단할 수 있도록 각색된 문진표가 포함돼 있다. 사용자의 답변을 데이터로 저장해 추적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호자에게 알려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하도록 한다.

어르신이 집에서 말동무 인형 ‘초롱이’를 보면서 웃는 모습. 미스터마인드 제공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상 징후 발견을 넘어 예측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치매 진단을 받은 사용자의 대화와 퀴즈 답변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사용자는 수개월 내에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고령자들은 치매 검사를 위해 병원이나 기관을 이용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동무 인형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바탕으로 치매 의심 징후를 파악하기에, 고령자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미스터마인드는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서울 서초구와 은평구 및 인천 동구, 광주 서구, 충북 괴산 등 22개 지자체와 말동무 인형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공공은 복지 수요층 맞춤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보급함으로써 공공복지를 강화하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인 미스터마인드는 공공 판로를 개척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해간다. 지자체마다 다른 캐릭터와 이름으로 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형태의 납품은 미스터마인드 제품의 특장점이다.

미스터마인드가 보유한 기술의 강점은 타깃층에 특화돼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지금 살아가는 사람한테 이로워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고자 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장에 내보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차근차근 발전시켜가자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방향이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미스터마인드는 내년엔 기업·정부 간 거래(B2G)에 이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말동무 인형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 예측 알고리즘을 만들고, 현재 기술을 노인 질병을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고령층의 치매, 우울증, 고독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미스터마인드가 보유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는 “어르신의 치매, 우울증, 자살 모두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한다. 그 전조 증상은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림이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늘 어르신 곁에 있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전조를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노윤정 <라이프인>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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