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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도시재생, 주민참여 먼저 본다

서울시, 희망지 사업 통해 도시재생 부작용 감소 모색

등록 : 2017-04-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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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에 진행된 서울 도봉구 창3동 희망지 사업 주민설명회 모습. 희망지 사업 마을로 선정되면 주민들이 스스로 중심이 되어 주민설명회, 주민홍보, 주민교육, 지역자원 조사와 의제 발굴, 주민조직 구성 등을 진행하며 공동체성을 강화해나간다. 서울시 제공
서울을 ‘마음의 고향’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의 핵심 단어다. 서울의 거주 인구는 1000만명이 넘지만, 이 거대한 도시를 ‘따뜻한 마음의 고향’ 또는 ‘우리 마을’로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고향을 상징하는 마을 공동체가 뉴타운을 비롯한 기존 도시재개발사업 등에 의해 빠르게 무너져간 것도 한 원인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 뒤 아파트 건설’이라는 획일적인 뉴타운 사업 등과는 달리 기존 주거 환경을 대부분 살리면서 기반시설과 공동 이용시설을 넓혀나가는 보전·정비·개량 사업이다.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은 여기에 주민참여를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이 보태지면서 ‘공동체 지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박 시장은 2016년 말 서울시가 펴낸 <리서울(Re-Seoul) 도시재생. 함께_디지로그>라는 책 서문에서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이웃과 소통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이 2016년 초에 시가 모집공고를 내면서 시작한 ‘희망지 사업’이다. 희망지 사업은 한마디로 ‘해당 지역이 도시재생을 통해 되살아날 희망이 있는 땅(지역)’인지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서울시는 희망지 사업 대상 마을 가운데서 평가를 거쳐 도시재생 가능성이 큰 마을들을 최종 선정한다.

서울시가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이 사업의 주체는 마을 주민들이다. 마을 사람들은 희망지 사업 참여를 스스로 신청하며, 대상 마을로 선정되면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으로 ‘찾아가는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홍보, 주민교육, 지역자원 조사와 의제 발굴, 주민조직 구성 등을 해나간다.

서울시가 2016년 6월 희망지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20개 마을 중 하나인 강북구 수유1동에서는 ‘주민 공동체 활동 맞춤 공간’을 마련했다. 주민들의 연령을 고려해 3개의 독립 공간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에서는 주민교육과 주민회의 등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민들은 이곳을 지역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 다른 희망지 사업 참여 마을인 관악구 난곡동과 난항동은 ‘난곡도시재생아카데미’를 열고 ‘도시재생 탐방, 마을을 가다’라는 참여형 도시재생교육을 하기도 했다. 또 도봉구 창3동의 경우 마을 소식지를 만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여는 등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했다.

2016년에 진행된 서울시 은평구 불광2동 주민모임인 ‘밥상모임’ 현장 모습. 서울시 제공
희망지 사업은 이런 과정을 통해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를 높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 이전에는 주민들이 모이라고 하니까 모이는 경향도 있었지만, 희망지 사업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참여하고 마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식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주민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사라져가고 있는 ‘이웃’을 다시 찾게 된다. 멀어졌던 이웃이 다시 돌아와야 마을에 주민 공동 시설을 짓고 도로를 넓히는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


서울시는 이들 20개의 희망지 사업 대상지 중에서 희망지 사업 전후 주민모임의 변화와 주요 활동 실적 등을 고려해, 지난 2월 앞에서 언급한 3곳을 포함해 10곳의 마을을 도시재생사업 대상으로 최종 선정했다. 보통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몇 년에 걸쳐 1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희망지 사업이라는 관문을 거치는 덕에 서울시는 도시재생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을 더욱더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다. 올해도 지난 2월 희망지 사업 신청 공고를 냈고, 예정대로라면 4월에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5월9일로 앞당겨지면서 희망지 사업 대상 마을 선정을 대선 이후로 미뤘다. 김창규 서울시 주거재생정책팀장은 “희망지 사업 대상 마을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많이 열어야 하는데, 이것이 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시는 대선 이후에 일정을 서둘러 희망지 마을을 가능한 한 빨리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공동체’ ‘우리 마을 복원’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순기능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미래의 서울시를 획일화한 회색 도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파제 구실을 하며, 특히 친환경적이다. 만일 뉴타운 방식으로만 서울시 주거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서울은 100~200년 뒤엔 획일화한 콘크리트 숲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하면 서울은 다양한 자기 색깔을 지닌 마을들이 공존하는 전통 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또 도시재생사업은 전면 철거를 전제로 하는 뉴타운 방식과는 달리, 기존 주택과 시설들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성수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전통을 지닌 미래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도시재생사업을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 교수는 “일부 중앙 부처는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있느냐’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며 “이는 도시재생사업이 아파트 건설 등과는 달리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것이 없는 탓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런 모습이 “개발시대, 성장시대에 갖고 있던 관념들이 국가 시스템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주민 스스로 역량을 키워가고, 주민들이 다시 ‘이웃’이 되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재생의 장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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