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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녹색커튼’ 치자 마음까지 시원

건물 외벽에 덩굴식물, 실내온도 2~3도 낮추고 공기도 쾌적

등록 : 2016-08-1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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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전면에 드리워진 녹색커튼은 실내와 실외를 쾌적하게 한다. 지난 11일 오후 중계2·3동 주민센터 내부.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요즈음 서울 노원구의 중계2·3동 주민센터를 찾는 이들은 색다른 광경과 마주친다. 6층짜리 건물 전면에 폭 19m, 높이 12m 크기로 나팔꽃과 풍선초 같은 덩굴식물이 대형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그대로 ‘녹색커튼'이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너무 좋아요. 따가운 직사광선도 막아 주고, 눈까지 시원해지는 청량감까지 주네요.” 중계3동 주민 서원심(63) 씨는 녹색커튼 하나로 주민센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 녹색커튼이 만들어낸 그늘에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했다. 햇빛을 가리는 사무실 안 블라인드도 사라졌다.

8월 전력소비량, 설치 전 대비 21% 줄어

중계2·3동 주민센터가 녹색커튼을 설치한 것은 지난 4월이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농업기술센터)에서 올해 시작한 ‘2016 녹색커튼 시범운영 사업’에 선정되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1층 바닥에 대형 화분들을 놓고 나팔꽃과 풍선초 두 가지를 심었다. 나팔꽃이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화분에서 3층 발코니까지 연결되는 줄을 맸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이게 뭐지?’ 하고 궁금해했어요. 물을 주고 있으면 ‘무슨 식물이냐?' ‘왜 설치한 거냐?' 하고 많이들 물어보더라고요. 지금은 사무실이 시원해져 직원들도 만족스러워합니다.” 녹색커튼을 관리하는 주민센터 이의진 주무관은 녹색커튼이 주민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농업기술센터가 녹색커튼 보급에 나선 것은 일본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력공급량이 크게 줄자, 일본은 여름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녹색커튼' 운동에 힘을 쏟았다. 건물 외벽이나 창가, 베란다, 발코니에 나팔꽃, 수세미 같은 덩굴식물을 심어 외부 열기와 햇빛을 차단하고 수증기를 배출해 시원한 공기를 만들었다.

농업기술센터 정재효 주무관은 “녹색커튼은 실내온도를 2~3도 낮출 뿐 아니라 산소를 뿜어내 실내를 쾌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2009년 일본 시민단체인 ‘녹색커튼 서포트그룹’의 조사를 보면, 녹색커튼을 설치한 공간은 8월에 전력소비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센터는 2014년 다양한 식물을 재배해 보고, 서울에 맞는 녹색커튼 식물로 나팔꽃, 풍선초, 가는잎유홍초를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농업기술센터, 광진구청 본관, 중계2·3동 주민센터, 상계3·4동 주민센터, 상계10동 주민센터, 문래청소년수련관 등 6곳의 총 1233㎡(370여 평) 공간에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2017년에도 공공기관 5곳에 녹색커튼을 칠 예정이다.


서울의 구청 중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녹색도시 건설'을 주요 과제로 내건 노원구가 가장 적극적이다. 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 대상이 된 구내 주민센터 3곳 외에도 상계2동 주민센터, 노원정보도서관, 노원어린이도서관에 구비로 녹색커튼을 설치했다. 월계초, 상원초, 태랑중 등 3곳의 학교에는 녹색커튼 보조금을 지원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기초지자체에서부터 실천하는 친환경 운동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녹색커튼을 동 주민센터뿐 아니라 경찰서, 우체국, 사회복지시설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로 확대 보급해 사업을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농업기술센터 정 주무관은 “월계초와 태랑중은 설치가 완료된 녹색커튼 사진을 보내왔다. 온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기분까지 시원해져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계2·3동 주민센터에 설치한 폭 19m, 높이 12m 규모의 녹색커튼이 건물 전면을 뒤덮어 주민들에게 청량감을 주고 있다. 중계2·3동 주민센터 제공
자투리 공간을 녹색 쉼터로 만드는 효과도

폭 50m, 높이 7m 규모의 녹색커튼을 설치하려면 물을 자동으로 주는 관수 시스템을 포함해 초기 비용이 800만원 정도 필요하다. 이듬해부터는 모종과 비료, 인건비까지 50여만 원이면 충분하다. 공공기관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형태의 ‘녹색 쉼터’를 만들 수 있다. 모종 비용이 드는 까닭은 녹색커튼으로 이용되는 나팔꽃 등이 한해살이풀이기 때문이다. 10월에 철거하고, 다음해 5월에 다시 심어야 한다. 녹색커튼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농업기술센터 누리집(agro.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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