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 3명 중 2명, 주거비로 소득의 30% 이상 부담

등록 : 2016-04-21 16:05 수정 : 2016-04-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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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는 고급 부동산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런데 고시원이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것이 있다. 바로 평당 임대료다.

청년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2012년 서울시 11개구 69개 고시원의 임대료와 네이버 부동산에 나오는 타워팰리스의 임대료를 비교한 결과, 고시원의 평당 임대료는 15만2000원인 데 비해 타워팰리스는 11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이 28%나 비싼 셈이다.

높은 주거비용은 청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생주거조사팀이 2015년 서울과 수도권의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학가 원룸의 평균 보증금은 1418만원, 월세는 42만원이었다. 여기에 ‘제2의 월세’라 하는 관리비까지 더하면 한달에 임대료로 내는 돈이 50만원에 육박한다. 관리비는 평균 5만7000원이지만, 전기세나 가스비 등을 또 따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을 포함한 청년층 모두에게도 주거비는 서울살이에서 공포스런 대상이다. 국토교통부의 2012년 주거실태 조사를 보면, 서울 1인 청년가구의 96.3%가 전세 또는 월세 형태로 살고 있다. 이들 중 주거비가 소득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 69.9%에 이른다. 서울 청년가구의 3분의 2 이상은 주거비 때문에 정상적인 소비생활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25%가 넘으면 국가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삼는다. 유럽은 전체 청년 인구 가운데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가 25.6%라고 한다.

서울의 청년 주거난이 특히 심각한 까닭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대학생 주거조사팀은 보고서에서 “수도권 대학 기숙사의 수용률은 평균 10.7%에 불과하다. 여기에 취업난으로 학교를 떠나지 못한 졸업 유예생, 목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까지 더해져 원룸이나 고시원 등 저렴한 주거 공간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저렴한 소형 주택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저렴한 주거지 구실을 했던 단독·다가구 주택은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10년 동안 3만5천호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그 자리를 전보다 비싼 다세대 원룸이 채우면서 주거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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