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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도봉구청 1층에서 도봉구·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국외국어대가 지난해 운영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공동인증 학점제 활동 중 ‘할머니의 레시피’ 프로젝트에 함께했던 참석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유정(몽골어과4)씨, 문명자·방순아 어르신, 배현순 주무관, 허윤서(인도어과4)씨, 이준성(언론정보전공4)씨. 도봉구 제공
학점으로 시작해 ‘의미 있는 만남’으로
“레시피와 삶 얘기는 살아 있는 역사책” 2025년 3월 한국리서치의 ‘세대인식조사’는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인식에 대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 84%가 세대갈등을 심각하게 느끼고 18~29살 청년층의 91%는 60대·70대 고령세대와의 간극에 대해 “크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윗세대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했다. 서로 대화하고 속마음을 짐작할 기회조차 줄어든 요즘 세태에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이러한 단절의 틈을 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학생 10명이 참여한 ‘할머니의 레시피’는 애초엔 도봉구(구청장 오언석)의 도움을 받아 학점 취득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과목의 2학기 현장활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르신을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 활동은 학점을 넘어서서 ‘사람과 사람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바뀌었다. 이 현장활동은 도봉구 거주 여성 어르신 9명을 찾아가 삶과 요리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이 활동을 지난달 22일 일본 오카야마에서 열린 유엔(UN)대학과 오카야마시 공동 주관 제14회 세계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RCE; Regional Centre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총회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함으로써 국제적인 조명까지 받았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31개국 수백 명의 관계자 앞에서 허윤서(인도어과4)·이유정(몽골어과4)씨의 20분에 걸친 발표가 끝나자 평가단은 이렇게 말했다. “세대 간 소통을 바탕으로 지역 여성의 삶과 음식을 기록·디지털 발간한 혁신성에 깊이 감명받았다.” 음식을 매개로 세대 간 소통 노력을 한 이들의 노력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는 순간이었다. 교실 밖 인생 수업: ‘레시피’로 이어진 소통 노력
‘할머니의 레시피’는 도봉구·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국외국어대가 지난해 공동 운영한 ESD 공동인증 학점제의 현장 기반 활동이다. ESD는 환경, 사회,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든 연령대의 학습자가 지식, 기술, 태도를 정규, 비정규, 평생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갖추도록 돕는 교육을 뜻한다. 학생들은 1학기 동안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2학기에는 실제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SD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2학기에 모두 4개의 팀 프로젝트로 현장활동을 진행했는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제가 할머니의 레시피였다. 할머니의 레시피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은 허윤서씨는 “정규 수업은 종강하면 모든 게 끝나는데, 이번 현장활동은 학기가 끝난 뒤에도 기록 정리 등 일을 계속했다”며 “4학년 내내 교실에서 배운 지식보다 어르신의 삶을 들으며 배운 것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구청이 나서 구가 운영 중인 학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 중에서 9명을 선정해 학생과 연결해줬다. 할머니의 레시피 참여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만남과 대화가 반복될수록 어르신들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음식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의 서랍을 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풍성해졌다.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아이디어를 최초 제안한 이준성(언론정보전공4)씨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동네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던 것과 달리 서울에 와보니 “너무 바빠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틈이 없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계의 온도’를 되찾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삶의 무게를 이해하다: 판단을 유보하고 ‘경청’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10명은 지난해 2학기 내내 2~3명이 팀을 이뤄 어르신들을 한 번에 한 분씩 여러 차례 만나 그들이 살아온 얘기와 음식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그 인터뷰 결과물을 75쪽짜리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노인 세대가 겪어온 삶의 궤적이 얼마나 복잡하고 거대했는지 인식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단지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만난 전명자 어르신은 20대 젊은 시절 독일 파견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전명자 어르신은 낯선 독일 땅에서 동료 8명과 함께 고생을 이겨낸 이야기며,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고추장, 간장 등 가져간 재료를 아껴 고향 음식처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으며 고단함을 달랜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윤서씨는 이에 대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어르신들 덕분임을 다시금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인터뷰한 이미란 어르신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잡아 끓여주던 갯장어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어르신은 서울에 와 어릴 때 그 맛을 되찾기 위해 시장을 몇 군데나 다녔지만 “그 바다, 그 손맛, 그 냄비가 없으니 같은 맛을 낼 수 없더라”라고 말해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미란 어르신과의 인터뷰에 대해 이유정씨는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억의 그릇이라는 걸 처음 배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르신들과의 한 학기 동안 인터뷰를 통해 어르신 세대의 삶이 단순히 ‘어려웠다’고 요약할 수 없는 복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허윤서씨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역사책이었다. 판단을 유보하고 듣는 과정이 우리 세대에 필요한 태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레시피와 삶 얘기는 살아 있는 역사책” 2025년 3월 한국리서치의 ‘세대인식조사’는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인식에 대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민 84%가 세대갈등을 심각하게 느끼고 18~29살 청년층의 91%는 60대·70대 고령세대와의 간극에 대해 “크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윗세대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했다. 서로 대화하고 속마음을 짐작할 기회조차 줄어든 요즘 세태에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이러한 단절의 틈을 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 학생 10명이 참여한 ‘할머니의 레시피’는 애초엔 도봉구(구청장 오언석)의 도움을 받아 학점 취득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과목의 2학기 현장활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르신을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이 활동은 학점을 넘어서서 ‘사람과 사람의 의미 있는 만남’으로 바뀌었다. 이 현장활동은 도봉구 거주 여성 어르신 9명을 찾아가 삶과 요리 이야기를 기록하는 과정이었다. 학생들은 이 활동을 지난달 22일 일본 오카야마에서 열린 유엔(UN)대학과 오카야마시 공동 주관 제14회 세계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RCE; Regional Centre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총회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함으로써 국제적인 조명까지 받았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31개국 수백 명의 관계자 앞에서 허윤서(인도어과4)·이유정(몽골어과4)씨의 20분에 걸친 발표가 끝나자 평가단은 이렇게 말했다. “세대 간 소통을 바탕으로 지역 여성의 삶과 음식을 기록·디지털 발간한 혁신성에 깊이 감명받았다.” 음식을 매개로 세대 간 소통 노력을 한 이들의 노력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는 순간이었다. 교실 밖 인생 수업: ‘레시피’로 이어진 소통 노력
‘할머니의 레시피’는 도봉구·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국외국어대가 지난해 공동 운영한 ESD 공동인증 학점제의 현장 기반 활동이다. ESD는 환경, 사회,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든 연령대의 학습자가 지식, 기술, 태도를 정규, 비정규, 평생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갖추도록 돕는 교육을 뜻한다. 학생들은 1학기 동안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2학기에는 실제 지역 어르신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SD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2학기에 모두 4개의 팀 프로젝트로 현장활동을 진행했는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제가 할머니의 레시피였다. 할머니의 레시피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은 허윤서씨는 “정규 수업은 종강하면 모든 게 끝나는데, 이번 현장활동은 학기가 끝난 뒤에도 기록 정리 등 일을 계속했다”며 “4학년 내내 교실에서 배운 지식보다 어르신의 삶을 들으며 배운 것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구청이 나서 구가 운영 중인 학습·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르신 중에서 9명을 선정해 학생과 연결해줬다. 할머니의 레시피 참여 학생들과 어르신들의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만남과 대화가 반복될수록 어르신들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음식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기억의 서랍을 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풍성해졌다.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아이디어를 최초 제안한 이준성(언론정보전공4)씨는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동네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지냈던 것과 달리 서울에 와보니 “너무 바빠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틈이 없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관계의 온도’를 되찾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삶의 무게를 이해하다: 판단을 유보하고 ‘경청’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10명은 지난해 2학기 내내 2~3명이 팀을 이뤄 어르신들을 한 번에 한 분씩 여러 차례 만나 그들이 살아온 얘기와 음식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그 인터뷰 결과물을 75쪽짜리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 과정에서 노인 세대가 겪어온 삶의 궤적이 얼마나 복잡하고 거대했는지 인식하며 판단을 유보하고 단지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학생들이 만난 전명자 어르신은 20대 젊은 시절 독일 파견 간호사로 일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전명자 어르신은 낯선 독일 땅에서 동료 8명과 함께 고생을 이겨낸 이야기며,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고추장, 간장 등 가져간 재료를 아껴 고향 음식처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으며 고단함을 달랜 이야기를 들려줬다. 허윤서씨는 이에 대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어르신들 덕분임을 다시금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인터뷰한 이미란 어르신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직접 잡아 끓여주던 갯장어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어르신은 서울에 와 어릴 때 그 맛을 되찾기 위해 시장을 몇 군데나 다녔지만 “그 바다, 그 손맛, 그 냄비가 없으니 같은 맛을 낼 수 없더라”라고 말해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이미란 어르신과의 인터뷰에 대해 이유정씨는 “요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억의 그릇이라는 걸 처음 배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르신들과의 한 학기 동안 인터뷰를 통해 어르신 세대의 삶이 단순히 ‘어려웠다’고 요약할 수 없는 복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허윤서씨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살아 있는 역사책이었다. 판단을 유보하고 듣는 과정이 우리 세대에 필요한 태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일본 오카야마에서 열린 유엔대학 주관 제14회 세계 지속가능발전교육 거점도시(RCE) 총회에서 허윤서(인도어과4)·이유정(몽골어과4)씨가 ‘할머니의 레시피’를 우수 사례로 발표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세계 RCE 총회에서 우수 사례로 국제적 공감까지 얻어
“세대 간 소통 바탕 여성의 삶 기록
디지털 발간한 혁신성에 깊은 감명” 젊은 세대의 소통 노력은 어르신들에게도 큰 감동과 격려 어르신들도 학생들의 경청에 마음을 열었다. 전명자 어르신은 “학생들이 내 손자 손녀 같았다. 이렇게 따뜻하게 들어주는 젊은이가 있다는 게 고마웠다”고 했다. 방순아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예뻐 보였다”고 대견스러워했다. 할머니의 레시피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이유정씨는 “외할머니와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남의 할머니 이야기는 들을 일이 전혀 없었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로는 밖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뵈면 한마디라도 이야기를 더 건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그전과 다르게 자신의 외할머니 친구분들이 집에 오시면 방문을 열고 나와 정중하게 인사하게 됐다며 “사회적으로 이런 젊은 사람들과 어르신들의 교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지역에서 세계로: 청년 프로젝트가 국제 무대에 서다 이 프로젝트가 국제적 관심을 얻은 데는 구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봉구는 2016년 8월1일 지속가능발전추진단을 신설하고 2020년 1월 유엔대학으로부터 RCE 인증을 받은 뒤 지역 기반 지속가능발전교육 즉, ESD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유엔대학은 유엔 산하의 유일한 교육·연구 기관으로 기후위기, 도시 문제, 교육 불평등 등 인류의 미래와 관련한 의제를 연구하고 전세계 도시들과 ‘RCE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가능 발전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할머니의 레시피 팀이 사례 발표한 RCE 총회는 이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사례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자리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ESD는 환경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이라며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지역의 기억을 존중하며, 다른 삶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사회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의 레시피는 청년이 어르신의 삶을 경청하며 서로의 차이를 좁힌 사례로 ESD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본질을 잘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할머니의 레시피는 단순한 음식 기록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와 여성들의 노동, 잊혀가는 삶의 기술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은 경청하는 법을 배웠고, 어르신들은 “내 삶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대 간 거리가 멀어진 세태이지만, 그 거리는 생각보다 더 따뜻하게 좁혀질 수 있음을 이 프로젝트는 보여줬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디지털 발간한 혁신성에 깊은 감명” 젊은 세대의 소통 노력은 어르신들에게도 큰 감동과 격려 어르신들도 학생들의 경청에 마음을 열었다. 전명자 어르신은 “학생들이 내 손자 손녀 같았다. 이렇게 따뜻하게 들어주는 젊은이가 있다는 게 고마웠다”고 했다. 방순아 어르신은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예뻐 보였다”고 대견스러워했다. 할머니의 레시피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이유정씨는 “외할머니와 친하게 지내긴 했지만 남의 할머니 이야기는 들을 일이 전혀 없었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로는 밖에서 어르신들을 만나 뵈면 한마디라도 이야기를 더 건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그전과 다르게 자신의 외할머니 친구분들이 집에 오시면 방문을 열고 나와 정중하게 인사하게 됐다며 “사회적으로 이런 젊은 사람들과 어르신들의 교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지역에서 세계로: 청년 프로젝트가 국제 무대에 서다 이 프로젝트가 국제적 관심을 얻은 데는 구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도봉구는 2016년 8월1일 지속가능발전추진단을 신설하고 2020년 1월 유엔대학으로부터 RCE 인증을 받은 뒤 지역 기반 지속가능발전교육 즉, ESD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유엔대학은 유엔 산하의 유일한 교육·연구 기관으로 기후위기, 도시 문제, 교육 불평등 등 인류의 미래와 관련한 의제를 연구하고 전세계 도시들과 ‘RCE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가능 발전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할머니의 레시피 팀이 사례 발표한 RCE 총회는 이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사례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자리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ESD는 환경교육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이라며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지역의 기억을 존중하며, 다른 삶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사회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의 레시피는 청년이 어르신의 삶을 경청하며 서로의 차이를 좁힌 사례로 ESD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본질을 잘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할머니의 레시피는 단순한 음식 기록이 아니라 가족의 역사와 여성들의 노동, 잊혀가는 삶의 기술이 담겨 있었다. 청년들은 경청하는 법을 배웠고, 어르신들은 “내 삶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대 간 거리가 멀어진 세태이지만, 그 거리는 생각보다 더 따뜻하게 좁혀질 수 있음을 이 프로젝트는 보여줬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