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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정책 철학을 묻다

“지금의 보유세와 양도세 정책은 공정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 세금 줄여 집값 오르고 투기 활개”

등록 : 2025-10-30 16:35 수정 : 2025-10-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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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초구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금 상황이 너무 슬프다. 어쩔 수 없이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하나는 놓지 말아야 한다. ‘공정’. 그런데 이걸 놓치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때인데 더불어민주당은 발을 빼고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논어 ‘자로’ 편에 나온 문장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로 ‘화합하지만 같지 않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 시절 지지 연설을 하기도 한 금융투자 분석가이자 부동산 전문가로,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는 이광수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광수네복덕방 대표, 명지대 대학원 겸임교수)에게 딱 맞는 말이다.

서울&은 지난 23일 오전 요즘 여러 방송과 인터넷 매체에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 위원을 여의도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담한 연구 공간은 바닥까지 경제와 금융투자 관련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정부는 지난 6월27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최고 6억원으로 제한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전면 금지했다. 또 실거주 의무와 일부 전세·신용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9월7일에는 공급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5년간 수도권 중심으로 총 135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했다.

이어 10월15일에는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 등 고가 주택에 대해 주담대 한도를 4억원 이하,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 이하로 차등 제한했다. 또 갭투자 방지를 위해 주택 구입 시 실거주 의무와 전매 제한 등을 도입했다.


10·15 대책이 발표되자 야권 구청장 15명은 지난 22일 10·15 부동산 대책 철회 촉구 성명을 냈다. 한편 그동안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에서 소외돼온 서울 외곽 지역 주민들은 “오르지도 않았는데 거래 허가를 받으라고?” “주거 사다리를 끊어버렸다”며 온라인에서 성토를 이어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에 더해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배우자 ‘갭투자’ 의혹까지 불거지며 정책 신뢰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민주당은 10·15 대책에 대해 “그냥 두면 부동산이 급등할 수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수요 억제책을 쓴 것”이라며 “연말까지 시·군·구 단위의 구체적 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광수 위원은 “부동산 정책에 앞서 어떤 철학과 방향을 가질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시대의 핵심 철학은 ‘공정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지금의 보유세와 양도세 정책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초구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2018년 12억9천만원에서 2021년 20억2천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른 기간 서울 지역 종부세도 21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여러 혜택을 주어 종부세가 반 이하로 줄었다. 종부세 납부 인원도 57만5천 명에서 지난해 26만9천 명으로 확 줄었다. 아파트 값(자산)은 올랐는데 세금은 오히려 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게 공정한가?” 갈아타기 하며 집을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양도세도 불공정하다고 했다. “1주택자 양도세가 11%인데 근로소득세는 20%”라며 열심히 일한 사람이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에 비해 세금을 더 낸다면 이게 공정하냐고 반문했다.

이번 10·15 대책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이익을 챙긴 강남3구를 놔두고 ‘풍선효과 차단’이라며 소외 지역까지 규제하는 게 공정하냐고도 했다. 그는 “공정하지 않으면 약육강식으로 가고 모두가 나 먼저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국 경제 구조가 공정성 붕괴로 치닫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우선 해법으로 그는 ‘보유세 정상화’를 들었다. “보유세는 공정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라며 “돈을 벌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익을 본 사람은 더 이익을 탐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가야 건강한 경제가 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 뜻을 내보인 일부 의원이 보유세 인상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대표적으로 박주민 의원은 “보유세 인상이 직접적인 주택 안정 수단이 된다는 것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가 많다. 주택가격 안정은 수요와 공급, 유동성 문제, 금리 문제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고,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부동산 보유세와 같이 세제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은 자제돼야 한다”며 “보유세 인상은 최후 수단”이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여당 지도부 역시 보유세 인상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광수 위원은 “이념과 정치, 선거 유불리는 정책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유일한 잣대는 공정성과 합리성”이라며 “초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보유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인하와 100조원 넘는 유동성 투입, 둔촌주공 살리기 같은 정책으로 집값 하락 흐름을 막았다”며 “이런 정책만 되돌려놔도 집값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주택 약 316만 채 중 124만 채가 투자용 주택이라며 “그 매물이 일부만 나와도 충분히 시장 안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보유세를 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보유세를 매년 한 번이 아니라 매달 분납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같은 5천만원이라도 매달 500만원씩 내게 하면 투자 보유자가 심리적 부담을 느껴 매도에 나서면 매물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한다는 논리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 투자분석가)가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co.kr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2990가구 중 54%가 투자 목적 보유”

‘보유’ 아닌 ‘거주’ 기준
“세제와 정책 전환해야”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담론에 대해 그는 “(보유세 도입을 막기 위해) 정치와 부동산 문제를 교묘하게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유세 때문에 선거에서 질 수 있으나 보유세는 그 자체로 집값 안정에 크게 도움된다. 보유세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투기 수요가 줄고, 투자로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도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매물이 증가해 집값은 하락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 안정이 안 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로 집값이 크게 상승했는데 그만큼 보유세 부담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며 “고가 아파트 보유세를 큰 폭으로 과감하게 인상했다면 집값은 분명 안정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등 사이의 균형 발전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지금 과열된 일부 서울 아파트 가격을 바로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곡식 창고에 불이 났는데 논밭을 늘려서 농사지으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급한 건 보유세 강화로 과열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시키고 균형발전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하면 된다.”

이어 ‘보유’ 중심 세제를 ‘거주’ 중심 세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초고가 신축 아파트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2990가구 중 54%가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이다. 다주택자 중과세로 1가구 1주택이 선호되면서 너도나도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니 집값이 더 양극화됐다.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세제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실거주 주택에 대한 혜택을 크게 늘리고, 비거주(투자 목적) 주택은 혜택을 대폭 줄여야 한다. 아울러 보유세로 압박을 받을 투자 목적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양도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광수 위원은 최근 인터넷 방송 ‘매불쇼’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서울시장, 강남에서 표 조금만 얻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이제 무주택자가 등을 돌릴 거다. 무주택자들은 바보들인가. 예를 들어 아내가 ‘여보 지금이라도 빚내서 집 사야 돼. 계속 올라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래도 민주당 정부잖아. 집값 안정시킬 거야. 참아보자.’ 그렇게 했어요. 그랬는데 집값이 계속 올랐어요.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봤더니 우리 빼고 다 샀네. 우리만 안 산 거야.’ 부동산 정책 맡은 장관들이 다 사놨어. 그럼 뭐라고 말할 건가. 이런 게 ‘공정’이다. 그런데 메신저를 공격하지 말라? 아니, 이게 민심이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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