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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으로 꺼진 경제 활력 불씨 ‘소비쿠폰’

서울시, 소비쿠폰 지급 위해 3500억원 규모로 2차 추경에 포함
행안부 “소상공인·전통시장 매출 증대, 소비 심리 개선 효과 봐”

등록 : 2025-09-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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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처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점들. 정부는 22일 국민 90%를 대상으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돈을 푸는 것은 하책 중에 하책.” “지난 3년간 서울시 채무 6천억원 줄였지만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해 안타깝고 참담한 실정.”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오직 서울만 (국비 지원율이) 75%가 적용되고 다른 시도는 90% 적용돼 서울이 유독 불리한 구조.”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동안 쏟아낸 말이다.

지난 20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처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점들. 정부는 22일 국민 90%를 대상으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정부가 시행하는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35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지난 12일 제332회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72명 중 찬성 65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이를 가결했다. 최호정 서울시의장(국민의힘·서초4)은 “과도한 지방비 부담, 사업의 효과성 논란이 있음에도 이미 소비쿠폰이 발행돼 사용되고 있고, 2차 지원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기대와 필요를 외면할 수 없었다”며 가결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7월21일부터 전 국민 대상으로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1차 소비쿠폰 지급을 마쳤고, 지난 22일부터는 소득 선별 절차를 거쳐 국민의 90%에 대해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2차 지급을 시작했다. 2차 지급엔 고액자산가로 분류된 10%는 제외됐다. 고액자산가는 가구 기준 지난해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실거래가 기준 약 40억원 이상의 부동산 보유)하거나, 지난해 예금이자와 배당소득 합계금액이 2천만원을 초과한 경우다. 직장인들의 경우 올해 6월 부과 본인부담 건강보험료 가구별 합산액을 기준으로 지급 대상자가 결정됐다.

지난 20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처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점들. 정부는 22일 국민 90%를 대상으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장관 윤호중)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소비쿠폰 1차 지급으로 지역상권이 활성화됐다”고 밝혔다. 소비쿠폰 1차 지급 신청 마감일인 9월12일 기준 전체 대상자의 99.0%인 5008만여 명이 신청했고 9조693억원이 지급됐다. 업종별 사용액은 음식점(40.3%), 마트·식료품(15.9%), 편의점(9.5%), 병원·약국(9.1%), 학원(4.1%), 의류·잡화(3.6%) 순으로 높았다.


소비쿠폰 지급 이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 소비 심리 개선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소비자심리지수’(한국은행)는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7월 코로나19 이후 최대치인 110.8을 기록했고, 8월에도 111.4로 상승했다.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5년 8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에서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8월 체감 및 9월 전망 BSI 모두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처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점들. 정부는 22일 국민 90%를 대상으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1차 소비쿠폰 지급 때 국비 1조1천억원(75%)을 지원받고 시가 2246억원(15%), 25개 구가 1497억원(10%)을 부담해 모두 1조4974억원을 집행했다. 2차 소비쿠폰 지급에는 국비 5488억원(75%)을 지원받았고 시가 1098억원(15%), 25개 구가 732억원(10%)을 부담해 모두 7317억원을 집행했다. 소비쿠폰 경비의 10%를 부담하는 25개 구도 추경을 편성하거나 예비비나 다른 항목에서 끌어다 예산을 마련했다.

소비쿠폰 예산 규모가 큰 자치구는 송파구(999억원), 강서구(908억원), 강남구(847억원), 노원구(808억원), 관악구(783억원)였으며 규모가 가장 적은 곳은 중구(193억원), 종로(218억원), 용산(318억원), 금천(382억원), 성동(431억원) 순이었다.

소비쿠폰 사업에 소요되는 13조9천억원은 국비 90%, 지방비 10%로 충당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만 25%(시 15%+구 10%)를 부담하도록 한 것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은 재정이 충분해 국가 교부금의 추가 지원이 필요 없는 지자체라는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과 보조율을 달리 설정했다”며 “보조금법상 기준보조율 산정 시 서울과 지방을 차등하는 경우는 많다”고 했다. 그는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서도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1%로 6월(2.2%) 대비 소폭 낮아졌고, 8월에도 1.7%로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주말 저녁 서대문구 영천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소비 진작해 경제 선순환 고리 만드는 중요한 정책”

지역상품권과 정책 결합해
지역경제 활력 시너지 내

이 관계자는 이어서 “지자체는 대체로 여유 재원 활용이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을 준비하고 있으나 지방채 발행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지방채 발행 대상 확대를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각 구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는 시점에 맞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호기로 보고 지역상품권 발행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172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강북구는 이번 추석에 128억원 규모로 추가 발행해, 1·2차 소비쿠폰 발행액 708억원을 더하면 1008억원 규모로 지역경제 순환을 촉진하게 됐다. 구 관계자는 “강북구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이 밀집해 있어 두 정책의 결합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구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에 “전통시장 현대화, 청년창업 지원, 지역상권 특화사업 등 지속 가능한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정책에 중점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 명절 60억원, 추석 명절 140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한 구로구는 “상품권은 현금과 달리 사용 기한이 있어 빠른 소비를 유도한다. 이는 지역경제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정부에 소상공인 금융·경영 지원 확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지역맞춤형 일자리 확대와 특화산업 육성 등을 요청했다.

관악구는 상반기 200억원, 하반기 240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구는 “소비쿠폰은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를, 지역사랑상품권은 소비를 지역 내에서 선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지역경제 전반의 회복과 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도봉구는 상반기 120억원, 하반기 91억원, 페이백 이벤트 60억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구는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이 결합하면 체감 할인율 누적으로 단기간 소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고 소비쿠폰을 지역사랑상품권 교환으로 이끌 경우 전통시장 등 지역에서 결제를 유도할 수 있고 골목상권 내 자금 흐름을 회전시켜 경제순환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노원구는 지역사랑상품권을 1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구는 “지역 내 271개 업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응답 소상공인 가운데 67%는 매출 증가를, 56%는 신규 고객 유입을 체감했다고 답변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금액 중 27억3590만원이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면서 소비쿠폰은 신속한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은 할인 혜택으로 소비를 지역 내에 묶어두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소비 진작 효과가 한층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 대해 기본소득당 정책실 관계자는 “민생회복 지원금은 소비를 진작해 경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재정 효율성을 위한다면 보편 지급을 시행하고 세금 등으로 선별 환수하는 것이 경기부양이라는 정책 목적과 조세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국제 무역 질서 변동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경쟁 속에서 과거 방식으로 국민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첨단 경제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소득보장정책에 있어서도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조속히 농어촌기본소득 전면 시행과 아동수당 확대로 지방소멸과 인구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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