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고가공원 개장은 서울 도심 활력 이끌 새로운 시작”

‘서울로 7017’ 개장 기념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등록 : 2017-05-18 15:23 수정 : 2017-05-18 15:25

크게 작게

지난 12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원순 시장이 ‘서울로 7017’이 지닌 도시재생의 상징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대책을 답하는 과정에서는 시장 3선 도전 의중을 언뜻 비쳤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로 7017’ 개장을 앞두고 지난 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1월 말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언론과 접촉을 줄여온 박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박 시장은 ‘서울로 7017’이 ‘사람’ 중심의 시정 운영 철학을 응축시킨 대표적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도 밖으로 드러나는 거창한 사업보다 고쳐 쓰되, 시민 삶에 필요한 투자는 꼼꼼하게 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소속 더불어민주당의 집권으로 서울시의 혁신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커졌다고 기대했다. 새 정부와 최우선으로 협의할 과제로는 지방분권 현실화, 불평등 사회 극복을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꼽았다.

박원순 시장님의 역점 사업인 ‘서울로 7017’ 고가공원이 20일 개장합니다. ‘서울로 7017’이 지닌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요?

“서울로 7017은 서울시의 ‘사람특별시’ 철학을 응축시킨 ‘보행친화+도시재생’ 상징 프로젝트의 하나입니다. 47년간 차도로 이용됐던 산업 유산인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재생해 시민에게 되돌려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단순히 보행로로서 개장이 끝이 아니라, 서울 도심의 경제 활력을 이끌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 고가가 서울의 동서축을 연계·통합하는 보행로로 재생되면 그동안 양극화됐던 서울의 동서 지역, 철도로 분리·단절됐던 서울역 인근의 가치가 재발견될 겁니다. ‘걷는 길’을 통해 관광산업과 경제 활력이 주변으로 확산될 거예요.”

서울로 7017에 식재된 나무의 콘크리트 화분이 너무 많고 커서 보행자 편의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서울로 7017은 건축가 비니 마스가 설계한 ‘서울수목원’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단순한 보행로를 넘어, 보고 즐기고 누리고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생태 보행로를 지향했습니다. 이를 위해 228종 2만4000여그루의 나무를 심은 645개 원형 화분을 배치했어요. 다만 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주 보행통로의 폭은 2.5~3.5m를 확보했고요. 무엇보다 시민들이 실제로 걸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사전 점검을 철저히 했어요.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 장애인, 어린이, 지역 주민 등 총 400여명이 12회에 걸쳐 사전 점검을 해 문제 요소 등을 찾아 보완했습니다.”


서울로 7017이 고가공원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정책을 펼칠 건가요?

“서울로 7017은 설계에서 향후 운영까지 보행로 그 자체를 넘어 보행의 활력을 관광 활력, 경제 활력으로 이어가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로 7017에서 실핏줄처럼 뻗어나가는 17개의 보행길이 주변 6개 지역으로 연결되며, 민간 건물인 대우재단빌딩·호텔마누와 공중 연결통로를 만들어 남산으로 걸어서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앞으로 서울로는 관광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겁니다. 서울로 인근에 남대문교회·약현성당·명동성당 같은 주요 역사문화 자원이 산재해 있고, 서울로를 연결하는 3개 테마(역사·건축·야경) 도보관광 프로그램도 개발해놓았어요. 주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권역별 맞춤형 특화사업도 추진해 궁극적으로 서울역 일대를 복합 재생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서울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메르스 사태처럼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서울시는 이미 미세먼지 문제에 선도적으로 나서왔습니다. 노후 경유차, 건설 기계, 도로 비산먼지, 외부 유입 오염물질 등 원인별 미세먼지 대책을 자체 추진하는 것은 물론, ‘호흡공동체’인 해외 도시들과도 적극 연대하고 있어요.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시민들에게서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으려고 오는 27일 주부, 학생, 어린이,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 시민 3000명과 함께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도 엽니다.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서울 사대문 안에는 기본적으로 차를 가져오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단계적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환경 정책은 지방자치단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환경부의 권한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환경부는 산업 관련 부처에 늘 밀렸습니다. 새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은 권투 선수나 씨름 선수처럼 맷집이 강한 사람을 임명해야 돼요. 산업부나 이런 곳을 (들이)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이나 대기 질 개선이 안보 이슈만큼 중요한데도, 과거 정부는 이를 경시해왔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경제성장 동력이라는 면에서도 친환경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미래 먹거리와 직결돼 있어요. 독일은 이런 산업에 집중해 원전, 석탄 연료 없이도 100% 자급되는 사회로 가고 있고, 친환경 산업이 발전하면서 갖게 된 기술과 특허가 독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신성장 산업이 됐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로 7017 해외 미디어 팸투어’에 참석해 서울로 관광 안내원 복장을 한 채 고가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을 문재인 대통령도 확대·지원하겠다고 공약해, 도시재생사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울시는 ‘지우고 새로 쓰는 전면 철거형 재개발 중심 도시’에서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지속가능한 재생의 도시’로 개발 패러다임을 전환해왔어요. 1단계 13곳에 이어, 올해부터 2021년까지는 2단계 사업을 도심, 강남과 함께 3도심으로 꼽히는 영등포, 용산전자상가 등 서울 전역 17곳에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서울형 도시재생은 ‘산업화 유산’과 접목해 경제 활력, 문화 활력, 일자리 창출의 거점 역할도 하게 될 겁니다. ‘다시 세운’, ‘서울로 7017’, ‘마포 석유비축기지’ 등이 대표적 사업이에요. 문재인 대통령도 새 정부의 주요 국정 어젠다(의제)로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제시한 만큼,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도시재생 노하우와 성과를 적극 공유하겠습니다.”

새 정부에 최우선으로 바라는 정책은 무엇인가요?

“대통령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쪽에 ‘새 정부 정책과제’를 전달한 바 있는데요, 그중 최우선 과제로 현재 2할 자치에 머물러 있는 지방분권을 현실화하는 문제를 새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의할 겁니다. 아울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99 대 1의 불평등 사회 극복을 위해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노동존중특별시 종합정책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 청년수당, 근로자이사제 등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낸 사업을 전국화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가겠습니다. 특히 저와 함께 서울시에서 일했던 분들 중 4명이나 새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에 임명돼 서울시의 혁신이 전국으로 확산될 여지가 커졌어요.”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도 새 정부와 먼저 추진하겠다고 하셨는데요.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 포럼’이라는 게 있어요.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서울시가 안은 만들어라. 우리가 지원하도록 돕겠다’고 한 만큼, 서울시 안이 중앙정부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요.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의 시대를 열겠다. 청와대는 시민에게 내놓고 집무실을 따로 만들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것과도 연계해야 하고, 광화문 광장과 세종로는 기본적으로 국가 상징 공간으로 국가의 권위, 경복궁의 정신, 이런 역사성과 정신이 살아날 수 있게 서울시가 만들 방침입니다. 올해 안에 정리해 정부와 상의하되, 한꺼번에 다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단계별로 제안해야겠지요.”

재임 기간에 몇조원의 서울시 채무를 줄이느라 굵직한 사업을 한 게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 시정이 개인의 치적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됩니다. 제가 취임할 당시 서울시의 채무는 약 20조원으로 하루 20억원의 이자를 내고 있었어요. 저는 시민의 혈세가 더 이상 낭비되지 않도록 채무와의 전쟁을 선포해 3년 만에 시민과 약속한 7조원의 채무를 감축했고 약 2665억원에 이르는 채무 이자도 절감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도 지난 5년 서울시는 시민 삶에 필요한 투자는 꼼꼼하게 해왔어요. 복지 투자는 4조원에서 8조원으로 배로 확대했고, 서민 주거복지의 핵심인 공공임대주택은 10만호 이상 공급했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이전 5년 대비 무려 17배 많은 761곳이 승인됐고, 청년이 직접 고안한 청년문제 해법인 ‘청년수당’이 7월부터 본격 시행돼요. 앞으로도 안정적인 재정 관리를 통해 시민에게 꼭 필요한 복지와 안전에는 과감히 재정을 투입하되,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해나가겠습니다.”

인터뷰 윤영미 <서울&> 편집장

정리 원낙연 기자 youngm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