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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의 모델 ‘하이라인 파크’

등록 : 2017-05-18 15:19 수정 : 2017-05-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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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민들이 하이라인 파크에서 여유롭게 쉬고 있다.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차가 다니던 고가도로를 보행길로 바꾸는 ‘서울로 7017’의 발상법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외국에선 도시재생이라는 기치 아래 비슷한 실험들이 이뤄졌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서울로 7017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가 대표적이다.

하이라인 파크는 뉴욕 맨해튼의 로어 웨스트 사이드에서 운행됐던 2.3㎞의 도심철도 고가도로에 시민들이 꽃과 나무를 심어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뉴욕의 화물 운송을 위해 1934년 개통된 이 고가철로는 1980년 기차 운행이 중단된 뒤 야생식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흉물이 됐다.

고가철로 주변의 땅을 소유한 지주들이 철거 목소리를 높이자, 반대로 ‘녹색공원’을 만들어 보전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뉴욕 시민들은 ‘하이라인 친구들’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뉴욕시가 재정을 지원했다.

시민들은 철로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일부를 남겨 산책로로 하고 구역별로 정원과 벤치, 수변 공간 등을 만들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공원 일대에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빌딩과 휘트니미술관 등도 들어섰다.

이제 하이라인 파크는 연간 600만명이 찾는 뉴욕의 상징물이 됐다. 동시에 도시의 열쇳말을 개발과 발전에서 사람, 문화 등으로 전환시키는 도시재개발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는 “잘 조성된 시민친화적 공원 하나로 주변 부동산 개발과 상권 활성화, 각종 문화시설 유입 등이 이루어진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일본 요코하마의 명소인 ‘개항의 길’도 75년 동안 쓰인 철로가 산책길로 탈바꿈한 경우다. 요코하마는 1859년 미·일 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개항장이 된 뒤 일본 최대의 항만으로 발돋움했다. 개항의 길은 1911년 개통돼 1985년까지 사용됐던 사쿠라기초역~야마시타공원의 3.2㎞ 철로 구간을 말한다. 이 길은 2002년 해안선을 따라 보행 전용 산책로로 바뀌고 주변에 공원이 들어섰다.

요코하마는 한 걸음 나아가 1911년 건축됐던 붉은 벽돌의 화물창고를 쇼핑센터와 음식점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그 뒤 개항의 길은 요코하마가 일본 개항 역사관광도시라는 명성을 얻게 된 데 톡톡한 기여를 했다.

프랑스 파리에는 ‘프롬나드 플랑트’(Prome nade Plante, 가로수 산책길)가 있다. 파리 12구역의 버려진 고가철도 위에 지은 4.7㎞ 길이의 선형 공원이다. 1993년 완공돼 ‘세계 최초의 고가공원’이자, 뉴욕 하이라인 파크에 영감을 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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