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 정도 신경쓰면 당신도 도시농부

마음만 먹으면 베란다, 옥상, 귀퉁이 땅 모두가 옥토… 너그러움은 덤

등록 : 2016-03-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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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환무, 당근, 비트 등 30여종의 채소가 자라는 김명희씨의 베란다 텃밭, 채광과 통풍에 신경쓰고 과습을 주의하면 베란다도 훌륭한 텃밭이 된다. 김명희씨 제공

가장 쉽게 듣는 반문 하나. ‘땅이 있어야 농사짓지.’  땅만 밭이 되는 건 아니다. 흙이 있으면 어디든 밭이 될 수 있다. 베란다에 흙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만 있으면 그곳이 밭이고, 옥상에 흙이 담긴 상자만 있으면 밭이다. 골목에 놓여 있는 플라스틱 화분도 밭이다. 물론 개나리·진달래 꽃망울이 통통하게 살 오르고, 달래·냉이·소루쟁이·망초 등 봄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는 들에 밭이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다. 그렇다고 베란다, 옥상, 골목 텃밭이 덜 행복한 건 아니다.

 ‘알아야 농사짓지.’ 다음으로 듣는 반문이다. 요즘 같은 봄날 어지간하면 시장이나 화원에서 프리지어나 수선화 작은 화분 하나씩 집에 들인다. 그렇게 들인 화초를 말라 죽도록 버려두는 이는 별로 없다. 이맘때면 집안 화분을 분갈이해주는 이들도 많다. 도시농부? 딱 그 정도의 관심과 배려가 있으면 된다. 때를 알아 기다릴 줄 알면 ‘나도 도시농부’의 자격을 갖췄다.

 베란다나 옥상에서 시작한다면 걱정은 줄어든다. 흙은 가까운 농원에서 인공 배양토인 상토를 구입하면 된다. 50리터들이 한 포대면 한평 정도 밭을 낼 수 있다. 커피 두세 잔 값이다. ‘흙살림’에 주문하면 유기농에 적합한 흙을 배송해주고, 필요한 액비도 주문하면 된다. 시간 내서 씨앗이나 모종을 살 겸 가까운 종묘상에 가도 좋다.

 야외 텃밭이라면 일단 이웃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하면 된다.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기 2주 전쯤 석회나 붕소 등 토양 개량제를 뿌려주고, 1주일 전쯤 농장에서 주는 축분퇴비를 넣고 흙을 뒤집어 퇴비와 잘 섞어준다. 그렇게 돌봐주면 흙은 초보에게라도 잎채소를 다 먹지 못할 정도로 내준다. 밭에서 뽑은 잡초나 주변의 검불, 집에서 나온 과일이나 채소 부산물 등을 꾸준히 덮어주면 땅심이 살아난다.

  베란다 텃밭  

야외 밭에서 자라는 것들은 아파트 안에서도 자란다. 다만 사람을 위해 지어졌기에 작물에게는 불편한다. 특히 통풍이 문제다. 채소는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고, 약간의 물과 양분만 있으면 된다. 베란다 환경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면 더욱 쉽다. 쌈채류로는 비타민·청경채·겨자채·치커리 등이 있고, 허브나 미나리·달래도 잘된다. 한련화를 키우면 꽃도 보고 잎도 따 먹을 수 있다. 통풍은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주면 아쉬운 대로 해결된다.


상자 텃밭   베란다로 성이 차지 않으면 옥상으로 간다. 개인 주택이라면 시멘트 바닥이나 잔디밭 위에서 상자 텃밭을 운영할 수 있다.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채소를 키우는 건 잔디 돌보는 것보다 쉽다. 수돗물도 덜 들고, 잡초도 별로 없고, 때마다 깎아줄 필요도 없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엔 햇빛 잘 드는 골목에 놓고 키워도 된다. 도시의 오래된 골목에선 할머니들이 손바닥만한 빈터에도 버려진 화분이나 과일상자,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너른 곳엔 대파·쪽파·미나리·상추 따위를 심고, 흙이 깊은 곳에는 고추나 토마토를 기른다.

 야외 텃밭 자연 속으로 가고 싶은 건 인지상정. ㈔텃밭보급소에 문의하거나 인터넷을 뒤지면 텃밭 분양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밭은 흙이 도톰한 두둑과 배수로처럼 파인 고랑으로 이루어진다. 삽이나 삽괭이로 고랑을 내고, 고랑의 흙을 두둑으로 올린다. 열매채소는 두둑을 높게, 잎채소는 두둑을 낮게 해준다. 베란다 텃밭과 달리 잡초나 진딧물 등 벌레와의 싸움이 만만치 않지만, 자연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익숙해지면 호미 하나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다.

 ‘철든다’는 말은 파종하고, 김매고, 거두고, 갈무리할 때를 안다는 것이다. 철이 들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어 시집·장가를 갈 수 있다. 그러나 철을 놓치면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고, 30분에 할 김매기를 온종일 하게 되고, 갈무리를 못해 결실을 고스란히 자연에 반납할 수 있다. 텃밭엔 스승이 많다. 모르거나 의심나는 건 물어보면 된다. 농부가 되면 괜히 마음이 넓어진다. 도시에서 철든다는 건 잇속에 밝아진다는 것이지만 텃밭에서 철든다는 건 그렇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 <도시농부 올빼미의 텃밭가이드> 등에 물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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