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아이는 ‘즐거움’ 부모는 ‘행복감’ 느끼는 곳

종로구 옥인동 ‘상상굴뚝 놀이터’

등록 : 2023-05-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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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조카와 함께 놀이터를 찾는다. 마스크 없는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할 작고 연약한 손을 가만 바라보면 문득 요즘 아이들은 코로나19에,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더해 참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구나 싶어 짠한 마음이 밀려온다. 이토록 걱정거리 넘치는 세상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얼굴은, 이런 어른의 심정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듯 한없이 해사하다.

올해 초 서촌 일대에 종로 어린이가 상상력을 키우고 미세먼지 걱정 없이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릴 수 있는 근사한 공공 실내놀이터가 들어섰다. 종로구가 과거 군에서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폐건물과 인근 유휴부지를 리모델링해 지은 ‘상상굴뚝 놀이터’(옥인동 45-24)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곳은 종로구가 7년여간 국방부, 경찰청 등과 협의 끝에 국유재산을 활용해 만든 신개념 놀이공간이다. 특히 어린이가 마땅히 놀 만한 장소가 없던 서촌 지역에 조성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91.25㎡ 규모인데, 기존 건물 특징을 살려 16m 높이 굴뚝은 그대로 두고 각각 다른 창문틀과 외부로 연결된 원통 공간 등을 더해 어린이를 위한 특색 있는 놀이터로 꾸몄다.

미끄럼틀이 있는 자유 놀이 공간에서부터 창의력을 길러줄 도서로 가득한 서가까지, 작지만 필요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최근 젊은 층에 인기가 좋은 스포츠 클라이밍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즐길 수 있게 만든 암장이다.

실제로 놀이터를 찾은 지난달 2일에도 이곳에서 대여해주는 깜찍한 암벽화를 신고 코뿔소 같은 동물 친구와 디귿, 미음 등 한글 자모 모양 홀드를 딛는 재미에 폭 빠진 어린이를 쉬이 볼 수 있었다. 키 작은 손님 전용 야트막한 암장이나 구에서는 안전 매트리스 역시 바닥 전면에 깔아뒀다. 개중에 조금 자란 녀석은 “애걔, 시시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행여 다칠세라 염려하던 엄마는 안전해서 좋기만 하단다.


옥인동 ‘상상굴뚝 놀이터’는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30분 사이 3회차로 나눠 이용 신청을 받는다. 주 대상은 만 9살 이하 아동이고 만 7살 이하는 보호자 동반 출입을 권한다. 종로구는 코로나19 진정세를 고려해 전문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도 하나씩 선보이는 중이다. 대표적 예로 골판지나 재활용 박스에 털실을 감아 인형 자석을 만드는 ‘상상만들기 박스’, 어린이·부모가 영화를 감상하는 ‘상상굴뚝 영화관’을 들 수 있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데 진심인 종로에는 이곳 외에도 종로구립 혜명 아이들 상상놀이터, 산마루놀이터 등 호흡기질환 걱정 없는 공공 실내놀이터가 두 곳 더 있다. 우리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소는 부모에게는 갑절의 행복감을 준다. 내년 말 삼청동에도 실내놀이터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라 하니, 바야흐로 종로 전역에 엄마와 아이 웃음소리 가득할 일만 남았다.

이혜민 종로구 홍보과 홍보기획팀 주무관

사진 종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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