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금천 비추는 ‘문화예술의 달’ 닮은 건물

금천구 문화예술인 공간 ‘만천명월 예술인가’

등록 : 2023-01-19 15:22

크게 작게

금천구 시흥동에는 조선 시대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의 능행길에 들렀던 행궁이 있었다. 지금은 행궁 대신 830년 된 은행나무 세 그루가 터를 지키고 있다. 은행나무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옥 모습 건물이 눈길을 끈다. 바로 금천구 예술인들의 활동 거점이자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인 ‘만천명월 예술인가’다.

해마다 가을 국내 최대 왕실 퍼레이드인 ‘정조대왕 능행차’가 지나는 주요 지점인 이곳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성곽 형태를 띤 한옥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만천명월 예술인가는 정조가 스스로에게 붙인 호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에서 따온 이름이다. 만 개의 개울에 비치는 밝은 달이라는 뜻의 만천명월과, 예술인의 공간이라는 뜻의 예술인가를 합쳤다.

정문 입구는 네 개의 나무 기둥 위에 기와지붕을 얹고 지붕 밑에 만천명월 예술인가가 적힌 나무 현판을 달아 전통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만천명월 예술인가는 건물 이름이기도 하지만 각 층 공간의 이름이기도 하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예술가들이 공연 연습을 하고 소규모 공연도 할 수 있는 ‘만천홀’이 있다. 밝은 조명과 매끈한 마루가 있고 벽면은 방음 기능이 있는 자작나무 소재로 꾸며 미관과 실용성을 모두 살렸다. 이외에 벽면 거울, 전자피아노, 음향 스피커, 영상 촬영 장비를 갖췄다. 다양한 분야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1층은 주차공간, 출입구, 소규모 쉼터가 있다. 2층에는 공유공간 ‘명월’과 아늑한 공유주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회의, 모임,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3층으로 올라가보면 두 번째 공유공간인 ‘예술인가’가 있다. 세미나, 워크숍, 강연, 촬영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영상 장비, 노트북 대여, 인쇄와 출력, 팩스 전송 같은 예술 활동에 필요한 사무기능을 지원한다.

2층과 3층은 밝은 색상의 나무와 흰색이 조화를 이룬다. 벽면 일부와 창문, 문손잡이는 밝은 나무색으로 간결하게 꾸미고 하얀색 집기와 전자제품을 배치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한옥 본연의 아름다움과 전통의 멋이 묻어난다. 창문은 한옥을 연상케 하는 세살창을 사용했다. 방명록으로 사용하는 메모지는 조선시대 선비가 사용했을 법한 두루마리 종이다.


4층 ‘예향당’은 기와지붕을 올린 전통 한옥이다. 예술의 향기를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로 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곳은 금천 예술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금천구민을 위한 공간이다. 회의나 소통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고 전시회 등 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 또한 별도로 마련된 다도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바깥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만천명월 예술인가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한다. 금천구에 소재지를 두고 있거나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단체)은 회원으로 가입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만천명월 예술인가는 5월 말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협력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예술인의 꿈과 열정이 달이 되어 비추는 만천명월 예술인가가 문화예술인들이 찾는 소중한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임일열 금천구 소통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