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시각장애인 위한 노래·게임 등 있는 곳

강북구 삼양동 시각장애인 쉼터

등록 : 2023-01-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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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9일 강북구 시각장애인에게 뜻깊은 공간이 문을 열었다. 시각장애인 자조 모임 공간 ‘강북구 시각장애인 쉼터’다. 쉼터는 연면적 241㎡ 규모로 강북구 삼양동에 있는 주하늘교회(담임목사 이정원) 1층 선교관에 자리 잡았다. 2021년 10월 교회 쪽에서 5년간 무상임대를 약속해 시각장애인 전용쉼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구는 서울시각장애인협회 구지회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간을 조성했다.

쉼터에 들어서면 먼저 홀 탁구대가 눈길을 끈다. 탁구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쇼다운’을 위해 마련됐다. 쇼다운은 두 명의 선수가 직사각형 테이블 양 끝에 서서 구슬이 들어 있어 움직이면 소리가 나는 공을 배트를 이용해 쳐서 상대의 골 주머니에 골을 넣는 경기다. 오락실에서 우리가 자주하는 에어하키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고글을 쓴 채 눈을 가리고 딸랑거리는 공 소리에 의존해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활동에 제한이 있는 시각장애인은 쇼다운을 하며 모처럼 상쾌하게 땀을 흘릴 수 있다.

홀 탁구대 못지않게 호응이 좋은 곳이 있다. 바로 노래방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시력에 편차가 있겠지만, 시각장애인은 시야가 제한되기 때문에 뛰어난 청각으로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11월29일엔 한빛맹아원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쉼터를 이용하고 있었다. 김아무개씨는 “현재 보컬트레이닝을 받는데 이 노래방은 방음 시설도 잘돼 있고 마이크 하울링 소리도 나지 않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 김아무개씨도 “동호회 활동을 할 때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며 “좋아하는 조용필 노래도 업데이트되면 좋겠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 쉼터 노래방을 애용하는 데는 봉사자의 역할이 크다. 강북 시각장애인 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점자정보 단말기를 사용해 스스로 예약번호를 찾는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라며 “대부분 봉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프로그램실에선 시각장애인이 삼삼오오 모여 보드게임 ‘페퍼’를 하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더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게임용 블록엔 숫자를 알려주는 점자가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즐기며 환호했고 게임이 끝난 뒤엔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했다.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감정은 비장애인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2021년 12월 말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39만2123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4.1%를 차지한다. 장애 원인은 88.1%가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이 중 질환으로 인한 장애 발생률이 56%로 가장 높았다. 서울시는 이들을 위해 농인, 시각장애인 등 장애유형별 쉼터 32곳을 조성했다. 현재는 미운영 중인 4곳을 빼고 28개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북구도 이에 동참해 농인, 시각장애인 쉼터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강북구 시각장애인 쉼터와 같은 장애인을 위한 공간이 더 많이 생기길 희망한다.

김범종 강북구 홍보담당관 언론팀 주무관

사진 강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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