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살리는 휴

내 안의 또 다른 나, ‘내면아이’

등록 : 2016-06-09 14:56 수정 : 2016-06-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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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과거의 나’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다. 한 참가자는 선물로 점토인형을 만들었다.
감정의 폭풍이 이성을 마비시켜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때가 있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 길을 가로막는다.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만성화되어 있다.

‘내면아이’는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자아 속에 자리잡고 있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어려서 가정폭력에 시달린 사람이 이를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폭력을 일상화한 삶을 사는 경우가 그런 예다. 지난 상처가 뒷덜미를 붙잡고 있으면 오늘에 충실할 수 없다. 상처를 덮어두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해서 치유해야 한다.

‘내면아이’ 치유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보통 그룹으로 한다. 다만 내밀한 과거가 드러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과는 꺼리는 수가 많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그룹의 리더가 전체 과정을 이끄는 방법도 있다.

시간 여행, 내 안의 ‘나’들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는다. 눈을 감고 호흡이 안정되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최초의 사실부터 시간 순서로 마음속에 영상을 그린다. 오늘의 나를 형성한 사건들을 하나씩 점검해 나간다. 그러면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일’이 뚜렷이 떠오른다.

그순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누구인가. 부모나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낯모르는 타인일 수도 있다. ‘그 일’을 바라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외면하면 이겨낼 수 없다. 다만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발 떨어져서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눈물이 나고 그칠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기도 한다. 가슴 깊이 고여 있었기에 언젠가는 쏟아내야 할 눈물이다. 그리하여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과거의 나를 돌려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에게 따스한 위로와 작별의 인사를 건네자.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시간들에 감사하자. 천천히 현실로 돌아온다.


어제의 나에게 선물하기, 평화 찾기

조금 전 만난 과거의 나에게 줄 선물을 만든다. 꽃일 수도 있고 그때 꼭 갖고 싶었던 물건일 수도 있다. 부모님께 드릴 선물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과거의 나에게 주는 것이다.

참가자들 앞에 아픈 상처를 드러낼 순서이다. 왜 이 선물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아이에게 하고픈 얘기를 돌아가면서 발표한다. 그러면 알게 된다. 사람들은 얼마나 다양한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다시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지금 여기’의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내면아이’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것을 이겨내는 길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마음의 평화는 그냥 오지는 않는다. 직시하고 부딪쳐서 과거를 벗어내야 한다.

글 ·사진 이선재 한겨레 휴센터 휴 디렉터 tr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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