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라면’…솔푸드에서 힐링푸드까지

세계인이 함께 먹는 한국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록 : 2021-06-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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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라면 수출 6618억원 기록

해외에서 K팝 스타와 매칭 요리로 인식


화학 첨가물 조합?→원재료 농축 건조

방부제 전혀 없이 수분 낮아 ‘장기보관’

한 봉지 열량 하루 권장량의 5분의 1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 62:8:30


해외 투어 중인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 멤버 지민이 공연을 마치고 호텔 방에 들어와 먹는 것은 스테이크와 함께 불닭볶음면이었다. 콧등에 맺힌 땀을 닦아가며 먹는 지민의 모습만으로 얼마나 매운지 느낄 수 있었지만 입안에 고이는 침은 어쩔 수 없었으리라.

BTS가 공연마다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불닭볶음면은 이제 전세계가 알아본다. 고된 하루의 피곤을 달래주는 지민의 ‘솔푸드’(soul food)는 케이(K) 라면 열풍을 전세계에 불러일으켰다.

요즘 부캐로 한층 더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국민 엠시(MC)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에서 제이엠티(JMT·조이 앤 뮤직 테크놀로지) 본부장(‘고독한 면접관’) 역할로 새로운 웃음을 주고 있다. 그가 온종일 면접을 끝내고 단골집에 털썩 주저앉아 먹은 것은 제육볶음도 아니고 김치찌개도 아닌 바로 파김치를 얹은 신라면이었다. 방송시간이 주말 저녁이라 아마 많은 시청자가 가스 불에 라면 물을 올렸을 것이다.

옛날, 새빨간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던 할머니 입을 연신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던 50대부터 제철 음식과 맛있게 먹는 라면 레시피를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 영화 <기생충>을 보고 짜파구리를 끓여 먹는 외국인까지, 라면은 이제 고단하고 지친 하루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주는 힐링푸드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한국의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29.3% 늘어난 6억362만달러(약 6618억원)를 기록했다. 라면 수출액이 6억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를 판매하는 농심의 라면 매출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액이 6485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해외 매출도 처음으로 3천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불닭’ 브랜드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시아와 미국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팔도는 지난해 라면 매출이 9.2% 늘어난 297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도시락’의 러시아 컵라면 시장 점유율은 60% 넘는다.

출출함을 달래주던 라면은 이제 해외 언론에서 케이팝 스타와 나란히 등장하는 요리가 됐다. 한 해외 음악매체는 지민과 그가 먹던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사진을 나란히 트위터에 올려놓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기자와 음식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세계 베스트 11 라면’ 중 신라면 블랙이 1위로 뽑혔다고 발표했고, 글로벌 여행전문 사이트 ‘더 트래블’도 신라면 블랙을 세계 최고 라면으로 발표했다.

최근 세계라면협회(WIN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41.3억 개로 세계 8위에 올랐다. ‘생각보다 순위가 낮다’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9.7개로 세계 1위다. 4.5일에 한 번씩 먹는 ‘한국인의 솔푸드’ 라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라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방탄소년단(BTS)의 라면 먹방 유튜브와 영화 속 ‘짜파구리’가 화제가 되면서 한국 라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라면수프는 화학첨가물 조합이다?

라면수프는 소고기와 사골, 마늘, 양파, 간장 등의 재료를 넣고 푹 고아 농축시킨 뒤 건조해 분말로 만든 것이다. 화학첨가물 범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대부분 천연 식재료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라면의 고명 구실을 하는 건더기 수프는 원재료 그대로의 맛과 향을 유지한 채 건조해 만들었다.

면은 밀가루와 배합수를 혼합해 반죽을 만들고, 롤러를 통과시켜 얇게 만든 뒤 제면기를 통해 국수 모양으로 만든다. 면발을 100도 이상의 스팀박스에 통과시키며 익힌 다음 유탕면은 식물성 기름 팜유가 연속적으로 공급되는 통 안에서 튀기고 건면은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한 뒤 냉각시켜 완성한다.


라면에는 방부제가 많이 들어간다?

라면은 대표적인 인스턴트식품이기 때문에 방부제 덩어리일 것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하지만 라면에는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 원리는 간단하다. 식품을 변질시키는 큰 원인 중 하나인 미생물은 수분 함량이 12% 이상이어야 살 수 있다. 라면의 면과 수프는 수분 함량이 4~6% 수준이라 미생물이 번식할 수 없어 상온에서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하다. 쌀과 밀가루가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것과 같은 원리이다.


라면 먹고 다이어트?

라면의 열량은 보통 500㎉ 전후로, 성인 한 끼 식사 기준으로 봤을 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하루 권장 칼로리 섭취량이 2000~2500㎉인 점을 고려하면 라면 한 봉지의 열량은 하루 권장량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라면 먹고 자면 얼굴이 붓는다?

라면을 먹어서 얼굴이 부은 게 아니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음식을 먹어서 얼굴이 붓는 것이다. 인체는 신체활동을 통해 수분을 배출하는데, 수면 때 우리 몸은 활동이 없는데다 방광에 소변이 많이 차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수분 배출을 줄인다. 이에 따라 음식을 먹은 뒤 바로 자게 되면 수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얼굴이 붓는 것이지 특정 음식이 부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라면은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하다?

라면이 들으면 가장 억울한 편견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 영양 섭취기준’에 따르면, 필수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은 각각 55~65%, 7~20%, 15~30%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라면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이 62:8:30 수준으로 보건복지부의 기준에 바람직하다. 일본 최대 라면업체인 닛산식품에서는 농심의 신라면과 김치를 곁들여 먹었을 때 영양 비율이 비빔밥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라면은 소화가 잘 안 된다?

소화 여부는 체질에 따라 다르다. 라면의 주원료인 밀가루는 물과 반죽하는 과정에서 글루텐이 형성된다. 서양인은 오랜 세월 빵을 주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밀가루 음식에 대한 소화력이 좋지만 동양인 중에는 글루텐을 분해하는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라면을 먹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사람은 라면뿐만 아니라 글루텐이 들어간 빵, 수제비, 칼국수 등의 음식도 소화하기 어려운 체질을 가진 사람이다.


라면 마니아를 위한 다양한 사이트를 이용하면 건강 레시피는 덤으로 따라온다.

누들푸들 사이트(www.noodlefoodle.com)에는 일반인이 올려놓은 자기만의 라면 레시피뿐만 아니라, 전문 셰프와 농심 연구원들이 개발한 약 1천 개의 라면 조리법에서 버섯, 마늘, 채소, 해산물 등을 활용한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사진 농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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