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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패션? 협찬 패션!

등록 : 2016-05-12 16:39 수정 : 2016-05-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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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이 출국 때 든 가방’, ‘000이 입국 때 입은 옷’ 등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이 연일 포털 사이트를 달군다. 공항 패션은 한 온라인 매체 기자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연예인을 찍어 올린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들의 평소 모습을 궁금해하는 엿보기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는 속고 있다. 공항 패션은 대부분 협찬 상품으로 이뤄진다. 내 옷처럼 입고 공항에 나타나지만, 출국장에 들어서면 갈아입기 바쁘다. 공항 패션이 포털 메인 화면을 장식하기 시작하면서, 공항마저 연예인들한테 중요한 ‘일터’가 됐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협찬품을 입고 들고 신는 것을 넘어, 물이나 음료 등을 평소 마시는 것처럼 들고 다니고, 헤드폰에 여권 케이스까지 구석구석 협찬 상품이 등장한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공항 런웨이’를 위한 연예인들의 준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해외 일정이 잡히면 주로 스타일리스트가 여러 옷을 협찬 받아 온다. 연예인들은 잠 못 자고 고심한 끝에 신중하게 선택한다. 기자들이 다각도에서 촬영하는 것까지 고려한다. 잡지처럼 단면이 나오면 화려한 옷도 괜찮지만, 360도 촬영 가능한 공항에서는 최대한 차분한 옷이 좋단다. 새벽 출국이면 전날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하고 잔 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부스스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공항 사진이 포털에 걸리면, 업체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뿌린다. ‘000가 공항에서 입은 옷’이라고 홍보한다. 기사가 많이 나와야 홍보를 잘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공항 패션 사진을 걸어놓는다. 매출이 오르는 등 효과는 있다. 누리꾼들은 ‘000가 신은 신발은 어디 것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어느덧 홍보 싸움을 넘어 연예인들의 자존심 싸움이 됐다. 언제부턴가 소속사는 출국과 입국 시간을 기자들한테 문자나 이메일로 알린다. 예전에는 몇몇 기자한테 조심스레 귀띔했는데, 요즘은 ‘대놓고’ 홍보한다. 심지어 비행기 편명까지 알려 준다. 연예인들은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 왔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공항을 걷고, 이를 촬영한 사진이 포털에 뜨는 것으로 ‘내가 영향력 있는 스타’라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 주고, 협찬 회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낼 수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도 이제 영리해졌다. 웬만하면 협찬쯤은 구분한다. 적당히 하라는 댓글도 가끔 나온다. 그래서 요즘은 트레이닝복 같은 아예 편한 옷으로 협찬 아닌 척 눈속임을 한다. 출국장 안에서 소속사 직원이 촬영해 공항 이용객인 것처럼 인터넷 등에 올리는 이도 있다. 뛰는 누리꾼 위에 나는 연예인이다. 이러다 파파라치가 찍는 열애 사진도 협찬품 홍보에 이용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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