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닮은 작은 영화관 순례

도시의 건물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의 공간

등록 : 2016-11-24 16:41 수정 : 2016-11-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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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4층의 실버영화관(옛 허리우드 극장)은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관으로, 한 시절을 주름 잡던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지난 21일 평일 오후인데도 많은 어르신들이 <네이키드 정글>을 관람하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은 둘째라면 섭섭할 정도로 영화를 사랑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 영화계를 쥐락펴락하는 할리우드도 자신들이 만든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서울에서 최초로 개봉하기도 한다. 서울이 세계의 흥행을 가늠해보는 잣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좌석을 갖춘 멀티플렉스만 해도 수십 개가 성황을 누리는가 하면 수십 명을 위한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품고 있기도 하다. 이들 작은 영화관은 예술로서 영화의 가치를 만날 수 있고, 초등학교 친구를 십수 년 만에 우연히 만날 때 느낄 수 있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서울의 대형 건물 사이사이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작은 영화관에서, 가는 가을이 남긴 아쉬움을 위로받아보자.

도시의 살아 있는 타임캡슐 실버영화관(옛 허리우드 극장)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건물이자 악기 전문상가인 낙원상가빌딩에 자리잡은 영화관. 과거에 허리우드 극장이 있던 곳이다.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신성일, 엄앵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들이 함께한다.

영화관 앞의 넓은 공간에서 내려보는 종로의 풍경은 마치 도시의 타임캡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오고 가는 길도 재미있다. 낭만극장, 청춘극장 그리고 극장 안의 사진관과 가게들, 백 투 더 퓨처를 실제로 경험해보라. 55세 이상과 동반인은 2000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다.

주소: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빌딩 4층), 누리집: www.bravosilver.org, 전화: 02-3672-4232, 상영(예정) 영화: <붉은 수수밭> <생사투> <십계> <유령> 등

시네마테크의 자존심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의 대표적 시네마테크로 꼽힌다. 종로 2가 낙원상가에서 최근에 종로 3가의 서울극장 건물로 이전했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시네마테크이며, 영화 팬들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거장들의 회고전, 무성영화, 단편극장, 영화관 속 작은학교, 필름 라이브러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포르투갈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가 30일까지 열린다.

주소: 종로구 돈화문로13(서울극장 3층), 누리집: www.cinematheque.seoul.kr, 전화: 02-741-9782, 상영 예정 영화: 포르투갈 영화제,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아하게 영화 보기 씨네큐브

광화문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와 아트큐브로 구성되어 있고, 세심하며 요란하지 않게 배려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여유롭고 세련된 영화 감상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예술영화관은 멀티플렉스와는 다르게 영화관마다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가는 것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영화관이다. 건물 앞에 거대한 ‘망치질하는 사람’ 조각을 볼 수 있으며, 그 밖에 건물 안팎에서도 많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종로구 새문안로 68 (흥국생명빌딩 지하 2층), 누리집: www.cinecube.co.kr, 전화: 02-2002-7770~1, 상영 예정 영화: 2016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

100% 무료인 영상 자료의 보고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디지털미디어시티 단지의 화려한 건물 사이에 화려하지 않게 자리 잡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 영상 자료의 보고다. 건물 지하에는 영화관과 카페, 1층에는 영화박물관, 2~3층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 자료를 갖춘 영상도서관이 있다. KOFA는 고전,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유명 감독 회고전이나 장르영화를 1~2주 동안 상영해 벼르던 시리즈들을 마스터할 수도 있다. 모든 영화는 무료이다. 영화관 카페 1895는 영화가 탄생한 해이자, 한국에 최초로 커피가 소개된 해인 1895년을 기념한다.

주소: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한국영상자료원 지하 1층), 누리집: www.koreafilm.or.kr, 전화: 02-3153-2001, 상영(예정) 영화: 달콤한 영화 디저트, 개그맨 특별전, 해피투게더 독립영화, 이장호 감독의 마스터피스 등

홍대 앞의 또 다른 놀이학교 상상마당

‘홍대’에 가면 무엇을 하는가, 며칠을 머문다 해도 다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홍대다. 그중에서도 상상마당은 영화관, 라이브홀, 갤러리, 독특한 디자인 제품들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어 하루 종일 머문다 해도 만족스러운 곳이다.

지하 4층에 있는 영화관 로비는 클럽 같은 분위기다. 다양한 만화책도 볼 수 있다. 토요일에는 <록키 호러 픽쳐 쇼 싱얼롱>이 있어, 코스튬을 갖추고 간다면 축제의 밤을 보낼 수도 있다.

주소: 마포구 어울마당로 65 (상상마당빌딩 지하 4층), 누리집:www.sangsangmadang.com, 전화: 02-330-6200, 상영(예정)영화: <벨빌의 세 쌍둥이> <연애담>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할머니의 먼 집> <라 라 랜드> <록키 호러 픽쳐 쇼 싱얼롱>, 단편 상상극장 등

사진 찍기 좋은 건축물 안의 영화관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에는 긴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건축물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화’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ECC 건물에 있는 영화관이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영화제, 기획전, 영화학교, 씨네토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 ‘할리우드 키드’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끝낸 모모는 영화학교 프로그램으로 네오리얼리즘을 진행 중이다.

주소: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ECC B402), 누리집: www.arthousemomo.co.kr, 전화: 02-363-5333, 상영 예정 영화: <딜쿠샤> <레이디 수잔> <잉글리쉬 페이션트> <테일 오브 테일즈> <라 라 랜드>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등

보석처럼 빛나는 작은 영화관들

아리랑시네센터 : 11월30일까지 수험표를 지참하면 5000원에 볼 수 있다.

주소: 성북구 아리랑로 82 (3층 독립영화전용관), 누리집: cine.arirang.go.kr, 전화: 02-3291-5541

KU시네마트랩 : 고려대학교에 미디어관에서 만나는 강의실을 닮은 영화관.

주소: 성북구 안암로 145 (고려대학교 미디어관 4층), 누리집: www.kucinetrap.kr, 전화: 02-924-6579

KU시네마테크 : 건국대학교에 자리잡은 독립영화 신에 자주 등장하는 공간.

주소: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예술문화관 B108), 누리집: kucine.kr, 전화: 02)446-6579

MMCA필름앤비디오 : 필름큐레이터가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안의 영화관.

주소: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www.mmca.go.kr, 전화: 02-3701-9500

글·사진 박지수 미디어아티스트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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