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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하러 동주민센터로 간다

당산2동 등 영등포·강서·용산의 ‘동헬스장’ 현장, 고비만 시대 ‘먹방 규제’보다 동네 헬스장 활성화해야

등록 : 2018-08-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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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영등포구 당산2동주민센터 체력단련장(헬스장)의 상주 트레이너인 이승규(68)씨가 회원인 윤석화(66)씨에게 상체 근력운동기계 사용을 지도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9일 영등포구 당산2동주민센터 4층 체력단력장(헬스장)에서 만난 조남국(64)씨는 언뜻 보기에도 환갑을 넘긴 나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잘 단련된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듯했다. 조씨는 “이곳 동주민센터 체력단련장에 오기 전에는 야외에 설치된 기구로 운동했는데 헛운동을 한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5년 11월 당산2동주민센터가 이전 신축하면서 이곳에 다니기 시작한 조씨는 야외에 설치된 근력운동기구 등을 이용했는데, 기구 사용법도 제대로 모른 채 운동했다고 한다. 당산2동주민센터 4층 헬스장은 몸 부위별 근력 강화 기계(30여 대)와 러닝머신(10대) 등 운동기구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조씨는 헬스트레이너에게서 하체·상체 운동, 산행에 맞는 근육 키우기, 자신에 맞는 기계 사용법 등 운동하는 요령을 배웠다. 조씨는 거의 매일 오전 출근해 하루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운동한 결과, 15~20㎞ 걷는 주말 산행을 즐겁게 견뎌낼 수 있게 됐다. 주위에서 “운동에 중독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조씨의 즐거운 운동, 그리고 체력 증진에는 당산2동주민센터 헬스장의 헬스트레이너 이승규(68)씨의 도움이 컸다. 이씨는 40년 이상 보디빌딩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이용 주민들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요법을 지도해 호응을 얻고 있다.

헬스장이 개설되자마자 다니기 시작한 회원 윤석화(66)씨도 당뇨 증상을 심하게 앓고 있는데, 이씨의 지도에 따라 누워서 다리로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는 하체운동을 열심히 했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운동한다는 윤씨는 “이제 걷는 것은 자신 있다”고 한다.

“회원 등록할 때 몸 상태를 꼭 물어봅니다. 무릎 아픈 사람에게 러닝머신을 ‘빡세게’ 시키면 안 되잖아요. 비만자에게는 보디빌딩 나갔을 때 경험을 살려 식단까지 짜주기도 합니다. 근력이라는 게 아무렇게나 해서 생기는 게 아니어서 체계적인 운동이 중요해요.”

이승규씨는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있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최근에 한 분이 ‘침 맞으러 몇 개월 다녔는데 차도가 없어 헬스클럽 다녔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하셔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월회비 3만원으로, 시중 헬스장의 2분의 1~3분의 1 수준인 이곳 ‘동헬스장’은 7월 월회원만 230명이 등록돼 있다. 동주민자치위원회가 직영하는 이곳 헬스장은 동네 체육시설치곤 장비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이씨 같은 헬스트레이너가 상시적으로 운동을 도우는 등 체제가 잡혀 있어, 운영 결과 흑자를 거두고 있다고 이현희 당산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밝혔다. 값싸고 시설 좋고 친절한 트레이너까지 갖춘 당산2동 헬스장 같은 동헬스장은 국민 비만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에서 주목받는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비만 해소책으로 ‘먹방 가이드라인’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동헬스장 증축이나 운영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오히려 국민 비만 줄이기에 효과적일 것이다. 앞서 조남국씨도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이런 시설 유지에 비용을 일부 대주거나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결국 국민이 동네 헬스장 이용을 많이 해 건강해지면 의료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는 이런 동주민센터 안 헬스장이 전체 18개 동 가운데 15개 동주민센터(분소포함 17곳)에 있다. 그러나 다른 곳도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 월회원이 100명 남짓한 곳도 많다.


상주 트레이너 없는 곳 대부분 ‘아쉬움’


월회비, 민간의 2분의 1~3분의 1 수준

자기 몸에 맞는 운동하려면 지도 필수


주민센터 헬스장이 아직 싸긴 하지만 할인 혜택이 많은 시설 좋은 민간 헬스장이 늘어나 가격 경쟁력이 줄어드는데다 상주 트레이너가 있는 곳도 많지 않아 이용 주민들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 못한다.

강서구도 동주민센터 헬스장이 잘 갖춰졌다. 전체 20개 동주민센터에 빠짐없이 헬스장이 있다. 헬스장 면적이 550㎡(약 160평)로 가장 큰 화곡4동주민센터 헬스장은 월 2만원 정기회원이 550명으로 가장 많다. 러닝머신 15대, 근력운동 기계 23대, 사이클 8대 등 웬만한 민간 헬스클럽 못지않은 시설을 갖췄다.

화곡4동주민센터의 박초롱 주무관은 “주변에 규모가 크고 관리가 잘된 민간 헬스클럽이 없는 것도 주민센터 헬스장 이용이 많은 요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곳에도 상주 헬스트레이너는 없다. 매주 수요일 대한체육회의 자원봉사자들이 피티(PT) 지도를 한다. 강서구 내에서 상주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근력운동은 이용자의 몸 상태에 맞게끔 헬스트레이너가 지도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동주민센터 헬스장은 예산 문제 때문에 고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헬스트레이너 고용과 관련한 비용 지원이 없어, 운영을 맡은 자치위원회에서 감당해야 하나 기금이 충분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자기 몸 상태에 맞지 않은 운동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다 정확한 기구 사용이 운동 효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헬스트레이너 고용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구에서 헬스트레이너를 직접 고용하거나 관리 공단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 헬스장 운영을 맡기는 영등포구나 강서구와 달리 용산구는 시설관리공단에 동주민센터 헬스장 8곳의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4곳에서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하고 있다. 한남동주민센터(지하 1층에 304.3㎡ 크기의 헬스장)의 경우 이용료가 월 5만원으로 다른 구보다 조금 높은 편이나 65살 이상 어르신들은 절반값으로 할인해줘 어르신 이용률이 30%에 이를 만큼 높다.

오정택 용산구시설관리공단 체육공익 사업팀장은 “민간 헬스장은 연세 많은 분은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주민들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할인 혜택도 드린다”고 했다. 김건(22·구직 활동 중)씨는 “매일 하루 1시간 남짓 이곳에 나와 근력운동을 한다”며 “가깝고 저렴하고 시설도 괜찮아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남편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했다는 권영숙(71)씨도 “동주민센터 근처에 사는데 2년 전부터 운동했더니 체중도 줄고 잔병도 없어 좋다. 수건이 조금 오래된 것만 빼고는 다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용산구 전체 17개 동 가운데 7동에 헬스장이 설치돼 있다. 용산구는 신축 중인 동청사 4곳에도 헬스장을 갖출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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