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나는 운동하러 동주민센터로 간다
당산2동 등 영등포·강서·용산의 ‘동헬스장’ 현장, 고비만 시대 ‘먹방 규제’보다 동네 헬스장 활성화해야
등록 : 2018-08-23 15:04
지난 20일 영등포구 당산2동주민센터 체력단련장(헬스장)의 상주 트레이너인 이승규(68)씨가 회원인 윤석화(66)씨에게 상체 근력운동기계 사용을 지도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정부는 비만 해소책으로 ‘먹방 가이드라인’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이런 동헬스장 증축이나 운영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오히려 국민 비만 줄이기에 효과적일 것이다. 앞서 조남국씨도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이런 시설 유지에 비용을 일부 대주거나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결국 국민이 동네 헬스장 이용을 많이 해 건강해지면 의료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에는 이런 동주민센터 안 헬스장이 전체 18개 동 가운데 15개 동주민센터(분소포함 17곳)에 있다. 그러나 다른 곳도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 월회원이 100명 남짓한 곳도 많다.
상주 트레이너 없는 곳 대부분 ‘아쉬움’
월회비, 민간의 2분의 1~3분의 1 수준 자기 몸에 맞는 운동하려면 지도 필수
주민센터 헬스장이 아직 싸긴 하지만 할인 혜택이 많은 시설 좋은 민간 헬스장이 늘어나 가격 경쟁력이 줄어드는데다 상주 트레이너가 있는 곳도 많지 않아 이용 주민들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 못한다. 강서구도 동주민센터 헬스장이 잘 갖춰졌다. 전체 20개 동주민센터에 빠짐없이 헬스장이 있다. 헬스장 면적이 550㎡(약 160평)로 가장 큰 화곡4동주민센터 헬스장은 월 2만원 정기회원이 550명으로 가장 많다. 러닝머신 15대, 근력운동 기계 23대, 사이클 8대 등 웬만한 민간 헬스클럽 못지않은 시설을 갖췄다. 화곡4동주민센터의 박초롱 주무관은 “주변에 규모가 크고 관리가 잘된 민간 헬스클럽이 없는 것도 주민센터 헬스장 이용이 많은 요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러나 이곳에도 상주 헬스트레이너는 없다. 매주 수요일 대한체육회의 자원봉사자들이 피티(PT) 지도를 한다. 강서구 내에서 상주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근력운동은 이용자의 몸 상태에 맞게끔 헬스트레이너가 지도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동주민센터 헬스장은 예산 문제 때문에 고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헬스트레이너 고용과 관련한 비용 지원이 없어, 운영을 맡은 자치위원회에서 감당해야 하나 기금이 충분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자기 몸 상태에 맞지 않은 운동을 하다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다 정확한 기구 사용이 운동 효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헬스트레이너 고용은 필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구에서 헬스트레이너를 직접 고용하거나 관리 공단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 헬스장 운영을 맡기는 영등포구나 강서구와 달리 용산구는 시설관리공단에 동주민센터 헬스장 8곳의 운영을 맡기고 있는데, 4곳에서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하고 있다. 한남동주민센터(지하 1층에 304.3㎡ 크기의 헬스장)의 경우 이용료가 월 5만원으로 다른 구보다 조금 높은 편이나 65살 이상 어르신들은 절반값으로 할인해줘 어르신 이용률이 30%에 이를 만큼 높다. 오정택 용산구시설관리공단 체육공익 사업팀장은 “민간 헬스장은 연세 많은 분은 받지 않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주민들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할인 혜택도 드린다”고 했다. 김건(22·구직 활동 중)씨는 “매일 하루 1시간 남짓 이곳에 나와 근력운동을 한다”며 “가깝고 저렴하고 시설도 괜찮아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남편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했다는 권영숙(71)씨도 “동주민센터 근처에 사는데 2년 전부터 운동했더니 체중도 줄고 잔병도 없어 좋다. 수건이 조금 오래된 것만 빼고는 다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용산구 전체 17개 동 가운데 7동에 헬스장이 설치돼 있다. 용산구는 신축 중인 동청사 4곳에도 헬스장을 갖출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