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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책 읽는 공직사회가 주민 행복 만든다”

사람& 전국 지자체 최장 기록 11년 연속 ‘독서경영 우수 직장’ 노원구청 하승홍 주무관

등록 : 2026-11-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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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출판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요즘 노원구청(구청장 서준오) 직원은 책읽기에 여념이 없다. 점심시간 청사 1층 로비에 있는 9m 길이의 원목 테이블 주변으로는 책장을 넘기는 직원들과 주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주말 집에서도 직원들은 책에 몰입한다.

이런 독서 열풍에 힘입어 노원구는 지난 10월22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시상식’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장기 기록인 ‘11년 연속 인증’을 달성하고 장기 인증 공로패를 수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이 인증은 독서를 통해 조직의 소통과 창의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개선한 우수 기관에 수여된다.

직원들이 얼마나 독서에 집중하는지 듣기 위해 서울&은 행정지원과 능력개발팀 하승홍 주무관을 만났다. 그는 “1800여 노원구 공직자 모두와 전현직 구청장들이 다 함께 차곡차곡 쌓아올린 독서 문화의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인터뷰 중인 노원구 하승홍 주무관. 노원구 제공

짝꿍독서부터 사가독서까지…자율과 즐거움 중심 지원

노원구 독서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강요하지 않는 자율성’과 ‘직원 맞춤형 프로그램’에 있다. 하 주무관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부담이 되면 지속되기 어렵다”며 직원들의 다채로운 독서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단연 ‘짝꿍독서’다. 직원 2명이 짝을 이뤄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선택해 읽는 제도로, 상·하반기 각 60명씩 연간 120명을 지원한다. 1인당 2만원 상당의 도서 구매비를 지원하는데, 매번 신청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올해 상반기에는 192명, 하반기에는 150명이 몰려 3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자율적인 소모임인 ‘독서동아리’도 활발하다. 직원 3~6명이 자유롭게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로, 올해는 15개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하 주무관은 “신규 참여자와 새내기 공무원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정 방식을 가다듬어 조직 내 참여 문턱을 한층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지원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직원들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여름휴가철 책읽기 촉진을 위해 도서구입비 지원하는 여름방학 독서 프로젝트, 책읽기로 재충전을 돕는 ‘사가독서(舍家讀書) 학습휴가’ 등 휴가와 연계한 정책도 시행 중이다. 나아가 도서 지원비 경품 이벤트, 사내 인트라넷 ‘노원인의 서재’를 통한 월간 ‘책퀴즈’ 등 다채로운 계기를 만들어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 한 권이 바꾼 일상”…공직 사회를 채우는 독서의 힘

담당 업무 중 하 주무관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책을 통해 직원들의 일상과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할 때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마음의 여유가 없던 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짝꿍독서에 참여했더니 짝꿍이 그의 상황을 고려해 과학소설(SF)인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추천해줬답니다. 주말 동안 두꺼운 책에 온전히 몰입해 새벽까지 책을 읽어 내려갔고, 그 몰입의 시간 덕분에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크게 씻어낼 수 있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신규 공무원들에게도 독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올해 입사한 한 새내기 공무원은 독서동아리에 참여해 선배, 동료들과 단편소설과 자기계발서를 나누며 직장 내 따뜻한 소통의 물꼬를 텄다. 그 직원은 “독서동아리가 아니었다면 미처 알지 못했을 동료들의 깊은 생각을 알게 되었고, 직장 생활의 큰 활력소가 됐다”는 소감을 전달해오기도 했다.

팀장급 간부의 사례도 인상적이다. 전입 탓에 낯선 환경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한 팀장은 독서동아리를 통해 동료들을 만나고 에세이부터 경제, 예술 서적까지 독서 스펙트럼을 넓히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책과의 깊은 인연은 그가 도서관 탐방과 작가 강연에도 관심을 갖게 해 원만한 직장생활의 큰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행정 혁신과 구민 복지로 이어지는 ‘지식 생태계’

노원구의 독서 문화는 개인 수양이나 직장 내 친목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신 행정 트렌드를 습득하고 구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승홍 주무관은 “구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 저자 특강 및 인공지능(AI) 전문가 초청 강연을 하고, 자체 생성형 AI 솔루션인 ‘노원지피티(GPT)’를 도입해 직원들이 최신 기술과 지식을 실제 행정 현장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러한 독서 자산은 구민을 위한 문화 복지로 확산하고 있다. 구청사 1층 북카페와 4층 작은도서관 기능을 갖춘 종합자료실을 조성해 언제든 책을 접할 수 있게 한 것은 물론, 상계10동 복합청사 내 ‘마들이음도서관’ 개관, 경춘선숲길 일대에서 펼쳐지는 ‘노원 야외도서관 낭만보장’ 행사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풍성한 독서 향유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출판 시장의 불황 속에서 노원구가 보여준 11년간의 독서경영 성과는 전국 다른 지자체와 공공 기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을 읽는 공무원이 넓은 시야와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구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하고 창의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주무관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타 지자체에도 독서하는 조직 분위기가 더욱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안의 중심을 세우고 타인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히는 일입니다. 공직사회가 책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할 때 그 혜택은 직원과 공직사회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노원구의 작은 시도들이 다른 구청과 공공기관에도 선한 영향력으로 전달돼 어디서나 ‘책 읽는 일터’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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