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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협동조합(이사장 이병)의 청년 입주자들이 오는 12월5일 저녁 7시30분 티시시(TCC)아트센터 우석홀에서 펼쳐지는 한지붕 연말파티에서 선보일 뮤지컬 공연 준비를 위해 모였다. 뮤지컬 기획회사인 ‘송기획’이 참여해 공연을 돕고 있다. 한지붕협동조합 제공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1970년대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밀려나고 해체된 가족의 비극을 고발한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한 문장이다. 책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도시 공동체의 삶은 나아졌을까.
서울에서 ‘부모 찬스’ 없이 인생을 헤쳐가야 하는 청년에게 주거 문제는 여전히 버겁다. 서울 인구는 1990년 1061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말 기준 960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일과 결혼, 육아 문제에 직면한 30대가 다른 연령에 비해 더 많이 서울을 떠났다. 1960~1970년대 서울에서는 도시 빈민들이 외곽 지역으로 쫓겨났다면 2000년대에는 청년들이 밀려나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2030년까지 청년안심주택 12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했지만 이를 체감하며 기대하는 청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최근 2년만 보더라도 청년안심주택(공공임대)의 경쟁률은 40 대 1~100 대 1까지 치솟았다. 청년들 사이에서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월 민간 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토지·건물 보유자에게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을 약속했지만 최근 보증금 미반환 피해 사례처럼 사업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집’(하드웨어)이 아니라 ‘공동체’(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을 조용히 실천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주택’(소셜하우징) 전문가로 책 ‘어쩌면, 사회주택’(자음과모음 펴냄, 2024)을 낸 최경호 전 주거중립성연구소장은 “네덜란드·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주거복지 선진국의 자가소유율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도 사회주택 비율은 20~30%에 이른다”며 “주거 선진국은 ‘전 국민 1주택’이 아니라 ‘세입자가 마음 편히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대학로의 공연예술인, 홍대의 젊은 창작자, 성수동과 이태원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만화가와 작가, 영화감독과 디자이너, 유튜버, 그리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이들. 넉넉지 않은 수입에도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며 오늘도 자신만의 작은 공을 하늘로 쏘아올리는 청년들은 저마다의 꿈과 함께 같은 꿈을 꾼다.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집, 서로를 살피고 돕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꿈이다.
사회주택 보급 시도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활성화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14년 말 서울시의회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 6월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260가구 규모의 사회주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전국의 비영리법인 또는 협동조합 70여 곳이 한국사회주택협회(이사장 이한솔)에 속해 있는데 이들이 공급 운영하는 전국의 사회주택은 모두 6805가구에 이른다. 이 중 2286가구가 서울에 있다.
사회주택 보급 시도는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으로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활성화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14년 말 서울시의회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 6월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260가구 규모의 사회주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전국의 비영리법인 또는 협동조합 70여 곳이 한국사회주택협회(이사장 이한솔)에 속해 있는데 이들이 공급 운영하는 전국의 사회주택은 모두 6805가구에 이른다. 이 중 2286가구가 서울에 있다.
한지붕협동조합이 사업을 진행 중인 사회주택의 외관 모습으로, 서울·수도권에서 21개동 709가구를 운영 중이다. 한지붕협동조합 제공
2019년부터 7년째 사회주택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이병 한지붕협동조합(영등포구 선유로 146) 이사장은 “공공은 멀리 있고 민간은 이익 여부로 움직인다”며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비로 오래 머물 수 있는 집을 만들자는 뜻으로 조합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명은 주택 공급을 넘어 지역사회와 입주민의 삶을 잇는 협동 플랫폼으로, 공공이 다 하지 못하는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을 확대해나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붕협동조합은 현재 709가구(서울은 473가구, 입주자 568명)를 공급·운영하고 있다. 경기 지역 1030가구를 공급·운영 중인 ‘더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매입한 임대주택을 위탁받아 운영(569가구)하고, 비거주 시설을 리모델링(127가구)하거나 국공유지를 장기 임대해 직접 주택을 지어(13가구) 임대·운영하고 있다.
한지붕협동조합이 사업을 진행 중인 사회주택의 외관 모습으로, 서울·수도권에서 21개동 709가구를 운영 중이다. 한지붕협동조합 제공
조합 창립 초기에는 자금 압박이 커 4년 동안 이사장과 총괄이사 등 주요 임원들은 급여 없이 조합을 이끌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진 3년 전에야 이들도 직원 수준의 급여를 비로소 받게 됐다. 직원 급여는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매년 꾸준한 임금 인상을 거쳐 이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임직원은 15명 규모다. 출자금은 설립 당시보다 늘어 2억원에 이르고, 월 임대료 수입은 2억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말 ‘미처분 이익잉여금’도 5억6천만원에 달해 직원 복지와 재투자 여력도 확보했다.
입주민 선정 기준도 남다르다. 우선, 만 19~39살 미혼 청년 가운데 가구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 수준 이하이면서 자산 기준이 충족돼야 대상이 될 수 있다. 입주자 선정 기준에는 한지붕 공동체 교육 이수(20점),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대비 소득 수준(20점), 공동체 생활 관련 활동 기간과 기타 가점(20점), 주거, 공유경제, 공동체,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생각(20점), 친환경에 대한 생각, 공동체 참여 의지, 자기소개서(20점) 평가 등도 포함된다.
조창덕 이사는 한지붕협동조합의 자랑거리를 세 가지로 소개했다. 먼저 임직원은 건축사, 주택관리사, 회계사, 변호사, 금융인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돼 작지만 강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병 이사장은 수많은 공익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이장수 총괄이사는 설계·시행 등에 경험이 많은 건축 전공자로 한지붕 설립 이후 전반적인 경영 실무를 총괄해왔다. 김이수 이사도 대학원에서 부동산을 전공한 주택관리사로 신축 등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를 주무하고 있다.
한지붕협동조합 사무실 입구에서 이병 이사장(왼쪽부터), 조창덕 이사, 윤영백 팀장이 활짝 웃고 있다. 이동구 기자
“사회주택 10만 가구 이상, 전 국민 주거 모델로 발전해야”
“공공임대보다 만족도 높아
지원 따르면 지속 가능성 충분” 경영 방침은 확고하다. 혹시 모를 입주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외부 시공이나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입주자 보증금의 99%를 LH·SH에 예치한다. 그런 면에서 보증금 미반환 발생 여지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사업 구조를 일궜다. 조 이사는 두 번째로 ‘전문가 멘토링’을 꼽았다. 임직원들이 가진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입주민 대상 강의와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온·오프라인 특강과 1 대 1 상담을 통해 전세사기·세무·법률·금융·여행 등 청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2024년 전세사기 예방 특강에는 100명 이상이 참여해 실제 피해를 막은 사례도 나왔다. 입주민들은 “구청이나 공공기관보다 접근성이 좋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랑은 커뮤니티 활성화에 진심이라는 점이다. 윤영백 팀장은 “‘한지붕’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700여 가구가 한 가족이 되도록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기획팀’을 둬 입주민 중심의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다. 매년 입주자 설문조사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반영한 덕분에 설문지 회신율이 60%를 넘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연간 20~30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500명 이상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LH가 주최한 커뮤니티 활동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사회주택 부문 최초로 장려상을 받았다. 입주자 건강검진 20~30% 할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조손가정 학생 생활비와 한부모가정 학생 학원비도 지원하고 있다. 운영상 어려움은 없을까. 이병 이사장은 “사회주택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에 더해 공공주택특별법상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정책적 지원과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다행히 최근 김우영·복기왕 의원이 사회주택(특화형 주택) 정의와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7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회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힌 만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체 주택 수는 약 2262만 가구이고, 이 중 공공임대주택은 약 19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8% 수준이지만 사회주택은 1만 가구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병 이사장은 “사회주택의 입주민 만족도는 일반 공공임대보다 훨씬 높다”며 “법적 지원만 뒤따른다면 지속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 사회주택을 1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중산층까지 포함한 전 국민의 주거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는 주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서울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원 따르면 지속 가능성 충분” 경영 방침은 확고하다. 혹시 모를 입주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외부 시공이나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 기조를 유지해왔다. 입주자 보증금의 99%를 LH·SH에 예치한다. 그런 면에서 보증금 미반환 발생 여지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사업 구조를 일궜다. 조 이사는 두 번째로 ‘전문가 멘토링’을 꼽았다. 임직원들이 가진 풍부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입주민 대상 강의와 개별 상담을 진행한다. 온·오프라인 특강과 1 대 1 상담을 통해 전세사기·세무·법률·금융·여행 등 청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2024년 전세사기 예방 특강에는 100명 이상이 참여해 실제 피해를 막은 사례도 나왔다. 입주민들은 “구청이나 공공기관보다 접근성이 좋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랑은 커뮤니티 활성화에 진심이라는 점이다. 윤영백 팀장은 “‘한지붕’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700여 가구가 한 가족이 되도록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기획팀’을 둬 입주민 중심의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다. 매년 입주자 설문조사로 원하는 프로그램을 반영한 덕분에 설문지 회신율이 60%를 넘길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연간 20~30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500명 이상이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LH가 주최한 커뮤니티 활동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사회주택 부문 최초로 장려상을 받았다. 입주자 건강검진 20~30% 할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조손가정 학생 생활비와 한부모가정 학생 학원비도 지원하고 있다. 운영상 어려움은 없을까. 이병 이사장은 “사회주택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에 더해 공공주택특별법상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정책적 지원과 예산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다행히 최근 김우영·복기왕 의원이 사회주택(특화형 주택) 정의와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 7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사회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힌 만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체 주택 수는 약 2262만 가구이고, 이 중 공공임대주택은 약 19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8% 수준이지만 사회주택은 1만 가구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병 이사장은 “사회주택의 입주민 만족도는 일반 공공임대보다 훨씬 높다”며 “법적 지원만 뒤따른다면 지속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으로 사회주택을 10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중산층까지 포함한 전 국민의 주거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는 주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서울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