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친환경·생태 마을기업 만드는 게 목표”

금천구 도시재생 1호기업 ‘더금하 에너지전환 협동조합’

등록 : 2022-04-28 15:18 수정 : 2022-04-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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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도시재생 1호기업 ‘더금하 에너지전환 협동조합’ 오회옥 대표(오른쪽)와 서은주 사무국장이 지난 21일 독산1동 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앞에서 어깨동무하며 밝게 웃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도시재생·에너지자립마을 활동으로

저층주거지역이 탄소중립마을 변신

도시재생 성과 잇는 협동조합 설립해

“청년기업과 협력 친환경 제품 판매”

“이제 막 자립으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는데 3년 뒤 흑자를 내는 마을기업으로 만들겠습니다.”

금천구 도시재생 1호기업 ‘더금하 에너지전환 협동조합’이 3월25일 닻을 올렸다.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원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더금하와 함께 주민 인식 전환과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위드림교육협동조합도 만들었다. 더금하는 지난 8일에는 서울시에 예비마을기업 신청도 해 주민 일자리 창출에도 기대가 크다.

지난 21일 독산1동 금하마을 주민 공동이용시설에서 만난 오회옥(67) 더금하 대표는 “더금하는 기존 주민협의체 활동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며 “친환경, 생태, 에너지 마을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광명권에 속한 금천구 지역으로 섬 같은 곳입니다. 서자 취급을 받죠.” 금하마을은 금천구 독산1동 1100번지 일대(56611㎡)로 총 996가구 2천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중 1인가구는 422가구로 42%를 차지하고 홀몸노인이 81가구다.

금천구는 안양천을 경계로 서쪽 광명시와 구분되는데, 독산1동은 유일하게 안양천 동쪽과 서쪽에 걸쳐 있다. 광명시와 맞닿은 안양천 서쪽 독산1동 지역은 ‘광명시 속 금천구, 광명시에 있는 서울’쯤으로 인식된다. 이곳은 또다시 북쪽 아파트 지역과 남쪽 저층 주거지역인 금하마을로 나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산1동 저층 주거지역이라고만 불렸죠. 마을주민들이 금천의 ‘금’, 광명시 소하동의 ‘하’를 따서 ‘금하마을'이라고 이름 지어 자존감을 높였습니다.”

“주민들이 뭉치지 않으면 도시계획에 밀리겠구나 싶었습니다.” 금하마을 주민들은 2013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소식을 듣고 주민모임 ‘발바리’(발 빠르게 바지런히 이웃과 함께)를 만들었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소하교차로와 서부간선도로를 이어주는 마을 옆 도로의 차량 통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컸다. “좋은 교통로지만 주거지에 너무 가까이 있어 미세먼지와 매연, 소음 등이 걱정됐죠.”

발바리는 서울시에 마을 옆 도로를 지하도로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해 차량 통행에 따른 마을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2014년 발바리는 금하마을발전위원회를 거쳐 주민협의체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금하마을 주민공동이용시설 옥상에서 장을 담근 뒤 덮개로 사용하는 미역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렇게 주민들이 모이다보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금하마을은 친환경 에너지자립마을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에 선정돼 주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각종 사업을 진행했다. 이 기간에 생태, 환경, 에너지, 기후 등에 관심을 갖는 친환경 자립마을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주거환경 개선도 크게 이뤄졌다.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로 가꿈주택, 옥상녹화 등을 진행했다. 여름철에는 건물 온도를 낮춰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단열 효과로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63가구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오 대표는 “앞으로 예산만 확보하면 100가구 이상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태양광으로 얻은 이익을 소외계층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금하마을은 2019년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해오고 있다. 독산1동 금하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8년 국토교통부 우리동네살기형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올해 12월 마무리된다. 애초 2021년 12월까지였지만, 에코에너지센터 건립을 위해 1년 더 연장됐다. 금하마을은 함께하는 자생마을, 에너지 자립마을, 즐거운 생태마을, 편안한 안전마을을 목표로 주민 공동이용시설 건립, 노후주택 정비, 녹지환경 개선, 마을 진출입로 확장 등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1년 12월 마을과 도로 사이에 금하숲길을 만들어 주민들의 산책과 휴식, 다양한 야외 행사에 활용하고 있다.

금하마을 주민의 앵커시설 역할을 할 에코에너지센터는 올해 건립을 시작해 내년 5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에너지타운 금하마을’을 상징하는 에코에너지센터에는 친환경 특화기업 코워킹센터가 들어서고, 제로웨이스트숍도 운영한다. 또한 친환경과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개인과 마을 단위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금하는 청년 스타트업을 통해 주문 생산 방식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과 다양한 기획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커피찌꺼기 화분, 폐청바지를 활용한 에코백 등 업사이클 제품을 비롯해 다회용 식기, 반려식물, 칫솔과 비누, 세제, 소독제 등 생활필수품, 유기농 된장 등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반려식물은 최근 젊은 여성층에게 인기가 높은데, 희귀식물 등을 자체 재배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금하는 마을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상점 ‘에코플랫폼’도 구축한다. 또한 업사이클, 식물호텔·병원, 플로깅 등 에코·에너지 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도시재생 지역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어지면 다시 쇠퇴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주체가 필요합니다.” 오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탄소중립 관련 계획이 나오고 있으나, 개인이나 마을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은 미미하다”며 “앞으로 더금하 설립을 계기로 다른 마을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탄소중립 마을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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