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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도시’ 관악, 문화플랫폼 만들어 ‘으뜸문화도시’로 나아가

등록 : 2022-03-03 15:04 수정 : 2022-03-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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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2021년 11월 도림천 봉림교 위에 ‘관천로 문화플랫폼 에스(S)1472’를 만들었다. 관악구의 문화 거점이자 소통과 공유 공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관악구 ‘관천로 문화플랫폼 S1472’ 개관 뒤 첫 전시 열어

민선 7기 들어 ‘관악 르네상스, 으뜸문화’ 기치로 문화 부흥

“관악구는 공연과 전시 공간이 무척 부족했는데, 주민과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 생겨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제가 첫 번째로 전시하게 돼 감사드립니다.”

2월25일 ‘관천로 문화플랫폼 에스(S)1472’에서 만난 미디어 아티스트 황민규(36) 작가는 올해 첫 전시를 에스1472에서 시작했다. 황 작가는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꾸준히 전시를 해왔으나, 정작 관악구에 살면서 관악구에서는 한 번도 전시를 하지 못했다. 황 작가는 “젊은층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관악구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교통이나 입지는 관악구가 무척 편리하고 임대료도 저렴해 젊은 작가들이 계속 모여드는데 에스1472를 중심으로 공연 전시 공간이 많이 생겨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홍대 거리나 양재천변 등 상설 전시 공연장이 있는 데가 부러웠죠. 관악구도 도림천변에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습니다.”

5년 전 정년퇴직한 이충환(65)씨는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즐겨 연주하던 기타 실력으로 틈틈이 주위 병원에서 위문 공연을 하고, 거리 공연도 하면서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 요즘은 코로나19로 관악구 평생학습관에서 ‘일타 강사’로 활동하고있다. 이씨는 “관악구에는 마땅한 공연 공간이 없어 늘 아쉬웠는데, 도림천변에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에스1472도 생겨 너무 좋다”고 했다. 이씨는 여행하던 중 결혼 뒤 임신한 자신을 두고 도망가버린 남편을 원망하는 한 할머니의 넋두리를 듣고 자작곡 ‘에라이 이 웬수야’를 만들었다. 그는 “내가 만든 노래를 마음껏 연주하고 기타 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2 1층 스타라운지 모습. 3·4 전시 공간과 공연 공간 모습. 5 야외 영상 전시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강감찬과 별의 도시’ 관악구가 민선 7기 들어 ‘관악 르네상스, 으뜸문화’를 기치로 문화 부흥에 힘을 쏟았다. 그 중심에 관악문화재단과 관천로 문화플랫폼 ‘에스1472’가 있다.

2021년 11월 개관한 에스1472는 ‘별빛내린천(도림천) 특화사업’ 중 하나로, 도림천 봉림교 위 유휴공간에 만든 주민 중심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민과 예술인, 근처 시장 상인들이 일상 속 문화·예술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곳으로, 관악구의 문화 거점이자 소통과 공유의 공간이다. 연면적 324㎡의 2층 건물로 소규모 전시와 공연 공간, 북카페, 창작스튜디오, 회의실, 휴식 공간 등을 갖췄다. 에스1472 명칭은 별(Star), 신림(Sillim), 역(Station), 간판(Signature)의 영문 첫 글자 에스(S)와 건물이 위치한 신림동 1472-1번지의 ‘1472’를 합해 만들었다.

에스1472는 컨테이너를 조립해놓은 건물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예술적 실험 정신과 일상생활의 실용성이 녹아 있다. 에스1472를 담당하는 박진영 관악문화재단 생활문화팀 과장은 “에스1472는 관악구의 자연축인 도림천과 교통축인 남부순환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주민과 주민, 주민과 문화, 주민과 자연의 만남을 상징한다”고 했다.

에스1472는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2월27일까지 관악구 청년작가 4인의 작품을 전시한 첫 기획전시 ‘인사이드 아웃’을 열었다. 안과 밖이 뒤집힌다는 의미로 붙인 전시 제목 ‘인사이드 아웃’은 내부의 프로젝션이 유리창을 통해 외부로 투사돼 보이고, 전광판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는 에스1472 건물 특징을 전시 주요 개념으로 삼았다.

미디어아트 <야생속으로>를 전시한 황 작가는 영웅의 부재를 확인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적에게 모든 것이 무너지는 주인공을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전달한다. 팬데믹 시대 이후 위기의 순간을 담아내는데,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지금 이 순간이 혼돈의 시기, 진정한 ‘세기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황 작가는 “앞으로 실험적이고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작업을 꾸준히 해가고 싶다”고 했다.

도림천 위에 만든 복합문화공간…“홍대 거리 안 부러워”

2019년에는 관악문화재단 설립하고

신림동에는 박종철센터도 건립 계획

‘청년특별시’ 특화, 문화도시 지정 도전

1 기타 연주와 노래로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이충환씨. 2 에스1472에서 올해 첫 전시회를 연 황민규 작가. 3 에스 1472에서 열린 ‘찾았다 관희씨’ 공연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에스1472에는 조슬기 작가가 대표작가로 참여한 서울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인 ‘도림전심’이 전시돼 있다. ‘도림전심’은 예술가들과 주민이 협업한 6개 프로젝트로 구성된 작품으로, 외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조 작가는 “에스1472가 시민과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지속적인 공공예술의 장이 되길 바라며, 관악구 문화예술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동안 관악구는 신림상업지구와 주거공간, 고시촌 등이 형성돼 있으나 제대로 된 문화시설이 부족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민선 7기 들어 지역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고 구민의 문화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19년 6월 관악 문화의 ‘컨트롤타워’ 관악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양지원 관악문화재단 기획조정팀장은 “50만 주민 모두가 생활예술인으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예술이 찬란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관악구는 문화 역량 강화와 더불어 역사문화 도시 관악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고려시대 귀주대첩의 명장 강감찬 장군을 되살려 관악구를 대표하는 ‘도시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다. 구는 강감찬 캐릭터와 상품, 그림책 <별빛 영웅, 강감찬>, 교육자료 ‘관악의 별 강감찬' 등을 제작해 ‘강감찬 도시’ 관악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또한 관악구 내 남부순환로 구간을 ‘강감찬대로’로 명명하고, 낙성대역도 ‘강감찬역’으로 명명해 ‘강감찬 도시’ 관악을 널리 알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상반기에는 1980년대 민주화의 상징인 박종철 열사의 하숙집이 있던 신림동 녹두거리 일대 ‘박종철 거리’에 박종철센터를 만들어 지식과 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문화공간을 만든다. 박종철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민주주의 교육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관악구는 문화 콘텐츠 생산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구는 지역사회의 미디어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미디어센터 관악’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파워콘텐츠 개발과 유튜버 양성, 미디어 제작 교육 등을 한다.

관악구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청년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관악구의 20~30대 청년 인구는 20여만 명으로 관악구 전체 인구 50여만 명의 40%를 차지한다. 구는 이런 특징을 살려 다양한 청년문화 정책을 펼쳐 청년문화가 숨 쉬는 ‘청년특구 관악’을 만들고 있다.

청년 밀집지역인 관악구는 에스1472가 있는 도림천과 신림역을 새로운 청년문화의 중심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는 은천동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연면적 1528㎡)의 관악 청년청을 올해 하반기 개청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네트워킹과 협업을 통해 청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청년 활동 거점 공간이다. 구는 2019년 8월부터 운영하는 청년공간 신림동쓰리룸을 통해 청년생활권 가까이에서 청년에게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 고민과 생각을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낼 수 있는 청년축제도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관악구는 이를 기반으로 ‘청춘특별시’를 주제로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양팀장은 “문화는 도시 경쟁력, 주민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며 “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과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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