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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 성큼 들어온 예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서커스 예술놀이터 초등학생에 인기…서울문화재단의 13곳 문화예술 공간

등록 : 2016-08-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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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느껴지던 예술을 몸으로 체험한 아이들은 예술 감각과 표현력, 창의력이 좋아진다. 지난 30일 ‘서커스 예술놀이터’에 간 아이들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저글링을 배우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이게 되나?”

양손에 공을 쥔 유호진(10·신묵초등3) 군의 입에서 저절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공 하나도 어려운데 2개라니?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연습실. 호진 군을 포함한 초등 3~6학년생 25명이 공이나 접시를 던지고 받으며 균형을 잡는 묘기인 저글링 배우기에 푹 빠졌다. 이 센터가 7월29~31일에 하루 단위로 운영한 ‘서커스 예술놀이터' 프로그램의 첫 번째 체험이다.

앞쪽에서 서커스 전문가인 ‘수' 선생님(김찬수 마임컴퍼니 대표)이 몇 차례 시범을 보이자, 신기한 손기술에 아이들 눈이 금세 초롱초롱해진다. 막 공 1개 던지기를 배운 뒤여서 호기심이 커진 모양이다.

수 선생님의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아이들은 오른손과 왼손의 공을 차례로 공중에 던진 뒤 반대편 손으로 받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공은 저만치 떨어지기 일쑤다. 몇몇 아이는 공을 받으려다 연습실 바닥을 뒹군다.

“너무 높이 던지지 말고 자기 머리 조금 위쪽으로.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면서.”

수 선생님과 보조 선생님들이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요령을 가르치고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1대1 지도가 이어지자 제자리에서 공 2개를 던지고 받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 어설프지만 호진이도 발을 떼지 않고 공 2개 저글링을 해냈다. “재밌어요.” 볼이 발그레해진 호진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아이들은 이날 저글링 외에도 요술풍선 만들기, 광대놀이 등 다양한 서커스 체험교육을 받았다. 마술과 요술풍선 등을 이용한 김찬수 마임컴퍼니의 마임 서커스 공연도 관람했다. 이소현(10·우이초등 3) 양은 “광대와 서커스에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 시간이 짧아서 아쉽고, 못한 것들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득모(13·신북초등 6) 군은 “마지막 서커스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서커스의 재미를 알게 됐고 더 많은 서커스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방학 기간에 서커스 체험 프로그램을 어린이들에게 적용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아이들과 거리예술을 좀 더 가깝게 만들고, 놀이를 하면서 예술 감각과 표현력, 창의력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사흘 동안 어린이 150명이 참여했다. 누리집에서 신청을 받았는데, 입소문이 나 3~4분 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지난 5~6월 광진청소년수련관과 함께 광진구 중학생들이 참여하는 서커스 예술교육 아카데미를 열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예술을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중학생 20명이 5월21일부터 6월11일까지 토요일마다 저글링, 아크로바틱, 줄타기 등의 서커스를 배우고 즐겼다. 서커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김세진 씨는 “학생들의 호응이 커 올 하반기에도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곁의 ‘예술 아지트’

흔히 예술은 보통 사람들의 삶과 거리가 먼 세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잘 둘러보면 생각보다 가까이에 예술과 만날 수 있는 방법과 공간들이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예술가와 시민의 행복'을 목표로 운영 중인 서울 시내 문화예술 공간 13곳이 대표적이다. 창작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나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쏠쏠하게 갖추고 있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옛 관악구 은천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아이들만의 예술 공간이다. 아이들은 예술가와 함께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예술교육을 경험한다. 이곳에서는 7월부터 9월까지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음악대장 랄랄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9일부터 25일까지 ‘예술로 상상극장'이라는 이름 아래 소규모 어린이극 공연 5개도 펼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창작 어린이극 5개를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의 김수현 매니저는 “배우 1~3명이 연기하는 소규모 작품들로, 어린이 관객들과 교감하는 참여형 무대를 꾸몄다.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예술치유허브는 성북구 종암동의 옛 성북구보건소가 탈바꿈한 곳이다. 2010년 성북예술창작센터로 출발했다가, 예술치유 콘텐츠 개발과 참여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면서 지난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예술보건소'로 특화한 셈이다. 이곳은 고단한 일상에 지치고 힘든 시민들에게 예술을 통한 위로와 재활을 제공한다. 미술·음악 치료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동아리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밴드 연습실, 열린 북카페, 목공 작업실, 옥상 텃밭 등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마당'도 다양하다.

2013년 새롭게 문을 연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장애예술가들이 거주와 창작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입주 공간 지원과 함께 장애예술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아동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A’, 장애가족을 위한 원예 힐링 프로그램 ‘쁘띠 풀놀이야’ 등을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이 좀 더 풍성해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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