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구청 왔다 그림 보고 마음 안정도 얻어”

코로나19 시대 힐링 명소 된 강동구청 열린미술관

등록 : 2021-10-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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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임 아트디렉터가 9일 공존을 주제로 한 ‘가끔은 미술관: 잠시, 울렁이다’전이 열리고 있는 강동구청 열린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과 열린미술관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부터 구청 복도, 전시 공간 활용

‘공존’ 주제로 작가 10명 150여 점 전시

어렵지 않은 ‘공감 가능 작품’으로 구성

단체관람 못했어도 올해 8만 명 관람

“수많은 건물이 굉장히 옹기종기 모여 있어요. 도대체 저 많은 집 안에 어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해지죠. 그러다보면 그림을 통해 연상되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추억과도 만날 수 있게 돼요.”

김용임(갤러리 와이(Y) 대표) 강동구청 열린미술관 아트디렉터는 강동구청 열린미술관에 전시된 송지연 작가의 그림을 보며 다양한 설명을 이어갔다. 송지연 작가가 그린 집과 관련된 4개의 그림은 모두 1970~80년대 도시에서 흔했던 마을 풍경을 연상케 한다. 아직 개발이 안 된 구도심 지역인 듯도 하고 빈민들이 정착한 달동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 아트디렉터는 9일 “송 작가가 그린 작품 속 모습은 지금은 재개발돼서 옛 모습이 사라진 데가 많다”며 “사람에 따라서 어릴 적 달동네에서 어렵게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강동구청 건물이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강동구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구청 청사 복도를 미술 작품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 열린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민들이 멀리 있는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는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복도에 새로 조명을 설치하는 등 여느 미술관 못지않게 꾸몄다.


올해 초부터 공존을 주제로 한 ‘가끔은 미술관: 잠시, 울렁이다’전이 열리고 있는데, 층마다 소주제를 달리해 전시하고 있다. 2층 추상·구상, 3층 동양·서양, 4층 사진·회화·조형, 그리고 5층은 2~4층에 전시된 작가의 작품이 한데 어우러져 전시돼 있다.

열린미술관은 1월부터 12월까지 작가 10명의 작품 150여 점을 4개월마다 50여 점씩 바꿔 전시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세 번째 작품들을 새롭게 전시하고 있는데 추상화와 구상화, 동양화와 서양화, 사진, 회화, 조형 등 이질적인 다양한 작품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아트디렉터는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듯이 개별성과 다양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람 사는 모습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해봤다”고 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는 데는 경쟁 사회에서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이 깔려 있는 탓이겠죠. 그렇지 않아도 삶이 팍팍한데, 이런 사회가 되면 안 되잖아요. 힘든 코로나19 시대에 미술 작품을 보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으면 좋겠습니다.” 김 아트디렉터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앞서가는 작품들은 이곳 전시와 맞지 않아, 많은 이가 편안하게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별했다”고 설명했다.

김 아트디렉터는 강동구청 열린미술관은 문화예술의 대중화 차원에서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관이 처음부터 그림을 보겠다는 목적으로 그림을 보는 곳이라면, 이곳은 평소 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구청에 볼일 보러 왔다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가볍게 둘러보고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애초 초·중·고 학생들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어요. 열린미술관으로 단체관람을 오겠다고 한 지자체도 있었지만 역시 모두 취소돼 너무 아쉽죠.” 김 아트디렉터는 “문화예술의 폭넓은 대중화를 위해서는 강동구청 열린미술관 같은 형태의 전시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없는 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럼에도 강동구청 열린미술관은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위안을 줘 강동구의 대표 힐링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람객 수도 적지 않은데 지난해 7만1천여 명, 올해는 8월까지 6만2천여 명이 관람했다. 강동구는 내년에도 열린미술관을 계속 운영해 주민들의 든든한 ‘마음의 쉼터’ 구실을 할 계획이다. 김 아트디렉터는 “책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와 같은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다”며 “그림이나 미술 작품을 통해 삶의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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