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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거리·맛거리·볼거리에 ‘스토리’ 담은 강동구 구천면로의 변신

등록 : 2021-06-24 15:19 수정 : 2021-06-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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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형 마을재생’ 진행, 쇠락한 거리에 활력 불어넣어

명일역~천호초교 1㎞ 구간에 다양한 문화공간 조성

강동구는 2019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구천면로 명일역~천호초교 사거리까지 약 1㎞ 구간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드는 강동형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21일 문화·마을공동체 거점 공간 6곳이 문을 열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지역브랜드 판매점 ‘함께 가게’, ‘강동생활문화센터 예감’, 디자인랩 ‘9000 디자인 창작실’, 공유주방 ‘373 맛랩’, ‘구천면로 공방’,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3호점’ 모습.

전체 43개 사업 중 공방·공유주방 등 6곳 1차로 문 열어

전봇대 없애고 건물 외관도 새 단장

가까운 곳에 문화공간 생겨 주민 ‘흐뭇’

“거리도 깨끗해지고 동네 살기 좋아져”

강동구 구천면로는 조선시대부터 서울에서 지방을 연결하던 주요 간선 도로 구실을 했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광주·이천 쪽으로 나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경성·부산 국도 1호선 길이었다. 구천면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동구의 중심도로 역할을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좁은 2차선 도로, 낡은 건물과 간판들이 늘어선 ‘쇠락한 거리’로 변했다.


강동구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이 거리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동형 마을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는 2019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구천면로 명일역~천호초교 사거리까지 약 1㎞ 구간을 걷고 싶고 머물고 싶은 거리로 조성 중이다. 구는 지난 5월21일 그 첫 단추로 지역 브랜드 판매점 ‘함께 가게’, 공유주방 ‘373 맛랩’, ‘강동생활문화센터 예감’, ‘구천면로 공방’, 디자인랩 ‘9000 디자인 창작실’,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3호점’ 등 문화·마을공동체 활동 거점 공간 6곳의 문을 열었다.

“거리도 많이 깨끗해지고 동네가 점점 살기 좋아지는 것 같아 너무 좋아요.”

20년 동안 구천면로 인근에 사는 김주영(55)씨는 이날 ‘구천면로 공방’에서 주민 5명과 함께 공예 체험 프로그램 ‘나만의 주얼리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김씨는 “평소 관심이 많다보니 공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대신 신청했다”며 “얼마 전만 해도 이런 것을 배우려면 멀리 가야 했는데 가까운 곳에 공방이 있으니 편하고 좋다”고 했다. 김씨는 또한 “요즘 간판도 새롭게 바뀌고 점점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니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만의 주얼리 만들기’ 강사로 나선 이소라씨는 “가까운 곳에 이런 공간이 생겨 주민들이 다양한 공예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게 됐다”며 “문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좋은 점”이라고 했다.

구천면로 공방은 공예 활동 지원 공간으로 공예 창업가를 위해 교육, 네트워킹, 공예 전시 등 창업과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지역주민이 즐길 수 있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으로 ‘크래프트 온 클래스’를 주 2회 운영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는 공예 주간으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구천면로 공방은 공예 혁신 지원사업으로 공방 앞에 ‘윈도 전시’를 하는데, 매월 이달의 작가를 선정해 무료로 전시한다. 이 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공예인의 온라인판로 개척을 위한 영상 미디어 콘텐츠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한별 구천면로 공방 매니저는 “15일부터 7월 수업 예약 신청을 받고 있는데 인기가 높아 90%가 마감됐다”며 “앞으로 주민과 공예인을 ‘공예’로 연결해 살맛 나는 구천면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맛있는 연구소를 표방하는 공유주방 ‘373맛랩’은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는 외식업 창업 거점 공간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공유주방에서는 메뉴 개발과 연구, 조리 실습, 푸드 품평회를 비롯해 전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역량 강화 교육, 맞춤 컨설팅, 전문가 초청 특강도 한다. 또한 지역 특화 음식 개발, 주민이 참여하는 요리교실 운영과 음식 나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373 맛랩은 지난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강동구에 거주하는 예비 취업자와 창업자, 강동구에서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외식업 전문성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총 5회 과정으로 외식업 창업 기본, 수제 맥주 제조, 메뉴 실습, 전문 요리 전수, 홍보 콘텐츠 제작 등의 교육을 한다.

김홍규 373 맛랩 매니저는 가정간편식과 밀키트 등 요즘 유행하는 ‘포장판매식품’ 컨설팅 프로그램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매니저는 “이번주 금요일에는 음식 관련 사업가가 자신만의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공유주방을 예약했다”며 “일반 가정집에는 없는 요리 기구와 도구를 갖춰 창업자들에게 좋은 연습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동생활문화센터 예감’은 예술을 매개로 지역 활성화를 실현하는 거점 공간으로 2층 커뮤니티룸과 지하에 워킹룸이 있다. 생활문화 주체와 지역 예술인의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동생활문화센터 예감은 6월 중순까지 대관규칙을 만들고 주민 수요를 파악하는 준비과정을 거쳐, 23일 첫 대관 행사를 진행했다.

마을 주민 5명이 17일 강동구 구천면로에 있는 ‘구천면로 공방’에서 공예 체험 프로그램 ‘나만의 주얼리 만들기’수업을 듣고 있다.

김민서 강동생활문화센터 예감 매니저는 “많은 분이 방문하는데, 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곳에서 강의하고 싶다는 전문 예술가도 있고, 우쿨렐레 등 동아리 활동을 이곳에서 하고 싶다는 주민 요청도 있다”고 했다.

이지용 강동구 문화예술과 문화예술팀 주무관은 “앞으로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따로가 아닌 다 함께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주민과 예술가에게 각각 맞는 문화 프로그램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브랜드 개발을 비롯해 명함, 광고물, 포장 디자인을 무료로 해줍니다.”

디자인랩 ‘9000 디자인 창작실’은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각종 홍보물을 외주로 제작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규모 스타트업, 사회적기업, 청년기업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매킨토시와 에이(A)2 크기 프린트가 가능한 대형 프린트기도 갖췄다. 또한 상품 이미지 홍보를 위한 셀프 촬영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조희진 9000 디자인 창작실장은 “디자인 컨설팅을 의뢰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경쟁력 있는 디자인이나 컬러를 제안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조 실장은 “급하게 전시물을 출력해야 하는 1인 기업가는 직접 프린터를 해서 가고, 작업실이 필요한 작가도 들러 사진을 찍어 간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활에 필요한 디자인 등에 관한 교육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함께 가게’는 의류, 액세서리, 핸드메이드 가방·구두, 반려동물용품 등 23곳의 사회적기업과 지역 소상공인이 만든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함께 가게는 사회적 가치 상품을 판매하는 지역 브랜드 판매점으로 공정무역 가치 실현,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조은영 함께 가게 매니저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한 번 왔던 손님은 또 온다”며 “6월 말이나 7월 초께 상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획 전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동구는 지역 곳곳에 작은 북카페를 만들고 있다. 주민이 10분 이내 걸어서 갈 수 있는 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 공간이다. 책 읽기보다는 사람끼리 만남과 소통을 우선하기 때문에 일반 도서관과는 달리 ‘시끄러운 도서관’이다. 특히 구천면로에 있는 북카페 도서관 다독다독 3호점은 기존 북카페 도서관에는 없는 라이프 스타일 상점을 운영한다. 주로 책과 관련한 사회적기업이나 청년기업이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조세현 강동구 문화예술과 도서관팀장은 “북카페 1·2호점이 도서관에 방점이 찍혔다면, 3호점은 거리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3호점에는 실험적으로 관련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다”고 했다.

강동구는 앞으로 북카페 3호점이 지역 주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독립출판 플랫폼 구실도 하길 기대하고 있다. 전형준 북카페 도서관 문화기획자는 “주민들이 집 근처에 북카페가 생겨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흐뭇하다”며 “앞으로 글을 쓰고 출판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주민을 위해 올해 시범 단계를 거쳐 내년부터 출판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동구는 구천면로 일대에 43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녹지와 쉼터를 만들고 보건소, 소극장, 문화공간, 어린이식당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공간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전봇대를 없애고 노후 건축물의 외관을 새롭게 단장하는 등 경관 정비도 한다. 김종건 강동구 도시경관추진단장은 “구천면로의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멋거리, 맛거리, 볼거리가 있는 거리로 새롭게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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