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혁신이라는 새 포도주

기고 ㅣ 송영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등록 : 2021-04-22 16:25 수정 : 2021-04-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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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 주식시장 활동 계좌 수는 전년 대비 약 760만 개 늘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규모도 폭등했다. 지난해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은 2020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2.5배 규모다.

주목할 것은 ‘동학개미’들이 상장을 앞둔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2019년 11월 론칭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누적 주식 거래 건수가 7만8천여 건에 달한다. 스타트업이 대거 포진된 비상장 주식은 해당 기업이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금 전액을 손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동학개미’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신설 스타트업 법인 수는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과 수요를 창출하며 단시간 내에 시장 패러다임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혁신 그 자체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내 스타트업 중 5년 이상 생존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27%로, 40%를 상회하는 프랑스, 영국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가 만연한 상황을 입증한다. 그러나 우리는 스타트업의 실패가 단어 그대로 끝으로 직결되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복잡성과 성공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스타트업이 혁신의 성공 요인을 모두 갖추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단번에 성공하기 어렵다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혁신은 누적 프로세스 형태를 띤다. 경험과 학습은 기업의 기존 방향성을 점검, 수정해서 효율은 높이고 실패 가능성은 줄이게 된다. 실패한 경험은 혁신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며, 학습효과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혁신 수단으로 직결된다. 일례로 카카오가 인수해 화제가 된 패션테크 플랫폼 ‘지그재그’는 운영업체인 크로키닷컴의 세 번째 도전으로 탄생했다. 핀란드의 게임 회사 로비오는 게임 51개를 실패한 뒤 52번째 게임인 ‘앵그리버드’를 통해 성공했다. 즉 혁신 실패가 누적되는 것은 혁신에 도달하기 위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제거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동학개미운동의 주역 상당수는 ‘MZ세대’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게 혁신과 혁신의 실패를 바라본다. 이번 4·7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MZ세대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당시 부모님의 실패를 경험하고 자랐으며, 역대 최악의 구직난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들은 본인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 실패를 수용하고 혁신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기반으로 도약하는 이들의 자세는 혁신 실패를 혁신에 도달하기 위한 경유지로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산업 생태계는 붕괴하고 뉴노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스크린 너머 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연결돼 협업하고 학습하는 ‘비대면 사회’에서 산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시점이 혁신 실패로 인해 축적된 경험을 발판 삼아 스타트업이 재도전할 수 있는 적기이며, 타인의 실패 사례를 학습해 간과했던 혁신 동력을 재조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스타트업의 혁신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에 적절히 대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생태계로 전환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이 있다. 혁신이라고 하는 새 포도주는 이제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실패했어도, 혹은 실패할 것 같아도 두려워하지 않는 새 부대에….

송영화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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