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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자랑은 화장실” 여고 괴담은 없다

동일여상·신현중 ‘함께 꿈’ 사업 선정 뒤 ‘즐거운 화장실’로 대변신

등록 : 2016-06-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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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화장실은 더 이상 화장실로만 쓰이지 않는다. 동일여상 1학년 셋은 화장대 앞인 것처럼 세면대 앞에 서서 자신들의 매무새를 고치고 있다.
신현중학교 3층 여학생 화장실은 ‘숲의 길’콘셉트에 맞춰 세련되게 변했다.
그래픽 이미지로 꾸민 신현중학교 2층 여학생 화장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서울 금천구 동일여상 학생들은 올해 3월부터 실습동 화장실에서 더 이상 길게 줄을 서지 않는다. 그 이전까지는 화장실이 교직원용 3칸뿐이었는데 새롭게 학생용 7칸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장실 옆에 전에 없던 파우더룸까지 생겼다. 지난 2일 실습동에서 만난 함주연(18) 총학생회장은 “예전에는 화장실이 좁아 한 줄로 왔다 갔다 했고, 선생님들과 얼굴을 마주치기가 불편해 쉬는 시간마다 다른 건물 화장실로 뛰어가기 일쑤였다”며 “이젠 눈치 보지 않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동일여상엔 3월 이후 ‘즐거운 변화’가 찾아왔다. 낡고 비좁은 화장실이 친근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함께 꿈’ 사업으로 옛 화장실이 새단장을 하면서 생긴 변화다. 더욱이 학생들이 새 화장실 설계에 직접 참여한 탓에 애착도 남다르다.

학생과 학부모까지 참여해 개선 

동일여상 학생들은 여학교와 특성화고의 장점을 잘 살려 화장실을 꾸몄다. 학생회 대표 4명과 디자인과 대표 6명이 학부모, 선생님, 디자인 디렉터 등과 함께 전담팀(TF)을 꾸렸다. 물론 주축은 학생들이었다. 거울 장식과 색상 선택 등에서 디자인과 학생들이 실력을 발휘했고, 여학생들의 감성에 맞게 화장실 옆에 파우더룸을 만들었다. 전담반에 참여한 이다희(18) 총학생부회장은 “여고생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할 수 있는 공간인가를 주요하게 고려했다”며 웃었다. 이렇게 개선된 화장실은 화장실 한 칸의 면적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세면대도 화장실 가운데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벽면이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원형 세면대는 분수대처럼 보인다.

 파우더룸은 이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방송>(KBS)의 고교생 프로그램에서 학교의 자랑을 묻는 질문에 ‘화장실’이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나왔을 정도다. 분홍색 벽에 전신거울을 설치해 외모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신거울 맞은편에는 3개의 긴 타원형 테이블이 있다. 보라색과 연두색 의자, 중세풍 거울 장식, 거울 위의 안경, 콧수염 등의 그림이 여고생들의 재기발랄한 감성을 보여 준다. 덕분에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교실 대신 화장실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떤다.

 칙칙한 자주색 타일의 화장실을 확 바꾸다

 서울 중랑구의 신현중도 화장실의 변화가 많은 것을 바꾼 사례로 꼽힌다. 신현중은 함께 꿈 사업에 참여하면서 특수반 장애 학생 한 명을 포함한 학생 12명과 학부모, 선생님 등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전담팀에 참여했던 이은채(15)양은 “예전에는 여고 괴담에나 나올 것 같은 자주색 타일의 화장실이었어요. 입학식 날 무서워서 화장실에 가지 않고 참았던 기억이 나요. 한마디로 ‘비호감’이었지요” 하고 옛 화장실을 기억했다.


 그러나 지금의 화장실에서는 ‘여고 괴담’은 찾아볼 수 없다. 신관 새 화장실의 문은 학생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장식했다. 1층은 ‘바람의 언덕’, 2층은 ‘물의 나라’, 3층은 ‘숲의 길’이란 콘셉트를 잡고, 열기구나 음표 등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입혔다. 모두 학생들이 투표로 고른 것이다.

 화장실에는 이 밖에도 학생들의 손길이 닿은 곳이 많다. 쉬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볼 수 있도록 전자시계를 설치했다. 전교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의견이 많이 나온 오디오도 갖췄다. 대중가요를 틀어 주진 않지만 은은한 클래식이 항상 흘러나온다. 수용성 화장지를 사용하는 추세에 맞춰 화장실 칸에 있는 휴지통도 없앴다. 신현중에는 전 학년을 통틀어 특수반이 두 반 있는데, 장애 학생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장애인 화장실을 더 넓히고 샤워기도 갖췄다. 학생들 의견을 반영해 전신거울이 있는 탈의실도 만들었다. 덕분에 지난해 열린 제17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동상을 받기도 했다.

 전담팀에 참여했던 서경아(15)양은 “예전에는 화장실에 낙서가 많았는데, 시설이 좋아지니까 아무도 낙서를 하지 않아요. 더 깨끗하게 쓰지요. 화장실이 달라지니까 학교 분위기 자체가 밝아졌어요”라고 말했다. 화장실의 변화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피부로 느낀 학교는 다른 교내 시설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구비로 만든 ‘옥상 텃밭’과 교육부 사업의 지원을 받은 학생식당 ‘다담’, 4층의 운동 시설 ‘꿈 키움터’ 등이 그런 사례다. 이은채양은 “친구들끼리 모여도 우리 학교가 제일 좋다고 얘기해요. 초등학교 다니는 제 동생한테도 추천해요”라며 자랑했다.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은 꼭 필요한 공간을 편리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참여의 가치를 배우고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키우게 하고 있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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