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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애묘인(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단지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피해 주지 않으면서 같이 잘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강동구 작업실에서 만난 만화가 강풀씨가 동거묘 청운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사진) ‘캣대디(주인 없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보호해 주는 남성, 여성은 캣맘이라고 한다)’로 알려진 그는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다.
“어머니가 원조 ‘캣맘’이셨어요. 길고양이를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먹이를 챙겨 주셨지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자라서인지, 그 역시 어른이 돼서 길고양이를 챙기기 시작했다. 차 안에 늘 사료를 가지고 다니다 길고양이가 보이면 주곤 했다 한다.
“제가 3년 전 이사를 가게 됐는데, 밥 주던 길고양이들이 걱정됐어요. 굶어 죽을까 봐. 또 길고양이 밥 주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제도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동구 캣맘 모입시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렇게 만난 미우캣보호협회와 해외 사례를 공부한 뒤, 2013년 강동구청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안하고 설명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급식소 설치가 결정되고 나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급식소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있는 관공서에 급식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누군가 급식소를 무단으로 훼손하지 않도록 구의 보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초기 사료 비용은 강 작가와 캣맘이 전부 부담했다.
강 작가와 캣맘이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신중을 기한 이유는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가 성공한다면, 다른 구에서도 ‘강동구 봐라!’ 하며 시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의 바람처럼 강동구가 처음 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는 3년 만에 서울시를 비롯해 포항시, 부산시, 광주시의 주요 사업으로 채택됐다. ‘2015 전국기초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는 강동구가 공약이행 분야 최우수상을 받으며 그 성과를 입증 받기도 했다.
“사람이 콘크리트로 땅을 덮어 고양이가 먹고살 터전을 없앴으니, 먹이를 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전국에 퍼지길 바라지만, 그게 공무원의 새 업무로 떠넘겨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지자체 이름으로 급식소만 만들어 주면, 밥은 캣맘들이 알아서 줄 겁니다.” 지금도 많은 캣맘들이 주변 시선 때문에 숨어서 길고양이 건강을 챙기고, 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 작가는 18개로 시작한 급식소가 60개가 되기까지, 실천을 계속하고 있는 강동구청과 캣맘, 2014년 이후로 무료로 사료를 제공하고 있는 사료회사 ‘ANF’의 힘이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2년 동안 인터뷰를 자제한 것도 길고양이 급식소가 자신만의 선행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는 급식소를 통해 아이에게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며 함부로 다루지 않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그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왕따’도 결국 한 사람의 인격을 무시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제가 쥐를 싫어하듯 누군가는 분명 고양이가 싫고 무서울 수 있어요. 그 감정까지 강요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싫다는 이유로 같은 생명에게 돌을 던지거나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될 테니까요. 만화 그린 거 외에, 살면서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바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안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뿌듯한 듯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글·사진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