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집, 지역사회 자산으로 활용한다

초점& 서울시 “빈집 매입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강북구 “실태조사로 선제 대응”

등록 : 2025-08-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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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2일 강북구 빈집 정비계획 중간보고회 모습. 강북구 제공

“복잡한 소유관계·상속 등
비용·세금 문제로 방치”
“범정부 빈집 종합계획 내놔
임대주택, 생활SOC로 조성”

저출생·고령화와 도시 집중화 가속으로 지난해 기준 전국에는 13만4천 호의 빈집이 있다. 당장 철거해야 하는 곳도 4만6천 호에 이른다. 이 중 도시에 약 5만6천 호, 농어촌에 7만8천 호가 있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빈집은 70%가 60대 이상 고령층이 소유해 관리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빈집이 복잡한 소유관계나 상속, 비용·세금 문제와 철거해 얻을 이익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빈집은 쓰레기가 쌓이고 범죄 장소로 악용됨은 물론 화재나 붕괴 사고의 원인이 된다. ‘깨진 유리창 효과’처럼 빈집 하나는 또 다른 빈집을 만들고 주민 이탈로 이어져 결국 지역 소멸 가속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빈집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빈집 정책은 도시와 농어촌을 이원화해 추진됐지만 지방소멸 가속화에 따라 빈집이 늘고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전국을 일원화해 통합 관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종합계획에는 도시·농어촌 빈집특별법을 제정해 국가·시도의 관리책무를 신설하고 매년 실태조사를 해 국가 통계관리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빈집 정보 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빈집 발생 위험 지역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철거된 빈집을 공공임대주택이나 창업 공간 등으로 전환하고, 주민이 빈집을 커뮤니티 시설로 개조하거나 공공시설로 전환하면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취득세·재산세 등 세제 혜택을 주고, 빈집을 청년 창업 공간으로 제공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4개 부처 합동으로 행안부 내 운영 중이던 빈집정비티에프(TF)는 종료하고 주관 부처를 정해 이후에도 정책을 추진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지난 3월부터 누구나 전국 빈집 현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누리집 ‘빈집애’(www.binzibe.kr)를 개편·운영하고 있다. 향후 정부는 빈집 거래 지원, 발생·확산 예측 AI 분석 등 종합 플랫폼으로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빈집애를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빈집은 모두 6711호로, 성북구(878호)와 용산구(689호), 강북구(512호), 서대문구(464호), 종로구(411호) 순으로 빈집이 많았다.

우이동에 있는 빈집의 모습. 강북구는 빈집을 정비·활용하기 위해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이다. 강북구 제공

서울시도 나서 2019년부터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2440억원을 들여 빈집 415필지를 사들이고 공공임대주택 408호를 추진해 취약계층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주민시설·정원·주차장 등 생활에스오시(SOC·사회간접자본) 79곳을 조성해 열악한 주거환경도 개선해왔다. 서울의 대표적 빈집정비사업으로는 은평구 구산동 ‘민관결합형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강북구 미아동 ‘복합커뮤니티사업’이 있다. 구산동 빈집정비사업은 빈집을 활용해 공공과 민간 협력으로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에게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했다. 미아동 복합커뮤니티사업을 통해서는 청소년들의 휴식·놀이·문화공간, 공용주차장이 들어섰다. 십여 년간 방치돼 있던 빈집을 서울시가 매입해 주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조성했다. 시는 앞으로도 매입 잔여 필지(193필지)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 공급 및 지역주민 수요가 있는 생활SOC 조성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빈집 문제가 심각한 자치구는 직접 나서기도 한다. 대표적인 저층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빈집 문제가 심각한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빈집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비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는 송천동(90호), 삼양동(83호), 수유1동(54호), 인수동(38호) 순으로 분포한 빈집에 대한 정비를 위해 지난달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등급별 정비·활용 방안과 행정조치 방향 등을 검토했다.

구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빈집을 즉시 활용 가능한 1등급, 보수·관리가 필요한 2등급, 철거 등 정비가 필요한 3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 대응방안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검토했다. 구 관계자는 “붕괴 위험 등 안전 문제로 인한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며 “등급에 따라 자진 정비를 유도하되 안전 우려가 큰 경우에는 ‘안전조치 명령’이나 ‘직권철거’ 등 행정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는 이와 함께 빈집을 부족한 복지·문화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논의했다. 구는 중간보고회와 주민공람을 통해 모은 구민 의견을 정비계획(안)에 반영해 10월 중 정비계획 수립을 마칠 계획이다.

빈집은 단순한 정비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자산으로 전환됨으로써 지역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에 기여할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 주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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