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피할 수 없는 인생 2막, 더 과감히 도전하자

친구의 승진 소식에 마냥 축하해줄 수 없는 40대 말 직장인 “위축되는 내 모습에…”

등록 : 2017-07-06 14:26

크게 작게

이제 반년 지나면 40대의 나이와 작별을 하게 되는 남성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스스로는 청년이라고 자부하는데, 벌써 50이라는 숫자와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무척 낯설어 울적한 기분이 자주 든다고 했습니다. 승진을 하지 못하면 조만간 퇴직해야 하는 것이 그 직장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워 요즘 불면증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가끔 고등학교 동창생 단체 카톡방에 들어가 보면 임원으로 승진해 축하 세례를 받고 있거나, 주요한 공직에 발탁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동창생의 소식에 위축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당당하고 쿨하게 축하 인사를 건네려 하였지만 웬일인지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한없이 무기력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도 합니다. 퇴직 이후를 대비해 많은 강연도 듣고 책도 읽었지만, 자신에게 적합한 뾰족한 묘책이 보이지 않아 더 답답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게 된다는 하소연입니다.

요즘 직장인들이 바라는 것을 한 단어로 요약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돌파구’일 겁니다. 인생에 어떤 전기를 마련해줄 변화의 시점을 엿보고 있습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처럼 운명의 전환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사회생활의 패배자라 느끼는 루저 의식에 젖으면 젖을수록 그 절박함의 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답답해요, 정말! 확실한 어떤 터닝 포인트 없을까요?”

회식 장소나 강연장에서 이런 하소연을 듣습니다. 꼬여버린 인생에 모두들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인생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잘난 부모 밑에서 뛰어난 두뇌를 갖고 태어나고, 잘생긴 용모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인기를 독차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의 재력을 믿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자신감 넘치는 지인들을 보면 솔직히 부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에서 확실하게 공평한 것 하나가 있으니 그것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한번도 전교 수석 자리를 놓친 적이 없는 우등생 동창생과, 김태희 같은 미모로 평생 질투심을 유발한 잘난 친구도 나이를 먹습니다. 서른, 마흔, 쉰, 그렇게 세월 앞에 노출됩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성공한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는 ‘2막 인생’입니다. 그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2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막, 4막까지 다양한 인생을 사는 분들도 보게 됩니다. 직업이 다르고, 여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준비를 하라고 함부로 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의 경험을 빌려 다섯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아노미 현상입니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졸업하고 또 다른 세상에 나오게 되면 일종의 아노미 현상에 노출됩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규범이나 질서가 깨지고 새로운 것이 찾아오기 이전까지의 혼란스런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그 혼돈의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따라 적응도 결정됩니다.


두번째, 2막 인생은 여행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는 설렘이 있는 반면, 익숙했던 기득권에서 벗어나 아웃사이더가 되는 체험이기도 합니다. 잘하면 관습이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야를 발견하는 소득도 있지만, 언어가 안 되고 지리에도 서투르면 무능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칫 바가지를 쓰거나 불쾌한 경험도 하게 됩니다. 설렘과 불안감, 어느 쪽에 방점이 찍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제2의 인생은 결정됩니다.

그런 점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요즘 자주 만나는 한 분의 2막 인생은 신선하게 들립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분으로, 은퇴 후 곧바로 고향에 내려가 사과농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습니다. 노동의 아름다움과 고단함, 그러면서도 현장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가끔 편의점에서 알바를 겸하고 있는데, 그 장면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 있게 전해옵니다.

“가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명문대학 교수를 지냈으면 체통을 지키라고. 퇴임 후 아무것도 없는 사과장수가 무슨 체통이 있나? 사과든 컵라면이든 잘 팔면 최고지. ㅋㅋ”

“한여름에 과수원에서 일하다 보면 사우나 저리 가라다. ‘내노남로’다. 내가 하면 노동이고 남이 보면 로망이다.”

세번째, 안정되고 흥미진진한 2막 인생이란 말은 형용모순입니다. 투자에서 고수익과 리스크는 언제나 동반하듯이 제2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리스크 없는 투자는 없습니다. 제2의 인생도 그러합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피할 수 없는 게 2막 인생이라면 저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방점을 찍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 사소한 차이가 결국은 인생의 태도를 좌우하게 됩니다.

네번째, 나만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면서 누구보다 잘하는 일, 그러면서도 시장이 원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세 가지 조건이 합해졌을 때 비로소 나의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익과 보람, 미래가 함께 찾아오는 황금의 삼각형이지요.

이 시대는 하나의 직업, 하나의 직장을 완주하고 끝나는 인생이 흔치 않습니다. 끝없는 변신을 요구합니다. 무미건조한 인생을 원하지 않는다면 힘들어도 이겨내야 합니다. 예상보다 흥미진진한 일이 많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다섯번째 말씀은 따라서 이겁니다.

“노 피어(No Fear)! 두려워 말자. 쫄지 마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글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 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