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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주민의 삶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다. 쪽방상담소 사회복지사 일의 시작은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였지만 어느새 내 삶의 의미가 됐다.
서울 중구 쪽방상담소에서 2008년 7월 첫 근무를 시작한 후, 2018년부터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활동 중으로 19년 6개월의 사회복지 경력 중 18년을 오롯이 쪽방 주민과 함께했다. 쪽방상담소가 생긴 이유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다.
쪽방상담소는 세탁과 샤워, 이미용, 진료, 상담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물품을 직접 배분하고 주거 상향과 신용 회복을 도와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종합복지관 그 이상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믿음은 상담소 현장의 사업과 시스템을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아버지가 노숙인이라는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려던 청소년을 설득해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 입학의 영예를 안겨줬다. 2008년부터는 매입임대주택 운영기관과 협업해 주민 90여 명의 이주를 이끌었다. 2011년과 2014년 쪽방촌 화재 당시 주민 30명을 구조했고, 2014년에는 민간기업과 함께 꽃가게를 창업해 자립 기반도 마련했다. 채무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살아가던 주민 100여 명의 신용회복을 도왔다.
또한 매년 1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활용한 희망온돌프로젝트 수행으로 쪽방 주민의 주거비, 의료비 및 생계비 지원에 힘썼으며 거리로 내몰릴 위기의 주민에게는 임대주택을 연결해줬고, 알코올 의존이 심한 주민과 요양이 필요한 주민을 요양병원으로 연계해 생명과 건강을 지켜냈다.
쪽방상담소는 감염병 확산 시기에도 주민 보호를 위해 흔들림 없이 대응했다.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발생 당시 쪽방촌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나 집단 감염도 발생하지 않았다. 철저한 위생 교육과 주민과의 신뢰가 만든 성과였다.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주민이 많아 이들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며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주민반상회, 동아리, 문화 활동 등 정서 돌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에는 케이티(KT), 신한생명 등과 연계해 9개의 정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시회도 개최했다. 주민들은 ‘작가’가 되어 자존감을 회복했다. 방송통신대 학생들과 함께한 도배·장판교체, 생일잔치 등 자원봉사 활동, 기업들과 함께한 명절 행사와 방역 활동,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주최한 노숙인시설 평가위원 활동, 아산복지재단 지원으로 ‘물 없는 세차사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에도 힘썼다. 후원품 배분 방식도 혁신했다. 무선인식(RFID) 시스템 도입으로 배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고, 2023년에는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온기창고’를 마련했다. 주민이 스스로 물품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배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서울시 정책 사업인 ‘약자와의 동행’과도 발맞췄다. 쪽방 주민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동행식당’과 여름·겨울 기후위기 대응 공간인 ‘동행목욕탕’은 주민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반이 됐다. 2024년 기준으로 동행식당 이용자는 1년간 21만9935명, 월평균 1만8327명에 이른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도 빠질 수 없는 과제였다. 2018년부터 서울대 ‘드림진료팀’과 협력해 무료 진료를 진행했고, 2024년에는 서울시, 우리금융미래재단, 서울대 치의과대학원과 함께 ‘우리동네 구강관리플러스센터’를 개소해 치과병원에 갈 수 없는 주민들의 틀니와 보철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6월 현재까지 총 395명의 주민이 1038건의 치료를 받았다. 30대 초반에 쪽방상담소 일을 시작해 어느덧 50대를 맞았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삶의 끝자락을 지키는 이 일에 감사함을 느낀다. 복지 현장의 동료들과 서울시, 중구, 용산구, 온누리복지재단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민 요구를 반영한 현장 실무를 통해 쪽방 주민이 아닌 지역 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더 정진해나가겠다. 전익형 온누리복지재단 서울역쪽방상담소 실장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주민이 많아 이들의 쓸쓸한 죽음을 지켜보며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주민반상회, 동아리, 문화 활동 등 정서 돌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에는 케이티(KT), 신한생명 등과 연계해 9개의 정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시회도 개최했다. 주민들은 ‘작가’가 되어 자존감을 회복했다. 방송통신대 학생들과 함께한 도배·장판교체, 생일잔치 등 자원봉사 활동, 기업들과 함께한 명절 행사와 방역 활동,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주최한 노숙인시설 평가위원 활동, 아산복지재단 지원으로 ‘물 없는 세차사업’을 통한 일자리 제공에도 힘썼다. 후원품 배분 방식도 혁신했다. 무선인식(RFID) 시스템 도입으로 배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였고, 2023년에는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온기창고’를 마련했다. 주민이 스스로 물품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배분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서울시 정책 사업인 ‘약자와의 동행’과도 발맞췄다. 쪽방 주민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는 ‘동행식당’과 여름·겨울 기후위기 대응 공간인 ‘동행목욕탕’은 주민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기반이 됐다. 2024년 기준으로 동행식당 이용자는 1년간 21만9935명, 월평균 1만8327명에 이른다. 의료 사각지대 해소도 빠질 수 없는 과제였다. 2018년부터 서울대 ‘드림진료팀’과 협력해 무료 진료를 진행했고, 2024년에는 서울시, 우리금융미래재단, 서울대 치의과대학원과 함께 ‘우리동네 구강관리플러스센터’를 개소해 치과병원에 갈 수 없는 주민들의 틀니와 보철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6월 현재까지 총 395명의 주민이 1038건의 치료를 받았다. 30대 초반에 쪽방상담소 일을 시작해 어느덧 50대를 맞았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삶의 끝자락을 지키는 이 일에 감사함을 느낀다. 복지 현장의 동료들과 서울시, 중구, 용산구, 온누리복지재단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민 요구를 반영한 현장 실무를 통해 쪽방 주민이 아닌 지역 주민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더 정진해나가겠다. 전익형 온누리복지재단 서울역쪽방상담소 실장
서울시 주최로 지난해 11월 덕수궁 인근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열린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 전시회’에서 작품을 출품한 동자동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서울역쪽방상담소 제공
사진 서울역쪽방상담소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