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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마을 사람들이 ‘탄소중립’에 더 진심

사람& 이종형 도봉구 기후환경과장

등록 : 2025-05-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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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주최로 지난해 11월28일부터 이틀간 제주시 조천읍 소노벨 제주에서 열린 ‘2024년 지자체 탄소중립 간담회(콘퍼런스)’에서 이종형 기후환경과장이 도봉구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2050년엔 탄소중립이 완전히 실현된 도봉을 볼 수 있다. 건물은 모두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며, 도로에는 수소·전기차만 다닌다. 신재생에너지 300㎿를 보급해 전력자립률 60%를 달성하고 신제품 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 배출량을 50% 줄이며, 도시 곳곳에 더 많은 도시 숲을 조성해 탄소흡수원을 늘린다.”

도봉구에는 탄소중립 실현에서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2020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2050 도봉구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발표했고 2021년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 조례’를 만들었으며, 지난 4월에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이면서 유일하게 글로벌 기후·에너지 시장협약(GCoM·지콤)에서 3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지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기구로 세계 140여 개국 1만3500여 개 지방정부가 동참하고 있다.

도봉산, 수락산, 우이천과 중랑천의 맑은 물과 공기,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도심 속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도봉구가 오히려 탄소중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관심을 끈다. 도봉구에서 기후변화 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이종형 기후환경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자체마다 ‘2050 탄소중립’을 경쟁적으로 선포하고 정책도 내놓고 있지만 명확한 비전과 목표는 물론 탄소중립의 주체인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그 수단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탄소중립 실천의 주체는 주민이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 의식 전환과 실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도봉구는 그런 이유로 도봉구 2050 탄소중립실천단, 덕성여대 기후지킬 앰버서더, 도봉환경교육센터 등과 협업하며 2026년까지 ①온실가스 감축 11만6529t ②탄소공감마일리지 회원가입 1만5천 명 ③도봉구 제로씨(Zero-C) 양성 5천 명 ④온실가스 1인 4t 줄이기 실천 약속 5만 명이라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과 성과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까지 ① 온실가스 감축 6만2860t ②탄소공감마일리지 회원가입 7123명 ③도봉구 제로씨 양성 3777명 ④온실가스 1인 4t 줄이기 실천 약속 4만879명 등의 성과를 냈다.

구의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는 구청사 건물에도 나타난다. 2022년 구청사 5층부터 16층까지 기존 외벽 석재와 옥상 마감재를 철거하고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G2G(Glass to Glass) 방식의 불에 타지 않는 컬러형 태양광 모듈 891장을 부착한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했다. 연간 약 89㎿h의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기존 1% 수준이던 구청사 전력자립률을 4%까지 끌어올려 다른 기관의 견학과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동북권 최초 수소충전소도 구축했다. 이종형 과장은 “2021년 환경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후 2023년 도봉구 도봉동 377번지에 조성됐다. 시간당 7대, 하루 최대 약 50대가 충전 가능하고 5㎏ 완충까지 10분 정도면 된다. 의정부, 노원, 강북 등 도봉구 인접 지역 수소차 이용자들의 충전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실천할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친환경 보일러를 설치하고 냉난방 온도 준수하기(여름 26℃ 이상, 겨울 20℃ 이하), 일주일에 한 번 대중교통 이용하기, 우리 집에 미니태양광 설치하기, 먹을 만큼만 밥하기(전기밥솥 보온시간 3시간 줄이기), 에너지 효율 높은 티브이(TV)·전기밥솥 사용하기,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20% 줄이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등이다. 이와 함께 에코마일리지 가입과 실천을 약속하는 ‘도봉구민 온실가스 1인 4t 줄이기 실천 약속’ 캠페인을 2021년 4월 시작하고 시민단체인 ‘도봉구 2050 탄소중립 실천단’과 관내 공동주택, 지하철역 등에서 다양한 홍보를 해왔다.”

주민들이 생활 속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도봉구 제로씨’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가족·친구·이웃 10명에게 실천운동을 전파하는 탄소중립 촉진자로 2050년까지 3만 명 양성을 목표로 지난해 말 현재 3777명을 배출해 활동 중이다.

이런 구의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과장은 “탄소중립 문제는 지역에서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전 지구적인 문제이므로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다. 탄소중립 정책과 성과를 국제적으로 평가받기 위해 2019년 10월 지콤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지콤 가입 도시는 의무적으로 탄소공개프로젝트(CDP)에 온실가스 목표와 계획, 에너지 평가와 계획 등을 보고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도봉구는 지난해 6월 지콤 아시아 워크숍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탄소공감마일리지’ 제도 등 우수사례를 발표해 세계 지방정부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택배 상자에 칭칭 감겨 붙어 있는 투명테이프, 떠먹는 요구르트의 남은 찌꺼기, 플라스틱 생수병 비닐 껍질, 배달음식 용기 속 들러붙은 양념, 알루미늄 활명수 병마개. 탄소중립 관련 기사를 다루다보니 귀찮아 ‘슬쩍’ 넘어간 순간이 저절로 떠올랐다. 도봉구와 제로씨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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