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합의 이주…상생 재개발 전형 될 것”

초점& 세운5-1·3구역 중구청이 나서 세입자 챙겨

등록 : 2024-12-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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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가 지난 12월10일 세운5-1·3구역 ‘세입자 100% 합의 이주’를 목표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강제퇴거 없는 상생 재개발 진행
구청, 세입자, 시행자 3자 협약 맺어

모든 시민은 헌법상 권리를 지닌 시민이다. 강제철거 예방을 위해 사전협의체를 제도화한다. 강제퇴거 시 불법폭력을 근절한다. 세입자가 피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지난 2009년 철거민 5명, 경찰 1명 등 6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낸 용산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21년 문을 연 용산도시기억전시관(서빙고로17)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관한 서울선언’이 붙어 있다.

용산참사 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도심 곳곳에는 ‘개발 반대, 세입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펼침막이 흔하다. 이런 가운데 중구(구청장 김길성)가 지난 12월10일 세운5-1·3구역 ‘세입자 100% 합의 이주’를 목표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구 관계자는 “세운5-1·3구역 재개발은 중구 산림동 190-3 일대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개방형 녹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세입자 대표인 산림동 상공인회, 사업시행자인 세운5구역PFV㈜와 3자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세입자 중 대체부지 입주를 원하는 분들은 전원 입주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보상 처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개발로 인한 퇴거가 생존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세입자 상인들에게 ‘강제퇴거 없는 상생 재개발’이란 합의서 내용이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한 이번 3자 협약은 정비사업에서는 국내 최초 사례다.

협약서에서는 이주 기간 내 세입자 강제 명도(인도)와 퇴거를 이행하지 않고, 보상·이주 협의에 적극 노력하며, 명도 및 퇴거 절차는 산림동 상공인회와 사전 협의하고, 갈등 조정을 위한 3자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법령에 따라 이주비와 영업보상비를 지급하고 과도한 보상 요구에 대해서는 시행자가 법적 절차를 진행한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40년간 이곳에서 조명기기를 제작해온 한대식 산림동 상공인회장은 “개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4년 전부터 세입자 입장을 대표할 산림동 상공인회를 구성했다. 이후 구청에 세입자 입장을 충실히 전달해왔고 구청 역시 이에 호응했다. 시행사도 적극 협조해 지난 3년간 250여 세입자 중 약 70%가 보상책에 원만히 합의했고, 나머지 30%도 1~2개월 안에 합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해관계로 얽힌 재개발 보상 협상이 잡음 없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구의 남다른 갈등관리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는 지난해 8월 서울 자치구 최초로 ‘갈등관리팀’을 신설해 구민들 간의 반목과 분쟁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어 올해 1월에는 갈등관리 전문기관인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었고, 2월에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공공갈등 전문가, 대학교수, 변호사, 건축사 등 갈등관리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번 3자 협약은 세입자 이주와 보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다스릴 수 있는 탄탄한 소통과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누구도 소외되거나 피해 보는 일 없이 원만히 사업이 진행되도록 3자 모두 상생을 위해 진정성 담긴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대식 상공인회 회장은 “재개발이 확정되자 세입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시민단체인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전문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아 대표기구를 만들어 세입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며 “무엇보다도 중구청이 나서서 세입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소통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사진 중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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