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페달을 밟자 옛 서울이 들어왔다

강동구 암사동~풍납토성~몽촌토성 10㎞ 자전거로 둘러보기

등록 : 2017-05-11 14:52 수정 : 2017-05-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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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올림픽공원 안 몽촌토성 옆길. 오른쪽에 자전거를 놓아둔 채 풀밭에 누워 있는 사람이 여유로워 보인다.
질주만이 자전거의 매력은 아니다. 쾌속은 아니지만 차로 갈 수 없는 곳까지 구석구석 들어갈 수 있는 점 또한 자전거의 커다란 장점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에 있는 고대 백제 및 신석기 시대 유적들을 자전거로 돌아볼 때 이런 장점은 더욱 빛났다.

강동구 암사동 선사 주거지에서 출발해 백제의 초기 도읍지인 풍납토성을 지나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몽촌토성에 이르는 길은 10㎞ 남짓한 거리다. 걸어가기엔 제법 거리가 있고 차를 갖고 가기엔 주차 문제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 대중교통으로 세 곳을 다 가자니 너무 복잡해 보인다. 이럴 때는 역시 자전거가 최고다.

먼저 암사동 선사 유적지. 한강공원을 자전거로 달리다 암사나들목을 지나 다시 선사사거리에서 좌회전해 600m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유적지 어귀에는 서울시 대중자전거 시스템인 따릉이가 한창 설치 중이다. 따릉이 설치가 완료되면 조만간 자전거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를 유적지 앞에 세워두고 표를 산 뒤 걸어서 신석기 시대 움집들을 둘러본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 신석기 시대 주민들의 생활을 상상하며, 바닥을 판 뒤 짚 등을 덮어 만든 움집 내부를 자세히 살펴본다.

강동구 암사 선사유적지 움집의 모습. 6000여년 전 모습을 재현한 움집들이 한줄로 늘어서 있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다 암사나들목을 지나면 곧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다시 암사나들목 터널을 지나 한강 자전거도로로 나오자 한강이 왠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한강은 6000여년 전에도, 아니 그 이전부터도 이름 모를 원주민들의 생활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저 무심히 흘러가던 한강이 아니라, ‘서울과 함께 역사를 견뎌낸 한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한강이 자신의 역사성을 알아봐주었다며 기자에게 말이라도 걸어올 것 같다.

한강공원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는 자전거들을 앞으로 보내고 광진교를 통해 다시 차들과 사람이 섞여 지나다니는 강동구 천호동으로 빠져나온다. 이곳에서 천호대교 쪽으로 조금만 자전거로 이동하면 풍납토성 터에 닿는다. 자전거를 거치대에 세우고 현재 남아 있는 토성의 동쪽 성벽 일부를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본다.

송파구 풍납토성 동쪽 성벽 주변엔 아파트와 풍납시장 상가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풍납토성은 1997년 아파트 공사 중 유물이 발견된 뒤 대규모 발굴 조사를 벌여 백제의 초기 토성임이 확정됐다. 토성 터 안팎으로 아파트, 단독주택 그리고 근처 풍납시장의 상점들이 빼곡하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나온 아주머니와 아저씨들도 눈에 띈다. 기원후 475년까지 몽촌토성과 더불어 초기 백제의 도읍으로서 백제인들을 감싸 안았을 이 성이 지금은 서울 주민들을 품에 안고 주민들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풍납토성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 공원 자전거길로 나간다. 아버지와 아들이 탄 듯한 자전거 두 대가 지나간다. 어린이용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는 빠르게 다리를 젓는다. 자전거는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조금 뒤편에서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아이에게서 멀리 떨어지는 법이 없다. 아이의 아버지도 ‘속도’를 버리고 아이의 ‘안전과 교육’을 택한 것이다. 그렇게 자전거는 상황에 따라 그에 걸맞은 속도가 있는 셈이다.

두 자전거를 뒤로하고 잠실철교 아래서 성내천으로 접어든다. 왼쪽으로 서울아산병원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올림픽공원이다. 공원 안에는 한성백제 시대의 또 다른 토성인 몽촌토성이 주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자전거를 타고 토성 가까이 다가가서는 얼른 자전거를 세워두고 토성 위쪽으로 난 산책로로 오른다. 산책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무심히 끼어든다. 사방 어디를 봐도 높다란 건물들의 숲이다. 마치 높다란 ‘빌딩의 성’이 옛 토성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전거로 공원 안에 있는 몽촌역사관으로 간다. 주말인데도 단체로 역사관을 방문한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역사관을 살아 있는 장소로 느끼게 해준다. ‘백제의 수도였던 몽촌토성과 풍납토성까지 계산할 때 서울은 2000년 역사를 지닌 고도’라는 설명문이 눈에 들어온다. 또 ‘공주·부여·익산을 수도로 삼은 기간은 185년인데,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은 무려 483년간 백제의 왕도 구실을 했다’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따라 역사관을 나서서 자전거에 올라탄다. 어느덧 오늘의 역사여행을 마쳐야 할 시간이다. 이제 자전거는 기자를 집까지 안전하게 ‘운반’해줄 것이다. 한강공원 자전거길을 달리면서 다시 자전거 여행을 꿈꾼다. ‘다음엔 자전거로 어디를 갈까? 동네 전통시장들을 다녀볼까, 아니면 한강 변 생태공원들을 돌아볼까?’ 질주가 아니어도 봄철 자전거 여행은 즐겁다.

글·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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