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날실

장애인·비장애인의 경계 허무는 공간

발달장애인 운영 보드게임 카페 ‘모두다’

등록 : 2017-05-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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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카페 ‘모두다’의 구성원들. 모두다 제공
홍대와 합정역 사이. 이른바 ‘힙하다’는 장소 한복판에 사회적기업 보드게임 카페 ‘모두다’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느 카페와 다름없는 인사가 들려온다. “처음이신가요?” “어떤 게임에 관심 있으세요?” 능숙한 인사말을 건네는 게임마스터 이동욱(23)씨는 발달장애인이다.

‘모두다’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이다. 흔히 발달장애인이 일한다고 하면 청소를 하거나, 커피를 내려주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모두다’는 다르다. ‘모두다’의 직원들은 손님이 잘할 수 있는 게임을 추천하고, 방법을 안내하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가르쳐주는 특별한 경험이 일어난다.

‘모두다’의 창업자 박비(29)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발달장애인과 봉사를 하러 갔다가 게임을 했는데, 게임에 열광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게임'이라는 특별한 도구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사회적 교류 없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적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도 마찬가지.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뒤 소속집단이 사라진 발달장애인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현실이다. 박 대표는 이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사회 적응을 돕는 것이 사회적기업 ‘모두다'의 설립 이유라고 말했다.

‘모두다’는 발달장애인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차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모두다’의 유일한 원칙이다. ‘모두에게 평등한 곳’이 되려고 한다. 이 원칙은 사업 초기의 경험에서 나왔다. 처음엔 발달장애를 가진 직원에겐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맡겼다. 그러나 함께 게임을 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비장애인과 장애인 직원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약 6개월이 지나면서 발달장애인 직원도 단순보조를 넘어 손님에게 게임을 설명할 수 있는 게임마스터로 성장하게 됐다. 음료를 만들고, 손님에게 게임을 추천하거나 가르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돕는다. 현재 ‘모두다’ 방문객의 90%는 비장애인이다.

“우리는 장소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바꾸기 위해 여행한다.” 프랑스의 비평가이자 역사가 이폴리트 텐의 말이다. 서울 안에서 ‘언제나 있어왔지만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보자. 놀며 일하며, 의미까지 찾은 ‘성공한 덕후’들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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